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기존 1.25%로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나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대신 한은은 경기 지원을 위한 우회적 수단으로 '금융중개지원대출' 카드를 꺼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은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코로나19 피해기업을 위해 금융기관에 대한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기존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5조원 증액하기로 의결했다.


◆부동산 불쏘시개 될라… 금리인하 '신중론' 

채권전문가들은 이번달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86개 기관)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81%가 2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나머지 19%는 인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실제 경제지표 변화를 지켜보자는 심리가 우세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이주열 총재는 금리인하에 부담을 내비친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기준금리 인하는 부작용도 있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하며 매파적(긴축 선호) 시그널을 던졌다.

한은이 금리인하 시 경제회복에 즉각 반영될 지 확실치 않은 데다 0%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어 인하여력도 충분치 않은 것이 동결 배경으로 풀이된다. 또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로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가계부채 증가의 우려가 있는 만큼 실익을 따져보고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0.25%포인트씩 인하하는 것은 경제 주체들이 체감하기 어렵다”며 “향후 정말 위기가 찾아온다면 0.50%포인트 이상 내릴 경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에 경제성장률 낮춰… 4월 인하 불가피


이번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금융 전문가들은 한은이 경기 방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23일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추가경정예산 편성 검토까지 지시한 상황에서 발걸음을 맞추기 위해서다. 


다음 금통위 정례회의인 오는 4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융중개지원대출 등을 통해 우선적으로 대응한 한은이 4월 금리인하를 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낮췄다. 지난해 11월 발표 이후 3개월 만이다.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주는 충격을 감안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이다. 다만 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4%로 유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의 경우 지난해 11월 예상한 1.0% 그대로 이어졌다. 2021년도 1.3%로 변동이 없었다.

한은은 "코로나19 영향에 소비위축, 수출둔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국내경제 성장세 약화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주열 총재의 기자간담회는 사상 처음으로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금리동결 배경과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 등에 대한 언급이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