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보험업계 신년사 키워드가 '성장'이었다면 올해는 '생존'이었다. 이달 초 잇따라 신년사를 내놓은 보험업계는 저금리 기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업황 부진에 저금리까지 겹치면서 영업, 투자이익이 모두 하락세를 보인 것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보험CEO들의 신년사에서는 단순히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가 아닌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까지 읽힌다.

◆신년사 키워드 '생존·효율성 제고'

지난해 말 발표된 생명·손해보험협회장들의 신년사에서도 보험업계에 닥친 '위기감'이 감지됐다. 특히 신용길 생보협회장은 엄청난 도전이란 표현으로 보험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기준금리 하락으로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도전을 마주할 수 있다"며 "심화되는 저금리 흐름을 극복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가 낮아질수록 과거 고금리 계약의 부채적립 부담은 높아져, 이차역마진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생보산업의 성장잠재력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방안 마련에 업계와 금융당국, 연구기관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

김용덕 손보협회장도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 과잉진료 등으로 인한 손해율 상승, 저금리로 인한 수익률 감소로 실적이 저조했던 한 해였다"며 "보험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사업비와 경비 절감, 조직 슬림화 등을 통한 긴축경영에 돌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성장·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해 그간 우리가 누려왔던 양적 성장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새로운 시장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두 협회 수장 모두 보험업계가 올해 '생존'하기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주요 보험사 수장들의 신년사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감지됐다. 그동안 혁신을 외쳐왔던 보험사 수장들은 생존을 위한 영업 효율성 제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은 "질과 효율 중심의 영업문화를 만들자"고 말했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추구해 생존에 포커스를 두자는 외침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올해 사업비와 임원 경비, 행사비 등 비용을 30% 감축하기로 했다. 특히 임원 경비는 담당 보직과 업무 유형에 따라 최대 50%까지 줄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비용절감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비상경영체재에 돌입한 만큼 영업효율 제고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위기 돌파를 위해 '디지털사업'을 더 강화할 것임을 밝혔다. 신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고객이 디지털을 활용해 보험상품과 서비스를 접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고객 만족을 창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은 이익 기반의 내실 성장을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외형 중심의 성장이 아닌 이익 기반의 내실 성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전사 사업비의 효율적인 집행을 추진하며 저금리 시대에 최적화된 자산 운용을 통해 안정적인 자산운용 이익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는 ▲극단적 합리주의 ▲극한의 비용절감 등을 경영전략으로 제시했다. 불필요한 지출이나 비효율적 경영을 버려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소비자 없이 생존도 없다

매년 신년사에서 '소비자 중심 경영'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문구였다. 하지만 올해는 '소비자 신뢰 회복'으로 변화됐다. 보험업계가 원하는 '생존'을 위해서는 우선 소비자들로부터 민심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올해 손보사들은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앞두고 있다. 4월에는 보험사들의 예정이율 인하가 예고되며 보장성보험료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손해율 증가와 함께 수익률 저조로 보험사 입장에서도 '생존을 위한 인상'이지만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오르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무리한 보험료 인상만 반복되면 자칫 소비자 대거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어 보험업계는 우선 소비자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신용길 회장은 "소비자 신뢰 회복을 통해 생명보험의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받는 일은 힘들고 어렵지만 지속성장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김용덕 회장도 "손해보험은 민원이 많은 업종 중 하나"라며 "민원에 대한 업계의 자율조정 역량 강화를 통해 단순한 불편사항이 분쟁과 소송으로까지 이어져 불필요한 비용과 불신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어 "상품개발 단계에서부터 분쟁 리스크를 차단하고자 노력하고 계약 체결 및 유지·관리 과정에서 잘못된 관행이 남아 있다면 적극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