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의원(오른쪽)은 지난달 22일 구하라법을 발의했다. 사진은 구하라의 오빠 구호인씨(가운데)가 구하라법 통과를 호소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스1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유족급여 등 1억원을 받은 생모가 그동안 딸을 홀로 키운 전 남편에게 거액의 양육비를 지급하게 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홍승모 판사)은 최근 숨진 소방관의 아버지 A씨가 생모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양육비지급 청구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모의 자녀 양육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고 양육비도 공동 책임”이라면서 “생모인 B씨는 이혼할 무렵인 1988년부터 딸들이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의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 등에 따르면 수도권 한 소방서에서 응급 구조대원으로 근무하던 A씨의 둘째 딸(당시 32세)은 지난해 1월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구조 과정에서 얻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을 5년간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는 같은해 11월 공무원재해 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순직이 인정된다”며 A씨가 청구한 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의결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B씨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유족급여와 둘째 딸의 퇴직금 등 약 8000만원을 전달했다. 아울러 B씨는 매달 91만원의 유족연금도 받는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 부녀는 강하게 반발했다. A씨는 “B씨는 이혼 후 자녀 양육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딸의 장례식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A씨는 지난 1월 전주지법 남원지원에 B씨를 상대로 양육비 1억895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전북판 구하라 사건’으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가수 구하라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재산은 친부와 친모가 각각 반씩 상속받았지만 친모는 20여년동안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에도 현행 민법에 따라 구하라의 재산을 상속받아 논란이 됐다.

구하라의 오빠 구호인씨는 구하라의 발인이 끝난 후 친모 측 변호사들이 자신에게 찾아와 구하라가 소유한 부동산의 매각대금 절반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이른바 ‘구하라법’을 발의한 바 있다. '구하라법'은 부양의무를 게을리 한 부모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현행 민법에서는 가족을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상속결격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구하라법은 여기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 내지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자'를 추가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