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항 전경.

신안에는 ‘천사섬’이라 불리는 1004개의 섬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 위치한 흑산면은 10개의 섬이 하나의 군도를 이루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만큼이나 이야기가 많은, 흑산면 흑산도로 간다.

◆천사섬 저 끝의 중심지, 흑산군도

목포에서 서쪽으로 97.2km, 쾌속선으로 2시간이면 새로운 중심가에 도착한다. 이곳이 바로 흑산도 흑산항이다. 흑산면에는 크고 작은 100여개의 섬이 있는데, 이 중 유인도는 영산도, 대둔도, 다물도, 홍도, 태도(상, 중, 하), 가거도, 만재도, 장도(대, 소) 등으로 이 섬들에 가려면 반드시 흑산도를 거쳐야 한다. 특히 쾌속선이 닿지 않는 대둔도, 다물도, 영산도, 장도로 가는 환승지이기도 하다. 기차로 치면 중앙역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흑산항으로 오는 배는 하루에 4번 운항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4월부터는 여행자들이 급격히 늘어 주말엔 발 디딜 틈이 없다. 예약 손님을 맞이하는 민박집 주인, 여행사 직원, 택시기사와 여행자들이 서로를 찾고 만나느라 분주하고, ‘뽁뽁이’로 꼼꼼히 포장한 새 물건은 선착장에 내려지거나 다른 배로 갈아탄다. 육지 나들이를 하는 도서민, 휴가 가는 군인, 해산물을 놓고 흥정하는 여행자와 상인들의 목소리로 항구는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이런 소란은 1960년대에 비하면 새발에 피다. 서해 최고의 파시(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시장)가 열리던 그 시절의 흑산항에는 2000대 이상의 배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때 이 동그랗고 아늑한 항구에 들어온 배를 하늘에서 보았다면 마치 순식간에 매워진 땅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배와 배 사이를 건너 다니며 수산물을 거래했다고 한다. 


예리항.

◆흑산도 훑어보기

지금 흑산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소속이다. 면적은 19.7km2, 해안선길이 41,8km이며 산이 곧 섬이라 상라산, 칠락산, 문암산, 대봉산 등으로 이뤄졌다. 가장 높은 문암산은 해발 405m로 섬의 면적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해안가를 따라 13개 마을이 있으며 서쪽 마을 사람들은 주로 가두리 양식으로 미역·전복을 키우고 동쪽 마을은 이름난 멸치어장이다. 인구는 2663명 (2015년 1월 현재), 총 1450여 세대로 주민은 감소하는 추세다. 육지로 유학하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폐교된 학교도 생기고, 학생을 따라 어머니와 동생 등 가족이 함께 이주하다 보니 기러기 아빠가 많아지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흑산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통일신라시대부터다. 흥덕왕 3년(828년)에 해상왕 장보고가 서해상으로 출몰하는 왜구를 막기 위해 상라산성을 쌓았고 이때부터 역사가 시작됐다. 또한 제주·거제·진도와 함께 유배지로도 유명하다. 백제 3왕자를 시작으로 130여명의 유배자가 이곳에 머물렀는데 정약전과 최익현의 유배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흑산도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여객터미널을 재건축하고 있고 2020년을 목표로 공항도 건설 중이다. 공항이 건설되면 흑산군도를 향한 또 하나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조금 더 빨리, 편리하게 닿을 수 있으니 여행자도 많아질 것이다. 다만 차 타고, 배 타고 오랜 시간을 걸려 마침내 흑산도항을 만나는 지금의 감회와는 다른 맛이 되겠다.

상라산 전망대.
상라리고개.

◆흑산 앞바다를 한눈에, 상라산 전망대

상라산은 흑산도의 핵심 여행지다. 굽이굽이 열두고개를 올라 마침내 도착하는 곳, 이곳이 바로 상라산 전망대다. 버스나 택시를 타면 쉽게 오른다고 하지만 여기까지 차 타고, 배 타고 오느라 피곤한 몸으로 180도 회전하며 올라오는 고갯길이 결코 만만치는 않다. 배에서도 안하던 멀미가 날 정도다. 도보나 자전거로 오른다면 말할 것도 없다. 심장도 다리 근육도 터질 것 같은 지경에 이르면 마침내 전망대에 닿는다.


