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애연가들이 궁지에 몰렸다. 정부가 내년부터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기로 한 탓이다. 이후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해 담뱃값 인상에 계속 반영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 흡연가들로선 볼멘소리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연간 5만8000명의 사망자를 양산하며 국민건강의 최대 위해요인인 담배를 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해 한국의 성인남성 흡연율은 42.1%로, 2012년(43.7%)에 비해 낮아졌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번째로 높다.(질병관리본부 통계치) 담뱃값 인상 움직임에 때맞춰 금연단체들의 명분이 탄력받는 이유다.
 

◆강도높은 정부發 '금연대책' 목표는 좋지만…
 
정부의 '금연종합대책'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관련장관회의를 통해 공식화됐다. 내년 1월1일부터 담뱃값이 현행보다 2000원 인상되고 소비자물가 인상률까지 반영해 지속적으로 가격인상을 고려한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격. 지난 2004년 이후 10년만의 담뱃값 인상 발표다.
 
더욱이 정부는 담뱃갑에 경고그림 표기, 포괄적 담배광고 금지 등의 비가격 정책도 병행키로 했다. 특히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표기하는 것은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 도입돼 현재 70개국에서 시행 중인데, 이제 우리나라도 의무화되는 것이다.
 
정부의 금연대책에 '채찍'만 있는 건 아니다. 담뱃값 인상으로 건강증진부담금 비율이 14.2%에서 18.7%로 확대되는데, 추가로 확보된 재원으로 금연성공률이 가장 높은 약물상담 치료를 지원키로 했다. 또 학교, 군부대, 사업장 등에 대한 금연지원도 확대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전체적인 아우트라인만 놓고 보면 정부발 금연대책이 크게 무리로 보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2000원으로 제시한 담뱃값 인상분이다. 담배와 관련한 이해당사자 간 뜨거운 찬반논란 역시 이 2000원에서 촉발됐다.
 
우리나라는 유독 저소득층 흡연율이 고소득층에 비해 높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상위 25% 내 고소득층 남성의 흡연율은 36.6%로 하위 25%인 저소득층의 47.5%보다 10.9%포인트 낮았다. 당장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서민 흡연가로선 이번 담뱃값 인상이 발등의 불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부 역시 이를 의식해서인지 담뱃값 인상 발표 다음날인 12일 담배 판매량 급증과 품귀현상이 예상되자 즉각 '사재기' 금지령을 내렸다.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매기기로 했다. 물론 담배 사재기 벌금은 담배의 제조인, 수입판매업자, 도매업자, 소매인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담뱃값 인상을 우려해 몇 보루의 담배를 구입하는 개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들끓는 찬반 논쟁… '서민증세' 반발 커
 
외형적인 가격인상 논란과는 별개로 이번 정부발 담뱃값 인상책이 대한민국을 큰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논쟁거리는 따로 있다. 바로 증세와 관련해서다.

금연단체들이 성인 흡연율 감소에 기대감을 드러내며 가격인상에 찬성표를 던지는 사이 주요 흡연단체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국민건강증진을 명분으로 내세워 전형적인 '서민증세' 꼼수를 취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의 실질적인 목적은 부자감세로 줄어든 세수 보전을 위한 것"이라며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될 경우 1년에 70만원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이는 연봉 4500만원인 근로자(4인가족 기준)의 1년치 근로소득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맹비난했다.
 
정부 발표 이전 국책연구기관이 조사한 담배관련 연구결과물에서도 증세논란을 부추길 만한 대목이 포착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6월 '담배과세의 효과와 제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릴 때 세수확보를 가장 많이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담뱃값이 4500원보다 낮을 경우 가격의 인상이 총 세수 규모의 증가로 이어지지만 가격이 4500원을 넘어서면 총세수 규모는 감소하기 시작한다. 세수를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지점이 4500원인 셈이다.
 
◆담배농가, 판매 소매상도 '한숨'

으레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생산자와 판매자의 수익도 동반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발 금연대책은 일부 담배업계 종사자들에겐 한숨소리만 더 커지는 역효과를 냈다.

당장 잎담배를 생산하는 농민들로선 현재 상황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원가 절감차원에서 담배제조회사들이 국산 잎담배 구매량을 줄일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충주엽연초생산협동조합의 경우 최근 잎담배 생산농가를 보호해줄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조합은 탄원서를 통해 "담뱃값을 인상하면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것은 잎담배 생산농가일 것"이라며 "잎담배 생산농가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2년 정부의 담배사업 민영화 조치로 2만여 잎담배 생산농가가 피해를 봤고, 이어 2004년 정부의 담뱃값 인상 조치가 나온 직후에도 담배제조회사가 국산 잎담배 구매량을 감축해 잎담배 생산농가가 적지않은 타격을 입은 적이 있다.
 
소비자들과 가장 접점에 있는 담배판매업자들의 매출 타격도 이번 담뱃값 인상정책의 문제점으로 떠오른다. 한국담배판매인회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13만여개의 담배 판매점포가 있다. 이 중 80%가 20평 미만의 소규모 점포인데 대부분의 소매상은 담뱃값이 인상될 경우 자체 매출뿐만 아니라 담배를 사면서 함께 판매되는 생필품 등의 매출도 떨어져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00원 효과' 흡연율 하락시킬까
 
말 많고 탈 많은 정부의 금연대책이지만 과연 담뱃값 2000원 인상으로 흡연율 하락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04년 57.8%에 달했던 한국의 성인남성 기준 흡연율은 담뱃값 500원 인상 이후인 2006년 45.9%로 11.9%포인트 하락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실제 흡연율이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2007년 45.1%로 저점을 찍은 흡연율은 2008년(47.7%)부터 다시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가격효과가 견인한 흡연율 하락이 불과 2년을 넘기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금연종합대책으로 현재 42.1%인 성인남성 흡연율을 2020년까지 29%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현 가능여부는 역시 불투명하다. 앞서 2010년 일본은 담뱃세를 1500원 인상했지만 현재 흡연율은 오히려 1% 더 높아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