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했던 초등학교 시절, 13살 이종수는 패션쇼 기획자라는 꿈을 꿨다. 옷이 좋았고 무대를 꾸미는 일이 좋았다. 백화점 카탈로그를 하나 둘 모으고 프로들의 쇼를 분석하며 나만의 비즈니스를 구체화한 지 10여년. 20대 중반에 오너라는 타이틀을 달고 치열한 전쟁터인 패션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앞만 보며 달려온 지 17년, ‘1세대 패션브랜드 홍보대행사’에서 글로벌 마케팅회사 오너로 거듭나기까지, 그가 걸어온 삶은 파란만장했다.


'유(有)끼'. 글로벌 종합광고대행사 유끼글로벌을 이끄는 이종수 대표(41)는 회사 이름처럼 끼(재능)가 많은 사람이다. 구찌 주얼리, 카시오, 트루릴리젼, 진도모피 등 현재 그녀가 홍보하고 있는 유명브랜드만 100여개. 젊은 나이에 굵직굵직한 일들을 척척 따내는 데는 기존에 해오던 홍보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발상이 큰 힘이 됐다. 지난달 21일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녀가 말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자는 생각을 늘 해요. 기존엔 없는 형태의 것들을 발굴하고 새롭게 창조할 것에 대한 고민이요. 또 포기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 이 두가지를 업무시작과 동시에 계속 되뇌는 것 같아요.”


일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코 할 수 없는 표현이다.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남들만큼은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남들이 가지 않은 길, 새로운 창조물을 만든다는 생각. 그 출발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이종수 유끼글로벌 대표. /사진=머니위크 임한별 기자

◆ 25세에 창업… 1세대 여성 사업가

그녀는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그것을 다양한 루트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쇼 기획과 같은 프로모션, 언론홍보, 온라인 프로젝트, 셀럽마케팅, 바이럴을 포함한 SNS 관리 등이 그것이다.

그녀가 처음 일을 시작한 계기는 평범한 대학생과 다르지 않다. 대학졸업 후 한 잡지사에서 모집한 디렉터 및 스타일리스트 1기에 뽑혔고 선발된 10명 중 유일하게 다음 일이 연결됐다는 것이 좀 다를까.


“처음 진행한 일이 프리랜서 신분으로 화보를 작업하는 것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신생 잡지사가 많이 생겨나던 때죠. 화보 작업물을 갖고 신생 잡지사 편집장을 찾아가 같이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먼저 제안했어요. 그때부터 에디터 겸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죠. 그것이 제 일의 시작이에요.”

이 의욕 넘치던 에디터는 잡지 일도 좋지만 다양한 패션브랜드를 홍보하는 일을 기획할 때 또 다른 열정이 타오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침 한 패션회사에서 브랜드 홍보와 관련된 마케팅 제안을 했고 그녀는 오피스텔을 얻어 첫번째 브랜드 홍보를 시작했다. 그때가 지난 1998년, 그녀의 나이 불과 25세였다.

“여자가 무슨 사업이냐”라는 부모의 반대 속에서도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고 그에 따른 변화도 이어졌다. 13평짜리 공간, 직원 수 1~2명에 불과했던 회사는 1년에 한번씩 확장 이전을 했다. 18평에서 23평, 다시 48평으로…. 그 즈음 시스커뮤니케이션이라는 홍보대행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때 제 나이가 28살이었어요. 몇억원의 자금을 가지고 M&A를 하기엔 쉽지 않은 나이였죠. 하지만 회사를 더 시스템화해서 운영하기로 마음먹고 과감히 인수를 결정했어요. 그곳에서 홍보하던 브랜드 20개와 전 직원들까지 모두 한식구로 받아들였죠.”

/사진=머니위크 임한별 기자
/사진=머니위크 임한별 기자

◆ 낯선 미국, 글로벌 꿈으로의 이륙

그렇게 확장한 회사는 17년이 지난 현재 직원 수 60여명에 400평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 성장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성장을 꿈꾸던 그녀는 4년 전엔 미국에 ‘유끼글로벌 USA’지사를 차렸다. 홍보를 하면 할수록 브랜드의 성공은 글로벌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10년 전 일본 카시오브랜드의 25주년 파티가 뉴욕에서 크게 열렸어요. 전세계 바이오와 마케터 1000여명이 모인 자리였죠. 당시 국내에는 글로벌한 브랜드가 하나도 없었어요. 아쉬워하던 차에 카시오 행사를 카시오 홍보를 대행하는 에이전시가 담당한 것을 알게 됐죠. 이거다 싶었어요. 국내브랜드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겠다고 생각했죠.”

국내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마케팅, 유통, 브랜딩 등을 시스템화 해 담당해주는 매개체가 있어야 할 터였다. 그래서 그녀는 미국시장에 국내브랜드가 접근할 수 있도록 마케팅 솔루션(셀럽 마케팅, 스타마케팅, 해외콘텐츠 관리 등)과 유통 솔루션(회사 설립부터 회계관리, 웹디자인, 마케팅, 유통서비스 등 통합 관리)을 제공한다.

이즈음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또 한번 얻어낸다. 잡지사 에디터, 스타일리스트에서 1세대 패션 홍보대행사 대표로 그리고 이때부터 글로벌 광고에 이어 유통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글로벌 마케터로 거듭난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항상 없던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 것 같아요. 지금이야 홍보대행사가 많아졌지만 제가 시작했을 때만 해도 블루오션이었죠. 미국지사 설립도 기존에 없던 업무형태를 새롭게 만들어 낸 부분이니까요. 누가 하라고 시킨 일도, 억지로 끌고 간 일도 아닌데 마케터로서 한 획을 그으려면 전 세계를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고 그래야만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미국 내 매니지먼트를 인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국내든 해외든 아직은 더 빨리 달려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여성 사업가라는 편견을 뛰어넘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사람. 그녀에게 붙은 다양한 수식어는 그렇게 만들어진 듯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꿈이 이뤄지기 위한 또 하나의 도전이 시작됐음을 알려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