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의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한 ‘역세권 2030청년주택’사업이 지역이기주의 논란으로 번졌다. 상생을 위한 발걸음이 지역주민과 마찰을 빚어서다. 머니S는 청년주택 문제로 시끄러운 지역을 찾아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전해진 ‘지역주민’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또 청년단체와 행정당국의 의견을 듣고 청년임대주택 거주자를 만나 청년주거문제의 현실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서울시가 추진 중인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은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역세권에 청년층(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을 위한 소형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민관협력사업이다.
청년층의 주거난을 해소하고자 추진된 정책이지만 시행과정에서 일부 지역주민이 반발하며 지역이기주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산동의 경우 H아파트의 일부 주민이 청년주택을 ‘빈민아파트’라고 부르며 지역 슬럼화, 우범지대 우려, 집값 하락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과격한 표현과 납득되지 않는 사유가 여론의 강한 질타를 받자 반대주민들은 입장을 바꿨다. 청년주택사업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정책의 세부사항에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년단체 관계자의 말을 빌면 갑자기 ‘주거운동가’로 변모했달까.
‘성내동 청년임대주택 반대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성내동은 생존권이 걸려 당산동과는 사정이 다른데 언론보도에서 도매금으로 묶여 지나친 비판을 받았다고 토로한다. 자신들은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서면 먹고살 길이 막막해져 상생의 정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지 청년임대주택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성내동 반대주민들은 지금도 ‘생존권’을 외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머니S가 강동구 성내동을 찾아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서울시 강동구 성내동 87-1 일원 서울상운차량공업부지 / 사진= 강영신 기자 ◆"갑자기 그렇게 큰 건물이 들어온다고?"
천호역 일대는 상권이 커 강동구 노른자 땅으로 불린다. 5·8호선이 지나는 환승역 주변에는 현대백화점, 이마트가 들어섰고 길 하나만 건너면 로데오거리와 먹자골목이 펼쳐진다. 천호역 8번 출구로 나와 3분 정도 걸으면 성내동 서울상운차량공업부지(이하 서울상운)가 보인다.
서울상운 앞으로는 올림픽로가 지나며 뒤쪽은 ‘빨간벽돌 집’이 늘어선 주택가다. 올릭픽로 변은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돼 개발이 제한됐다. 뒤편의 주택가는 지은 지 20년이면 젊은 축에 속한다고 말할 만큼 오래된 주택이 많고 대다수가 3~4층짜리 저층주택이다.
서울상운과 등을 맞댄 주택들은 하나의 담벼락을 공유하다시피 했다. 차량공업사가 운영되던 시절에는 분진과 고약한 냄새 때문에 피해를 봤다. 옥상에 빨래를 못 널었고 아무개네 자식은 기관지가 약해졌다.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감감무소식이던 것이 공업사가 문 닫고 나서야 해결됐다.
서울상운 부지에 역세권 2030청년주택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주민에게 처음 전해진 건 지난 1월10일 강동구의 열람공고(‘강동 성내 역세권 청년주택(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지정 등을 위한 열람 공고’)를 통해서다. 주민센터에 들른 마을주민이 우연히 열람공고를 보고 이 사실을 동네에 알렸다.
동네는 난리가 났다. 특히 서울상운 바로 옆 주택가에 사는 몇몇 주민은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했다. 다른 사람들이 “갑자기 그렇게 큰 건물이 들어온다고?”라며 걱정과 기대가 반쯤 섞인 말을 할 때 그들은 생존이 달린 위급한 사안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상운 부지는 지하 7층·지상 35층·990세대 규모의 역세권 청년주택(기업형 임대주택)이 들어서기 위해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까지 마친 상태였다. 주민들에게는 설명이 필요했다.
지난 1월23일 강동웨딩 KDW 2층에서 성내동 주민과 이해식 당시 강동구청장이 만났다. 하지만 이 전 구청장은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오는지) 나도 몰랐다. 깜짝 놀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주민들은 설 연휴를 준비하는 틈틈이 의견을 모았다. ‘성내동 청년임대주택 반대위원회’는 3월9일 강동구청을 찾았다. 평균연령 60대의 노인들은 구청장실이 있는 복도에 눌러앉아 구청장을 기다렸지만 끝내 만날 수 없었다.
지난 3월9일 강동구청을 찾은 성내동 청년임대주택 반대위원회./사진=주민 제공
이와 관련 강동구청 관계자는 역세권 2030청년주택사업은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것이므로 구청이 사업심사 등을 미리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적법한 절차를 따랐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승인 뒤 주민공람을 했고 주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도 열었다는 것이다. 주민 몰래 진행한 게 아니라 민간에서 사업신청이 들어오면 검토 후 인가하는 방식이므로 승인되기 전에는 사업을 공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가 지난해 1월14일 보도한 ‘신설법인 현황 (2017년 1월 6일~2017년 1월 12일)서울’에는 성내동 청년주택의 시행사인 ‘천호스테이션하우징’이 나온다. 천호스테이션하우징의 업종 설명에 ‘서울 강동구 성내동 89-3번지 일원(이하 사업부지)에서 추진하는 성내동 천호역 역세권 2030청년주택 개발’이라고 적혀 있다.
