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AP·뉴시스
글로벌 무역시장에 다시 전운이 감돈다. 협상을 통해 통상마찰을 벗어날 방향을 찾던 미국과 중국이 갑작스러운 미국의 관세부과 추진으로 2라운드 전쟁의 공을 울렸다. 이 가운데 유럽도 합세해 미국을 상대로 관세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세계 통상환경이 혼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경제 성장의 대부분을 무역에 의존한 우리나라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관세에 보복관세… 힘겨루기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물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관세 부과 대상은 1102개 품목에 달하고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공학, 신소재·자동차 등이다.


중국은 즉각 보복조치에 나섰다. 중국 국무원 산하 관세세칙위원회는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 659개 품목에 25%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농산물, 자동차, 수산물 등 340억달러 상당의 545개 품목은 다음달 6일부터 관세를 부과한다. 또 화학제품, 의료장비, 에너지제품 등을 포함한 나머지 114개 품목에 대해서는 공고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추후 관세부과 일자를 발표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예고한 대로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보복관세를 매기면 이보다 4배 많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 역시 자국민의 미국여행 제한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양국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도 참전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EU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에 맞서 지난 22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미국이 EU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에 상응한다.

◆한국에도 영향 전망… ‘시장다변화’가 답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등 G2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전체 GDP의 68%에 달한다. 양국 통상환경 변화에 따라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의 무역제재로 중국 전자제품의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중국으로 수출되는 우리나라 반도체나 TV 송수신기 등의 중간재 수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중국에 총 1421억달러를 수출했는데 이 중 중간재 비중이 78.9%에 이른다.

특히 미중 간 무역 분쟁이 유럽연합(EU) 등으로 퍼질 경우 피해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중국, EU 관세가 모두 10% 포인트 인상하면 글로벌 무역량이 6% 감소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은 6.4%(367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일부 국가에 지나치게 치중된 우리나라의 수출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우리나라 수출시장 다변화 비교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미국·베트남·홍콩·일본 등 한국의 5대 및 10대 수출시장 비중은 각각 56.5%와 69.2%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꾸준히 높아졌다. 이 같은 수출 쏠림은 통상압력, 수입규제 등 글로벌 리스크에 취약한 결과를 낳는다는 설명이다.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정귀일 연구위원은 “중국과의 사드 갈등, 미국의 철강 쿼터 및 한·미 FTA 개정 요구 등을 통해 수출 변동성 리스크가 커지면서 중국 등 소수국가에 집중된 우리 수출구조가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신남방, 신북방 시장 개척을 통해 수출시장을 보다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