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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영남상고를 다니던 18세 고등학생이 농협중앙회에 ‘주산 특기생’으로 입사했다. 재직 중 명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금융제도팀 과장, 금융기획부장, 기획실장을 거쳐 농협중앙회 신용대표 자리에 올랐다.
‘상고출신 임원’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붙던 그는 이제 22개 은행을 회원사로 둔 은행연합회를 이끌게 됐다. 바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의 얘기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지난 1일 취임식을 갖고 3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김 회장은 “오랜 은행업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40년 농협맨, 역량·자질 기대
김 회장은 농협에서 40여년 근무한 ‘농협맨’이다.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그는 수신부장과 금융기획부장, 기획실장을 지냈고 신용부문 대표에 올라 연임에 성공했다. 농협중앙회는 신경분리 전후를 막론하고 계열사 대표가 연임하는 사례가 극히 드문 점을 감안하면 ‘워커홀릭’으로 소문 난 그의 업무열정이 인정받은 것이다.
이번 은행연합회장 선임과정에서도 김 회장의 업무추진력과 조직장악력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농협중앙회 신용부문 대표이사는 현재 농협은행장이다. 김 회장은 신용부문 대표 시절 농협의 기업금융을 확대하는 발판을 마련했고 2013년 신경분리 작업도 무난하게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행권은 김 회장이 4차산업 혁명의 변화를 겪는 은행권에 새로운 영업기반을 만들고 선진화 작업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김 회장은 농협에서 신경분리 등 굵직한 구조개혁작업을 맡을 때 정치권·금융당국에 협조를 얻은 경험이 있다”며 “은행권과 금융당국, 정치권의 관계를 조율하는 중간자 역할을 잘 수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직원들은 김 회장이 직원을 살갑게 챙기고 소통하는 ‘이상적인 리더’라고 평가한다. 2013년 농협중앙회 부회장으로 복귀했을 때 직원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을 정도로 소통에 능했다.
은행권은 지난해 금융노사가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갈등을 겪은 만큼 김 회장의 소통능력에 관심을 기울인다. 은행연합회장은 사측 대표기구인 사용자협의회장으로서 노조와 의견조율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노사는 노동자 대표를 기업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상황이어서 중재가 필요하다. 정부가 공공기관 호봉제의 대안으로 제시한 직무급제 도입, 내년도 임단협 타결도 금융노사가 새롭게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그나마 김 회장이 금융노사 현안을 논의할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과 농협중앙회 선후배 사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류가 포착된다. 김 회장과 허 위원장은 각각 1971년, 1994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은행연합회와 금융노조가 원활한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부금회 논란 ‘부담’… 은행 ‘밥그릇’ 지켜야
김 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찮다. 개인적으론 ‘어부지리’ 회장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당초 은행연합회장은 홍재형 전 부총리,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 굵직한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거론됐다.
김 회장은 관료출신 ‘올드보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반사효과를 받아 ‘깜짝인사’로 발탁됐다.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올드보이를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공과와 무관하게 민간출신 김 회장이 선출됐다는 후문이다.
또한 문재인정부의 금융인사코드로 자리매김한 부금회 출신인 점도 논란을 빚는다. 금융권에선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가 지고 부금회(부산연고 금융인 모임)가 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산 출신 인물이 금융회사 요직에 속속 자리했다.
부금회는 지난해 3월 수도권에 근무하는 부산 연고 금융인 50여명이 모여 만든 사교모임이다. 김 회장을 비롯해 정지원 한국거래소 사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이 대표적인 부금회 출신으로 지목된다.
김 회장이 부금회 멤버라는 것은 ‘정치권 줄대기’를 통한 보은인사란 오해를 받기 쉽다. 부산고 출신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금융권에 부금회 인물을 추천하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더욱이 그는 문재인캠프의 경제금융위원회 공동 부위원장을 지낸 적이 있어 ‘문캠프 인사’라는 꼬리표도 떼야 한다.
이밖에도 김 회장은 은행권의 고유업무를 사수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최근 은행권은 증권업계에 먹거리를 뺏기는 등 위기를 겪는 상황이어서 22개 은행을 대변하는 은행연합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앞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과 증권사의 법인결제 허용, 은행권의 불특정 금전신탁 부활을 두고 수차례 입씨름을 했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 IB 발행어음업무(단기금융업)’를 따내면서 ‘밥그릇 싸움’이 더 치열해졌다.
현재 은행연합회는 은행의 고유영역이던 단기금융업을 증권사에 내줘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은행연합회장이 고액 연봉을 받는 데 비해 회원사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은행산업의 충실한 대변자로서 은행장과 합심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며 “은행산업은 경제의 동맥인 만큼 은행업을 성장시켜 금융산업 발전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판알을 잘 튕기던 고등학생은 이제 은행연합회장으로 우뚝 섰다. 김 회장이 이끄는 은행연합회가 22개 은행과 함께 기대만큼 성장가도를 달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 프로필
▲1953년 부산출생 ▲영남상고, 명지대 경영학과 졸업 ▲1971년 농협중앙회 입사 ▲1981년 금융부 금융계획과장 ▲1997년 성남시지부장 ▲2007년 금융기획부장 ▲2008년 기획실장 ▲2008년 7월 농협중앙회 신용대표 이사 ▲2013년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2013년 6월~2014년 12월 농협중앙회 부회장 ▲2017년 3월 하나금융투자 사외이사 ▲은행연합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17호(2017년 12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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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안녕하세요. 동행미디어 시대 이남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