◆“괘씸해서 더 화가 난다”
성내동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는 김모씨(76·여)는 구청장의 답변이 괘씸해서 더 분통이 터진다. 그는 금이 간 건물을 가리키며 얼마 전 용산에서 일어난 참사를 보고도 여기에 지하 7층짜리 건물을 짓냐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전부 3~4층짜리 건물인데 35층짜리 건물을 지으면 어찌 살라는 말인지. 동네 전체가 그늘에 잠기게 생겼어. 동네상황을 직접 보고 일을 해야지.”
김씨는 반대단체 주민들이 성내동에서 40년 가까이 산 주민들이라고 말했다. “이제 와서 어디로 이사 가겠어. 여기서 살다가 죽어야지.” 그런데 새로 지어질 청년주택 때문에 일조권과 생활권이 침해받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 차량공업사로 인해 고통받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이제는 그 자리에 생길 건물 때문에 김씨는 또 한번 근심에 휩싸였다.
성내동 전경. 사진 하단이 서울상운 부지. / 사진= 강영신 기자
◆ "아무도 모른다는데 우리라도 싸워야지"
결혼하고 이 동네에서 43년을 살았다는 나모씨(66·여)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집회를 시작하고 서울시에 탄원서를 넣었는데 얼마 뒤 38층이 올라갈 것을 3층 내려 35층으로 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씨는 청년주택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청년주택의 용적률과 세대수를 낮추고 균등하게 발전할 수 있게 정책을 먼저 마련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도 동네에 방이 안 나가는 집이 많다고 걱정을 털어놨다.
“우리는 노후대책이랄 것도 없이 월세로 근근이 먹고산다. 그런데 저 자리에 임대주택이 생기면 여긴 수익성이 너무 떨어진다. 누가 110m짜리 건물 옆에 있는 땅을 사겠나. 그것도 층수도 못 올리는 땅을. 한쪽은 상업지역이어서 35층까지 올리고 바로 옆은 3종일반이라 아무리 높아봐야 7~8층인데.”
청년임대주택 반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모씨(60·여)는 사업 발표 후 당국의 대처가 싸우도록 부추긴다고 말했다. 주민간담회 자리에서 만난 강동구 시의원도 성내동에 청년주택이 건설되는 걸 몰랐단다. 그는 “어떻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느냐”면서 울분을 토했다.
구청에만 찾아가고 사업의 인허가권이 있는 시청을 안 찾아간 이유를 물었다. 이 위원장은 가봤자 결정권자는 못 만나고 주무관만 상대할 게 뻔해서 안 갔다고 대답했다. 그러다가 강동구청에서 서울시 역세권계획팀장, 임대주택과장을 만났다. 시는 청년주택 내부에 주민 커뮤니티시설을 지어준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주민과는 무관한 시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상생을 하려면 상업시설이 들어오고 그 건물에 공공임대를 추가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민간분양으로 전환되는 8년 뒤면 동네 주민이 그 건물 들어가서 커뮤니티시설을 이용할 수 있겠나. 자기네 아파트 놀이터에 다른 아파트 사는 아이 못 들어오게 하고 그러는 세상이다. 거기 커뮤니티시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할 수 있나.”
서울상운 부지와 등을 맞댄 주택. ◆비싼 임대료, 민간사업자 배불리는 사업?
이 위원장과 나씨는 성내동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인데 서울상운 부지만 상업지역으로 바꿔 특혜를 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질적으로 15%가량만 기부하고 8년 뒤에는 전부 개인자산이 되니 결국 민간사업자 1인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들은 청년주택사업을 이상한 정책으로 못 박았다. 싼 땅에다가 싼값으로 영구임대하는 것도 아니고 금싸라기 땅에 비싼 임대료를 받는 임대주택을 왜 짓느냐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강동구청 관계자는 "청년주택은 정부사업이고 정해진 법에 따라 진행된다"면서 "용도지역 상향도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이다. 그걸 특혜라고 주장하는 건 억지"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많이 배워야 할 청년들이 이동에 허비하는 시간을 줄여준다면서 ‘역세권’에 짓는 이유를 역설했다.
반대주민들은 청년임대주택의 임대료 책정 기준도 지적했다. 성내동 청년주택사업 시행사는 삼각지에 지어지는 1호 청년주택의 월 임대료 책정표를 가져왔다. 삼각지 청년주택은 ▲1인 단독 전용면적 19㎡(약 6평)의 보증금·월세가 3950만원/38만원 또는 9485만원/16만원 ▲신혼부부 전용면적 49㎡(약 15평)는 8500만원/84만원 또는 2억805만원/35만원이다.
성내동 주택가 곳곳에 걸린 청년주택사업 반대 현수막.
지난달 27일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직방’에 올라온 매물정보를 참고하면 천호역 인근 신축원룸은 ▲26.45㎡(약 8평) 4000만원/48만원 ▲33.06㎡(약 10평) 5000만원/50만원의 시세를 보인다.
이씨에 따르면 성내동 청년주택 시행사는 임대료 자료를 주면서 삼각지보다 임대료를 더 받을 예정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시행사 측의 말이 더 가관이다. 여러분 방은 싸고 우리는 비싸니까 방 안 나갈 걱정은 하지 말란다. 동네 주민과는 임대시장이 안 겹친단다”면서 이게 민간사업자 배불리는 사업이 아니고 뭐냐고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