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을 업고 금융혁신이 가속화된다. 우리는 휴대폰에 신용카드를 저장하고 결제하며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금융거래를 한다. 더 빠르고 신속한 서비스를 원하는 금융소비자들에게 디지털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가까운 미래, 디지털이 우리의 금융생활을 또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어두운 이면도 보인다. ‘현금없는 사회’ 속 디지털 문맹인 사람은 디지털이 야속하다. 디지털로 편리해진 주식거래는 투자 문턱을 낮췄지만 동시에 불안해하는 ‘개미’는 늘어났다. 빠르게 금융생활에 스며든 디지털. 우리에게 득일까 실일까.<편집자주>
보험업계에 디지털 손보사 설립 열풍이 분다. 한화손보는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과 손잡고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을 출범시켰고 국내 굴지의 IT기업 카카오도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혁신적인 디지털 손해보험사 모델을 통해 신규 사업을 발굴할 것.”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월 더케이손해보험 인수를 확정지은 후 앞으로의 밑그림을 선보였다. 더케이손보를 디지털 종합 손보사로 키우겠다는 전략인 것. 디지털 특화 상품으로 급변하는 보험산업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보험업계에 디지털 손보사 설립 열풍이 분다. 한화손보는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과 손잡고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을 출범시켰고 국내 굴지의 IT기업 카카오도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보험업계는 수익성 악화에 시름하는 상황. 이들은 왜 ‘디지털 손보사’ 출범을 준비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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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입히면 어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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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는 캐롯손보다. 지난 1월 ‘스마트온’ 보험을 내놓고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한 캐롯손보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생활밀착형’ 보험으로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주행거리만큼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PER MILE) 자동차보험’은 출시 후 독창성을 인정받아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2호 디지털 손보사는 카카오페이와 삼성화재의 합작보험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양측은 이달 예비인가를 신청하고 이르면 올해 안에 본인가를 받을 전망이다. 양사의 디지털 손보사는 카카오페이가 경영권을 갖는 대주주로 참여하고 카카오와 삼성화재는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다. 보험상품 개발 관련 노하우는 삼성화재가 제공하고 카카오의 플랫폼 파워, 카카오페이의 결제편의성이 더해진 생활밀착형 보험을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하나금융도 디지털 손보사 설립이 유력하다. 김정태 회장이 지난달 더케이손보 인수를 확정지으며 디지털 종합손보사 설립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하나금융은 최근 인슈어테크(보험+핀테크)업체인 보맵에 85억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으로 디지털 보험 강화에 나선다.
IT와 금융업계가 수익성 악화에 시름하는 보험업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디지털’을 입힌 보험상품이 고객에게 통한다는 계산 때문이다. 최근 보험업계는 너도나도 디지털 혁신을 외치고 있다. 그동안 성장을 외치던 보험사들은 이제 ‘고객 가치 중심’의 전략으로 선회 중이다. 고객들은 빠른 보험금 청구와 내게 맞는 차별화된 보험상품을 원한다. 이때 가장 필요한 기술은 디지털이다. 캐롯손보가 SK텔레콤과 손을 잡고, 삼성화재가 카카오와 손잡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캐롯손보는 최근 카카오 초대 커머스-페이먼트 총괄 사업부장을 역임한 박관수 상무를 영입하기도 했다.
생명보험 부문보다 손해보험이 유연하게 디지털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디지털 손보사 설립의 배경이다. 인(人)보험 위주의 생명보험은 듀레이션(만기)이 길어 단기성 생활밀착형 보험을 내놓기에 한계가 있다. 반면 손해보험 부문은 자동차보험을 비롯해, 운전자보험, 여행자보험 등 비교적 상품구조가 단순하고 단기성으로 가입할 수 있다.
보험업계에 디지털 손보사 설립 열풍이 분다. 한화손보는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과 손잡고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을 출범시켰고 국내 굴지의 IT기업 카카오도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실제로 캐롯손보는 ‘껐다 켰다’가 가능한 스위치보험, 단기질병보험 등 단기로 가입 가능한 생활밀착형 보험을 주로 내놓고 있다. 카카오-삼성화재, 하나금융의 디지털 손보사도 디지털 혁신이 가미된 생활밀착형 보험을 우선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한 손보사 고위 임원은 “미래의 주 고객층이 될 2030 세대들은 점점 보험상품 가입 자체를 번거로워하고 어떤 상품이 있는지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며 “이런 계층은 보험사가 간편가입, 저렴한 보험료가 기본인 차별화된 보험상품으로 어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보험사 온라인채널 마케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점 임대료나 설계사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아 사업비 절감이 가능한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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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달린 수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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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 디지털 손보사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는 편이다. 단기성 소액상품을 주로 내놓는 채널 특성 때문에 수익면에서 재미를 보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이에 대해 캐롯손보나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준비 중인 카카오 측은 상품 판매보다 ‘플랫폼’ 육성에 중심을 뒀다고 설명한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상품 판매보다 보험자체가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른 방향에 더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향후 카카오페이를 기반으로 은행·주식·보험 등 금융 전 분야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는 ‘머니 2.0’ 전략을 실행할 계획이다. 카카오 플랫폼을 중심으로 금융 신사업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 단순히 보험상품 판매로 수익을 내려는 시도는 아닌 셈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보험판매 플랫폼 제공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용자 니즈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보험 상품 생산자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손보사의 생존은 결국 기존 손보사 디지털 보험상품과 얼마나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느냐에 달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손보사들이 디지털 부서를 강화하는 추세에서 고객이 반응할만한 상품을 내놔야 디지털 손보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강화가 목적이어도 결국 기업은 수익을 내야 한다”며 “당장 온라인채널은 여전히 설계사로 대표되는 대면채널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디지털 혁신도 결국은 고객의 선택이 있어야 꾸준히 경쟁력을 강화하고 유지할 수 있다. 기존 손보사 상품보다 더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고 일정 부분 수익이 있어야 장기적인 플랫폼 체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