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나폴리 산 파올로 스타디움에서 보건당국 직원이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막연하기만 하던 유럽 축구리그 재개에 서서히 광명이 들고 있다. 전 세계를 뒤덮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서서히 잦아들면서 유럽 축구계는 멈춰섰던 리그 재개 일정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건강상의 우려에도 각국 축구협회는 어떻게든 잔여 시즌 일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각 리그마다 다양한 셈법을 놓고 리그 재개 시점을 고민 중이다. 유럽 축구계 재개 논의가 어디까지 왔는지 주요 4대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을 중심으로 알아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월30일 전에 끝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재개 일자 확정을 실패하며 또다시 '무기한 연기'됐다. /사진=로이터
'6월30일 폐막' 안을 놓고 회의를 가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재개 일정을 다시 잡는 데 실패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매체 'BBC'는 프리미어리그 사무국과 20개 구단 관계자가 이날 회의를 가졌으나 리그 재개 일정을 확정짓지 못했다고 전했다. 

당초 프리미어리그 구단 대부분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과 중부 스태포드셔 버튼 어폰 트렌트에 위치한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훈련 센터 '세인트 조지 파크' 등 일부 장소에서 무관중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희망했다. 특히 선수 계약 문제 등을 의식해 6월30일 전에 리그를 끝내는 방안을 대부분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코로나19 여파가 끝까지 발목을 잡았다. 영국에서는 이날까지 10만976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중 1만4607명이 숨졌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바이러스 확산세가 리그 재개 여부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끼쳤다. 

영국 정부는 이미 전날 전국에 내렸던 봉쇄령을 3주 동안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매체는 이러한 점을 언급하며 "정부의 승인 없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언제 리그가 다시 열리든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은 여전히 6월30일 이전 종료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 라리가, 빠르면 5월 말 재개

스페인 라리가는 3가지 재개 일정을 두고 고민 중이다. /사진=로이터
유럽에서 가장 큰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스페인은 보다 유동적인 옵션을 구상 중이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지난 8일 영국 'BBC'를 통해 "리그 재개를 위해 UEFA와 모든 시나리오를 논의 중이다"라며 "유력한 (재개) 날짜는 5월28일이나 6월6일 혹은 6월28일"이라고 밝혔다.

테바스 회장은 "정확한 날짜를 말할 수는 없다. 정부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라면서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라고 밝혔다.


테바스 회장의 신중한 태도는 스페인 내 코로나19 상황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는 17일까지 18만494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이 중1만9315명이 숨졌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를 보유한 만큼 스포츠 행사 재개 여부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스페인 역시 잉글랜드처럼 막대한 중계권 문제가 걸린 만큼 리그가 취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테바스 회장은 "만약 이대로 리그가 중단된다면 스페인 클럽들이 받을 총 손해는 10억유로(약 1조3292억원)다. 무관중 경기로 잔여 일정을 치른다 해도 3억유로(약 3987억원) 손해가 예상된다"면서 리그 중단을 결정하는 게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망자 적은 독일, 분데스리가 가장 빨리 열까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을 비롯한 분데스리가 팀들은 5월 중 재개를 대비해 서서히 훈련 일정을 잡고 있다. /사진=로이터
독일 분데스리가는 자국 내 코로나19 사정과 맞물려 주요 리그 중 가장 빠른 시일 내 재개가 점쳐진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사망자가 적게 나온 주요국 중 하나다. 17일 기준 독일에서는 총 13만769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중 4052명이 숨졌다. 함께 유럽 5대리그로 분류되는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는 물론 확진자 수가 10만명 가까이 차이나는 벨기에(3만4809명 확진, 4857명 사망)보다도 사망자가 적다.

이런 상황에 맞춰 분데스리가는 5월 초 무관중으로 재개를 추진 중이다. 크리스티안 자이퍼트 분데스리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분데스리가 1, 2부 모두 5월 초 재개를 고려하고 있다"라며 "축구는 우리 문화의 일부다.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길 원한다"라고 밝혔다. 만약 자이퍼트 CEO의 희망이 이뤄진다면 분데스리가는 유럽 주요리그 중 가장 빠르게 축구가 시작하는 곳이 된다.

다만 독일 정부가 추가한 지침은 걸림돌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콘서트와 스포츠 행사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규모 이벤트를 오는 8월31일까지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8월 말은 일반적으로 새 시즌이 이미 개막한 시기다. 독일 정부가 분데스리가 측의 '무관중 진행' 방침에도 끝내 리그 재개를 불허한다면 분데스리가 재개는 물론 시즌 완주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이와 관련해 오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차후 대책에 대해 논의한다.

'최악의 코로나 사태' 이탈리아 세리에A, 재개도 '글쎄'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이탈리아축구협회 회장은 리그 재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코로나19 사태 초기 최악의 확산세를 겪었던 이탈리아는 정부와 축구 당국의 입장이 가장 명확히 갈리는 국가다. 축구계는 재개 문제를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으나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9일 '풋볼 이탈리아'에 따르면 이탈리아축구협회(FIGC)는 이날 화상회의를 열고 2019-2020 세리에A 재개 문제를 서로 토의했다. FIGC는 5월 말까지 세리에A 선수들 전원의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6월 중 리그를 무관중으로 재개해 8월 초에 마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탈리아 보건당국이 곧바로 태클을 걸었다. '코리에레 델라세라' 등 현지 매체들은 지난 13일 이탈리아 국립보건연구소 고위 간부가 프로축구 재개 여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연구소 감염국의 지오반니 레차 부장은 "나도 AS로마의 팬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중지해야 한다"라며 "축구는 신체 접촉이 많은 스포츠다. 선수 간 감염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축구 당국은 어떻게든 재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FIGC 회장은 앞서 "이탈리아에서 축구가 차지하는 역할을 고려할 때 (리그 재개는) 국가에 중요한 공헌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에서는 17일까지 18만4948명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로 집계됐고 이 중 2만2170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9-2020 유럽 축구는 8월29일 끝난다"



UEFA는 어떻게든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한 유럽클럽대항전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사진=로이터
유럽 축구를 총괄하는 UEFA는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유로 대회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아픔을 겪었다. UEFA는 어떻게든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한 유럽클럽대항전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16일 영국 '스카이스포츠' 등에 따르면 UEFA는 오는 23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유럽클럽대항전 재개 방침 등을 논의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오는 8월29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르는 안건과 같은달 26일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갖는 방안이 제기될 예정이다.

2019-2020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5월30일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유럽 축구계 전체가 멈추면서 일정이 불확실해졌다.

UEFA는 유럽 축구계 재개와 관련해 2가지 큰 틀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에 따르면 UEFA는 오는 6월 각국 프로축구 리그를 일시에 재개해 클럽대항전도 같은 시기 함께 여는 방안을 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 이 방안이 어려워질 경우 유럽클럽대항전을 이른바 '미니 월드컵'처럼 여는 방식도 고려 중이다. 매체는 이 방식이 통과되면 8월 한달 동안 이스탄불에서 챔피언스리그 잔여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미니 토너먼트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UEFA는 각 회원국에 시즌을 포기하지 말 것을 계속해서 당부했다. 매체에 따르면 UEFA는 지난 2일 55개 회원국 축구협회와 리그 사무국 등에 서신을 보내 "현재 단계에서 시즌 종료를 결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라며 "7월에는 (모든 리그가) 재개하기를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