경관은 그야말로 감탄이다. 사면 어디나 아름다운데, 이 기회를 대충 흘려 보낼 수 없다. 3개의 뷰포인트에서 짜임새 있게 즐겨본다. 우선 고개에 오르자마자 만나는 상라산 전망대. 여기서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이 장도로 왼쪽부터 대장도, 소장도, 내망덕도, 외망덕도가 주르르 흐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장도 너머로 홍도가 보인다. 멀리 보이는 홍도는 물안개를 깔고 앉아 있어 환상적인데, 마치 여인의 눈썹처럼 은근하면서 섹시하기까지 하다.

전망대 오른쪽에는 산길이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5분 정도만 오르면 상라산 정상에 이른다. 이곳에선 흑산도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푸르다 못해 검게 보여서 흑산도’라는 말이 제대로 실감난다. 흑산도의 짙은 초록은 95%를 차지하고 있는 상록활엽수 때문이고 이중 동백나무가 22%라고 하는데 흑산의 동백잎은 유난히 짙고 반짝반짝 윤이 난다. 상라리 고개길에도, 상라산 정상 부근에도 동백이 많다. 정상에는 봉수대 흔적이 있고 열두굽이 고개가 가장 확연히 보인다. 흑산항과 배낭기미 해수욕장, 진리해변이 시원하고 앞에 있는 내영산도, 외영산도, 옥섬, 횡섬 등이 바다 위에 그림처럼 떠 있다. 내영산도와 외영산도는 영산도와는 다른 섬이고, 이름이 예쁜 옥섬은 사실 조선시대에 감옥으로 쓰였던 섬이라 ‘옥’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마지막 뷰포인트는 상라정이다. 흑산도아가씨 노래비 옆으로 난 길로 올라가면 전파탑과 상라정이라 써 있는 팔각정이 있다. 여기서는 예리와 진리, 읍동 쪽 경관이 잘 보인다. 왼쪽으로 상라봉 정상이 보이는데 생각보다 높게 느껴져 ‘전망대에서 잠깐 걸어 다녀온 그 정상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진리 쪽 해변은 상라산 정상보다 더 가깝게 보이고 흑산항이 동그랗고 아늑하게 눈에 와 닿는다.

상라산은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번으로 만족하기에는 아쉽다. 또 상라산 정상과 상라정을 빼고 전망대에서 만족하는 여행자가 많아 안타깝다. 열두굽이를 힘들게 올라온 정성이라면 10분만 더 투자하길 권한다. 그곳에는 상상 이상의 장쾌한 경관이 기다리고 있다.


[여행 정보]

흑산도 가는 법
목포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 이용
승선시간: 오전 7시 50분, 8시 10분, 오후 1시, 오후 4시
운항시간: 2시간
운임: 일반 3만4300원 / 중고생 3만1100원 / 경로 2만7800원 / 소아 9650원
문의: 061-243-2111~4 / 061-275-8111

예매·출항 해운사 사이트
가보고 싶은 섬(한국해운조합) http://island.haewoon.co.kr
배부킹(배편할인 온라인예약) http://www.vebooking.co.kr
남해고속훼리 http://www.namhaegosok.co.kr
동양고속훼리 http://www.ihongdo.co.kr
목포여객선터미널 1666-0910

관광
일주관광 택시: (1대) 6만원 / 010-3747-9717
버스관광: (1인) 1만5000원 / 061-262-7888
해상관광 (1인) 22,000원 / 061-275-9115 / 010-3161-9115

신안문화관광
문의: 061-271-1004 http://tour.shinan.go.kr
흑산도닷컴: http://www.heuksando.com/
주요시설 연락처
목포선박운항관리실(풍랑 정보, 쾌속선 운행 여부 체크) 061-240-6031
흑산면사무소: 061-240-4008
흑산면관광안내소: 061-240-8520
오후 1:47 2015-08-20

● 음식
대박식당: 흑산도 대표 음식인 홍어회를 비롯해 백반 등의 메뉴가 있다.
대박세트(삼합, 전복, 동태탕) 100,000원 / 전복죽 12,000원 / 백반 8,000원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예리 1길 52 / 061-284-9909
요한수산: 홍어와 전복 등을 판매하며 전국 택배가 가능하다.
홍어회 30,000원~50,000원 / 전복회 30,000원~50,000원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예리1길 48-1 / 061-275-9202

● 숙박
게스트하우스 흑산도: 개별여행자에게 좋은 게스트하우스로 주인장으로부터 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조식이 무료로 제공되고 간단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도록 취사도구와 부엌 사용이 가능하다.
예약문의: 010-7107-5252 /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흑산일주로 23-2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