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니까 직장인이다." 최근 우리사회를 강타했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20대를 위한 말이었다면 이 시대 직장인을 대변하는 단어는 '우울증'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직장인 7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은 '회사 밖에서는 활기차지만 출근만 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업무 및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우울증을 낳고 심하면 한사람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한국사회는 이미 '직장인의 정신관리'에 적색등이 켜진 지 오래다. '참을 인'(忍)을 새기는 것도 삼세번. 직장인의 스트레스,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당신을 24시간 괴롭히는 '번아웃증후군'

현대 직장인들은 '지옥철'(지옥+지하철)에 올라선 순간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발 디딜 틈도 없는 좁은 공간을 밀치고 들어오는 사람과 내 몸을 스치는 옆 사람으로부터 짜증이 묻어난다. 사무실이라고 다를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업무스트레스는 물론 직장상사 및 동료와의 갈등으로 근심걱정이 사라질 날이 없다.

법정 근무시간이 끝나도 스트레스는 계속된다. 업무의 연장선인 회식까지 참석하고 나면 온 하루를 스트레스를 축적하는 데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다보니 마음에 여유를 가질 시간이 없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부어라, 마셔라"식의 술로만 배웠다. 한 마케팅업체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해소법을 질문한 결과 '퇴근 후 직장동료와의 술'을 택한 이가 응답자의 3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수면(17%), 운동(14%), 폭식(9%) 등도 순위에 올랐다.

해소되지 못한 스트레스는 병을 불러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직장 등지에서 열정을 불태운 이들이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수면장애·우울증 등의 질병을 앓는 것으로, 대한민국 직장인의 약 85%가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증후군을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10년째 안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업무스트레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에 대한 기사가 하루에도 몇개씩 쏟아진다. 고인의 가족과 지인들은 "최근 들어 업무스트레스로 우울증세를 보였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유니온스틸 본사 스마트오피스 휴식공간. /사진·자료 제공=유니온스틸

명상·감사일기 등 "마음의 근력 키워라"

이처럼 심하면 목숨까지 앗아가는 직장 내 스트레스에 대해 전문가들은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박은규 한국스트레스연구소장은 "직장인 스트레스의 근본원인은 '소통의 부재'에 있다"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첫걸음은 내 안에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끄집어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소장이 제시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감사일기와 명상 등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근력을 탄탄하게 만드는 일이다.

감사일기란 매일 고마웠던 일을 떠올려 감사하는 대상과 감사의 내용을 적는 것으로 하루 5가지씩 사소한 감사거리를 찾아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를 통해 국내에 알려지게 된 이 감사일기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우울증의 극복방법으로 제시할 만큼 학계 내에서도 효능을 인정받았다.

행복일기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언제, 무엇을, 어떻게 했을 때 해소됐는지를 적는 일기다. 예컨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떨었다거나 떡볶이를 먹었을 때,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었을 때 등 우울한 기분이 풀렸다고 느낄 때마다 일기를 쓰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스트레스에 다시 노출됐을 때 일기장을 펴보고 하나하나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할 수 있다. 박 소장은 "본인이 언제 어떻게 스트레스가 풀리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에만 집중해선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자가 치유도 한계가 있는 법.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박 소장은 "피트니스센터에서 헬스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체력관리를 하듯 정신적인 문제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훈련하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우울증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치유명상을 하고 있는 강남구청 공무원들. /사진=머니투데이DB

 
직원 스트레스 잡고 회사 생산성도 잡고

업무스트레스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회사 내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는 만큼 사측에서 근로자의 정신건강 관리까지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구성원 개개인의 정신건강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때 조직의 생산성 및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국내외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신체적인 건강검진 외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움직임에 발맞춰 한국생산성본부는 지난 2012년부터 직장인의 스트레스·우울증 등 정신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이를 조직생산성 향상으로 연계되도록 지원하는 '멘탈생산성진단도구'(KMPI)를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신체건강, 심리사회적건강, 개인성향, 사회관계, 업무환경 등 5개 영역과 조직성과까지 총 6개 영역, 37개 세부요인으로 구성돼 직장인의 통합적인 정신건강영역을 측정한다.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에서 심리관련 전문가들이 직접 제시한 222개 문항에 답변하면 개인에게는 진단결과해석을 위한 상세한 개인결과보고서를, 사측에는 조직구성원의 평균적인 결과보고서를 제공한다.

이 보고서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을 연령·성·직급·직군별로 구분해 스트레스 수준을 수치화한 후 본인과 같은 계층에 있는 이들과 비교 분석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은 자신의 마음이 보내는 위험징후를 진단하고 객관적으로 정신건강을 확인할 수 있다. 회사는 근로자들의 전반적인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등을 강구할 수 있어 복지의 사각지대까지 조명할 수 있다.

교육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진단결과에 따라 점수가 낮은 이들에게는 상담을, 양호한 점수를 받았다면 교육을 실시한다. KMPI 진단을 받은 A씨는 "간접적으로나마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은 듯하다"며 "갑갑한 내 마음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B씨는 "설문에 임하면서 직장생활 태도나 업무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생각할 수 있었다"고 반추했다.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조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은 인적자원"이라며 "건강한 정신을 가진 개개인과 건강한 직장 내 관계회복을 통해 회사는 더 나은 조직문화와 경영성과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