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국내 증시가 요동치자 정부가 증시 안정을 위해 조성한 10조7000억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가 본격 가동된다. 당초 증안펀드는 10조7000억원 자금 중에 캐피탈 콜(투자 대상을 확정한 뒤 실제 투자를 집행할 때 필요한 자금을 납입하는 것) 방식으로 3조원이 집행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증시가 회복하자 1조원을 먼저 운용한 뒤 2조원을 투입하는 방안으로 바뀌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안펀드의 실효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증안펀드 투입으로 증권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시가총액 대비 증안펀드 규모가 적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상존한다. 

증안펀드는 과거에도 3차례 조성된 바 있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 조성한 건 1990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에는 증권사와 상장사가 4조8500억원 규모의 증시안정기금을 조성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증권업권에서만 5000억원 규모 증안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담당… 1차 1조원 규모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증안펀드의 모(母)펀드 운용을 담당한다. 한투운용은 연기금 투자풀 운용경험이 있어 배분을 맡았다. 증안펀드 자금을 투자하는 자(子)펀드 운용을 맡을 하위 펀드 운용사 선정 작업도 마무리했다. 이에 한투운용은 증안펀드 상위운용사 역할을 맡으며 26개 하위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분배해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5대 금융그룹을 비롯한 17개 금융기관, 한국증권금융은 앞서 지난달 31일 ‘다함께코리아펀드(증권시장안정펀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출자규모는 산업은행 2조원, 5대 금융그룹 4조7000억원, 금융투자사 1조5000억원, 생명보험사 8500억원, 지방은행 5000억원, 손해보험사 4500억원 등이다. 

참여 금융기관과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투자관리위원회가 투자운용방향을 마련하고, 참여 금융기관이 선정한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자산운용을 담당하게 된다. 앞으로 있을 2·3차 ‘캐피탈 콜’을 비롯한 구체적인 운용 방향은 투자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투자 관리를 맡은 위원장에는 강신우 전 한국투자공사 CIO(최고투자책임자)가 선임됐다.

증안펀드는 주로 개별 종목이 아닌 증시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상품에 투자된다. 이에 시장에선 대부분 코스피200, 코스닥150, KRX300 등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펀드 운용방식은 증시가 특정 지수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 자금을 분할해 매수하는 방식이다. 증안펀드는 최초 투자 후 1년간 유지하며 최대 3년까지 운용된다. 

증권시장안정펀드 투자구조.

◆증안펀드, 증시버팀목 vs 효과 의문

증안펀드가 가동되면 변동성이 커진 시장이 안정을 찾아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급락했던 코스피가 1800선을 회복하는 등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과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급 측면에선 펀드가 일정 부분 증시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 효과를 거둘 것이란 평가다. 증시의 투자심리 개선에 따른 하방 리스크를 줄여 자금 유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증권사들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개인투자자 매수는 개별종목과 삼성전자에만 쏠려 있었고 연기금 외 기관들은 적극적으로 매수하지 못해 전반적인 수급 주체 역할을 하지 못했던 상황”이라며 “이번 증안펀드는 지수 전체에 투자하는 ETF 위주이기 때문에 대형주 전반의 수급이 개선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증안펀드가 주식을 사겠다는 것 자체는 시장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는 점에서 좋은 소식”이라며 “과거에 증안펀드가 조성됐을 때 사후 성과가 좋았다는 학습효과도 있어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2008년에 도입된 증안기금은 투입 1년 만에 40%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반면 효과에 의문도 제기된다. 증안펀드 규모는 역대 최대지만 시가총액 대비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증안펀드는 총 10조7600억원 규모로 코스피 시가총액(1212조7141억원)의 0.9%에도 못 미친다. 1990년에 조성된 증안펀드는 4조8500억원 규모로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약 95조원)의 5% 수준이었다.

이와 함께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지난달에만 11조1800억원을 사들였다. 고객예탁금도 무려 47조원대로 뛰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투입할 실탄이 충분하단 얘기다. 이에 비해 증안펀드는 10조7000억원이고 이중 1조원만 먼저 운용되고 나머지는 구체적인 운용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센터장은 “증안펀드보다는 주식 매매와 관련한 세금을 낮추는 등 다른 증시 정책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증안펀드가 주식을 더 사준다고 근본적인 시장 안정책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0호(2020년 4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