#. 20여년을 중소기업에 몸담아온 김모씨(57)는 지난 2009년 퇴직했다. 퇴직 후 1년간 여행, 등산 등 그동안 못했던 여가활동을 즐겼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생활비·자녀결혼자금 등에 대한 심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 결국 재취업을 결심한 김씨는 주택관리사·공인중개사 등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1년 반이 지나도록 취업에 실패했다. 김씨는 잇단 취업실패가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김씨는 지인의 소개로 한 아파트단지의 관리소장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전해 들었다. 김씨가 채용된 이유가 오히려 '나이' 덕분이라는 것. 김씨가 연령에 비해 젊어 보이고 건강해 신뢰감이 더해졌다는 게 채용자의 설명이었다.
‘학교보안관’ 발대식에 참석한 보안관들(사진=머니투데이 양동욱 기자) 1997년 외환위기를 온몸으로 버텨낸 4050세대들이 제2의 도약을 꿈꾸며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이른바 '베이비부머'라 불리는 4050세대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대부분 재취업 문턱에서 포기하고 만다. 스스로 '나이'라는 벽에 가로 막혀 멈춰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는 더 이상 재취업의 방해물이 아니다. 중년층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들을 원하는 곳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김영희 한국무역협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장은 "협회가 중견기업 CEO 115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장년 채용의 만족도가 52%로 높았으며 향후 채용할 계획 역시 32.4%로 높게 나타났다"며 "중견세대들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꼼꼼히 살펴보면 다소 생소하더라도 괜찮은 직업이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4050세대들이 희망하는 직종과 그 트렌드는 무엇일까. 같은 중견세대라 해도 연령대별로 차이가 난다. ▲40~45세 ▲46~55세 ▲56~60세 등 연령대에 따라 세가지로 구분해 살펴봤다.
40~45세 "우리 아직 싱싱해요"
40세부터 45세까지는 중견세대 중 청년층에 속한다. 이들은 한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보유한 실무형 관리자로 급여와 나이, 직책에 비해 노동 생산성이 높다. 40대임에도 30대의 사고가 가능한 만큼 기업의 선호도가 높고 대우도 좋다.
김 센터장은 "센터로 들어오는 구인 가운데 40~45세 연령층을 채용하려는 경우가 45%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들은 '취업을 할 수 있을까'보다는 '어떤 회사를 선택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앞으로 이직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정된 회사를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영업·법인장 등 해외분야 직종을 추천한다. 특히 해외영업은 중견기업들의 해외진출 증가와 정부지원 등으로 인해 중견세대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 보통 8~10년 이상의 경력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40~45세 연령대에 안성맞춤이다. 다년간의 해외경험·해외주재·해외실적·해외지역 네트워크·외국어 능력 등을 갖췄다면 충분히 취업이 가능하다.
김 센터장은 "이 분야에서 좀 더 오랫동안 일하기 위해서는 외국어는 원어민 수준으로 능숙해야 하며 50세 이전에 해외법인경영자(법인장)로 경험을 쌓는 것도 장기적인 경력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법인장은 해외법인을 운영한 경력이 5년 이상일 경우 해외취업에 유리해진다. 법인장은 외국어 능력은 물론이고 문화 및 관습 이해, 조직관리, 네트워크 등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춰야 한다. 대기업이나 관련 협력업체가 해외로 진출할 경우 그 회사 소속 퇴직인력이나 그 업종에 관련된 경력자를 재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46~55세 "안정적 직장과 월급이 중요"
46~55세는 풍부한 인맥과 조직생활, 사회적 연륜 등을 겸비한 세대로 다른 연령층보다 자존심이 세다. 눈높이를 낮추는 게 쉽지 않다보니 재취업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연봉·규모·근무조건 등에서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연령층은 자녀에게 쏟아 붓는 교육비와 생활비에 대한 부담도 여전하다. 따라서 안정적인 직장과 적정수준의 월급이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출퇴근 거리도 고려하게 된다.
최근 주목받는 직종으로는 '관광안내원', '관광통역안내사', '의료관광안내원' 등이 꼽힌다. 이들 직종은 해외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1000만명을 돌파했으며 당국은 2020년 2000만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명진 코스모진 관광아카데미 대표는 "지난해 9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의 지원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며 "관광통역안내사는 높은 보수의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55세 이상 "노장은 살아있다"
55세 이상은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심리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다른 연령층보다 여유가 있다. 따라서 '직업'(job)뿐만 아니라 '일'(work)의 개념으로 취업을 생각한다. 김 센터장은 "직업보다 일을 찾는 마음가짐이다 보니 지원할 수 있는 일자리도 많아지고 재취업도 비교적 쉽다"며 "지방소재 제조업체에서는 특수 분야나 자격증 소지자일 경우 그 분야에 경력과 경험만 있다면 60세가 넘어도 채용하려는 회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연령층의 특성상 일자리도 급여보다는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재능기부, 사회공헌 등의 분야에 관심이 더 많다. 요양관리사·숲 생태 해설사·문화재 해설사·학교보안관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요양관리사·간병인 등 사회복지 관련 직종은 정부의 복지예산 지원사격에 힘입어 전망도 나쁘지 않다. 경기도 부천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강모씨(32)는 "지난 주말에 친정어머니가 찾아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자랑하시더라"며 "요양보호사는 추후 가족을 간병하게 될 경우에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도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숲 생태 해설사, 문화재 해설사 등 교육형 일자리도 인기다. 경기도는 지난 2일 올해 642억원을 투입해 숲 생태 해설사·문화재 해설사 등 노인 일자리 3만4873개를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1일 3시간씩 주 3일 근무하게 되며 월 평균 20만원의 보수를 받을 수 있다.
학교보안관은 이름 그대로 학교와 학생의 안전을 지키는 보안관. 등·하굣길 안전지도와 학교폭력 예방업무를 주로 한다. 현재 서울시에는 557개교에 1200여명의 학교보안관이 있는데 전국적으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