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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떻게 식민지배와 6·25전쟁으로 인한 자산파괴를 단기간에 극복하고 세계 10대 경제대국과 민주화를 달성했을까. 삼성전자는 어떻게 반도체와 휴대폰에서 세계 1위가 됐고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빌보드차트 1위에 올라 K-Pop 열풍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을까.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한 것으로 당연시됐던 일이 기적처럼 현실이 되는 배경엔 무엇이 있을까. ‘홍찬선의 패치워크 인문학’에선 그런 기적을 일으킬 수 있었던 우리의 인문학적 바탕을 찾아본다. -편집자-
인류 역사는 분배를 둘러싼 갈등의 연대기다. 원시수렵사회에서는 사냥물을 나눴고 농경사회에서는 농산물 배분을 놓고 다퉜다. 거의 대부분은 공동체 안에서의 싸움이었지만 때에 따라 먹을 것을 찾거나 땅을 더 늘리려는 약탈적 침입과 방어로 이어졌다. 이 같은 분배를 둘러싼 갈등은 민족간, 국가간 전쟁으로 치달았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근대 경제학’이 등장했다. 먼저 주도권을 잡은 것이 ‘만든 것은 모두 팔린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세이의 법칙’. 절대적으로 빈곤했던 시절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이 부족했기 때문에 수요보다는 공급이 부족했던 시기의 문제해결책이었다.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유주의시장경제를 주장하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도 따지고 보면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이다.
◆당면과제 해결하는 경제학
세이의 법칙과 <국부론>이 산업혁명 직후 자본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다 보니(의도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밖에 없는 무산계급(프롤레타리아)은 점점 더 살기 어려워졌다. 남녀 노동자는 물론 10살 안팎의 앳된 어린이까지 연중무휴 하루 15시간의 노동에 시달렸다. 마르크스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해 이익을 독점한다는 문제를 본격 제기했다. 그는 단결한 무산계급이 혁명을 일으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에서 스미스와 마르크스 진영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사이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이 발생했다. 주가가 폭락하고 성장엔진은 멈췄으며 실업자는 빠르게 늘어났다. 물건을 만들어도 살 사람(돈)이 없는 ‘유효수요 부족’ 시대가 온 것. 케인즈는 정부가 돈을 풀어(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대량실업과 마이너스 성장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마르크스와 케인즈는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마르크스 해법은 레닌이라는 걸출한 혁명가를 만나 ‘러시아 공산혁명’을 성공시켰다. 모택동이 국민당을 대만으로 몰아내고 중국을 차지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공산주의는 동유럽과 동아시아 등에 요원의 불처럼 퍼져 한때 자본주의 진영을 위협했다.
하지만 그들이 내세운 ‘무산계급독재’는 새로운 특권계급을 만든 지배층의 교체였을 뿐 못사는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은 결코 만들지 못했다. 1990년 소련이 해체됐고 중국도 이름만 공산주의일 뿐 실제로는 자본주의시장경제(이를 부정하기 위해 중국특색사회주의시장경제라는 긴 이름을 쓰고 있다)를 따른다.
케인즈 처방도 1970년대 불어닥친 1·2차 오일쇼크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고물가)으로 유효성이 뚝 떨어졌다. ‘대공황을 해결한 것은 케인즈 경제학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의 군수산업이었다’는 평가 속에 정부부채가 누적되며 2008년 미국발 글로벌금융위기가 터진 뒤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았다.
◆공자 이코노믹스로 대안 모색
현재 경제학은 당면한 경제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 나날이 늘어가는 실업자,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아파트값, 2%대로 떨어져 빠르게 식어가는 성장엔진…. 문재인정부는 돈을 풀어 저성장과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투기세력’을 두들겼지만 부동산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갈수록 꼬이는 양상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방향은 잘 잡았으나 이미 실패한 대책을 되풀이한 탓이다.
한국경제 외에도 세계경제도 마찬가지. 근본적이고 핵심적 문제는 ‘일반적 과잉생산과 항상적 유효수요 부족’이다. 산업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경제는 대부분 생산이 문제였다. 기후변화나 전염병 등으로 공급이 급감하는 경우가 되풀이됐기 때문인데 지금은 대부분 극복한 문제다.
하지만 유효수요 부족은 고질병이 됐다. 소득과 부의 양극화로 소비성향이 낮아지는 데 따른 필연적 결과다. ‘소비성향’은 소비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소비성향=소비÷소득×100)으로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도 증가하지만 소득이 늘어난 것보다는 적게 증가하게 마련이다.
유효수요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르크스는 힘(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가진자의 것을 빼앗아 못가진 자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을 제시했다. 하지만 무산계급혁명은 성공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혁명을 주도한 자들이 새로운 특권층에 오르는 사이 무산계급은 계속 프롤레타리아로 남게 되는 실패한 시도다.
나라에서 돈을 풀어 해결한다는 케인즈 처방도 단기적으로 가능할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파산한 이론으로 드러났다. 2차 세계대전 후 1960년대 말까지 장기호황이 이어졌을 때 ‘우리는 모두 케인즈주의자’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지금은 케인지언이라고 나서는 경제학자가 거의 없다.
문제가 있으면 대안이 있다. 문제는 케인즈가 지적했듯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열린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 그는 <일반이론> 끝부분에서 “경제 및 정치철학 분야에 있어서 25세 내지 30세를 지나서 새로운 이론에 영향 받는 사람이 많지 않으며…빠르든 늦든, 선에 대해서든 악에 대해서든, 위험한 것은 (기존)사상”이라고 썼다. 문제해결 능력이 없어진 것으로 결론 난 낡은 처방(경제학)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면 절대 당면문제를 풀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의 고질병인 유효수요 부족은 계급투쟁적 접근이나 돈을 푸는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그것은 사람 본성과 도덕을 깊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기심이 넘치면 모두 잘 살지 못하고 ‘너도 함께 잘 살아야 나도 더 잘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부자들이 덜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걸 나누도록 하는 도덕적 설득이 절실하다.
공자는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을 널리 돕되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서는 안된다(周急不繼富)”고 강조하며 세금을 덜 거두려는 위정자를 막지 않은 제자 염구를 파문했다. 그렇다고 국가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역사와 운명의 여신은 ‘명령’보다 ‘시장’ 편에 있다는 사실은 수없이 증명됐다. 공자의 “많은 것을 덜어 없는 곳에 더해준다(裒多益寡, 부다익과)”의 경세철학으로부터 새 경제학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계속해 보자.
☞ 본 기사는 <머니S> 제562호(2018년 10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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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 전 머니투데이 편집국장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