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진단]①내·외부 갈등에 바람잘 날 없는 검찰의 "아노미"
장관-총장 갈등…"검찰 개혁에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
"권한 축소와 정치적 독립 이뤄져야…제도 변경은 신중"
뉴스1 제공
공유하기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이세현 기자 = 최근 6개월 간 검찰은 바람 잘 날 없었다. 검찰 인사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힘겨루기가 한창 벌어지더니 수사팀장은 압수 대상자와 '육탄전'을 벌여 '망신살'이 뻗쳤다. 지금은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축소하고 총장의 힘을 빼는 직제개편안으로 시끄럽다.
검찰 내·외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갈등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밀당'할 겨를도 없이 밀어붙이는 법무부에 행보가 무리하다고 비판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권한 축소에 따른 검찰 조직의 반발심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에 변화에 바람이 불고 있고 조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갈등 상황이 검찰의 올바른 변화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더 우세하다.
◇막대한 권한과 정치적 이용…'아노미' 불러
17일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의 막대한 권한이 현재의 사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라 진단했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검찰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공소 및 수사지휘 기관이라는 검찰 본연의 성격에서 벗어나 경찰처럼 직접 수사에 나서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권한이 집중되어 권한남용의 문제가 발생하고 정치권에서도 힘을 가진 검찰을 이용하려는 시도를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검찰 조직은 막대한 권한을 오랫동안 유지하며 생겨난 권력지향적인 속성이 있는데 그 권한을 분산시키고 견제하려는 과정에서 일종의 '불협화음'과 '아노미' 현상이 나타났다는 해석도 있다.
지금까지 검찰의 막대한 권한은 정치 세력에 의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용되어 왔다. 검찰의 수사 상황 및 결과, 특히 권력에 대한 수사는 자연스럽게 정치적 이슈로 떠오르며 정국을 지배하는 변수가 됐다. 일부 검사들은 이 상황을 잘 알고 검찰의 권한을 개인 혹은 조직의 위상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해 온 것도 사실이다.
'검찰 이슈의 정치화 경향'은 정치적 '아이돌'로 떠오르며 국민의 신뢰를 얻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한 후 더욱 두드러졌다. 정권교체의 공신으로 파격 발탁된 윤 총장은 취임 후 여권의 예상과는 달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살아있는 권력들에 대해 집중적인 수사를 벌였고 자신의 측근들인 특수통 인사들을 대거 승진시켜 여권의 반발을 샀다.
여권 내부에서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이 상황에서 취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의 측근을 대거 좌천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그리고 호남 출신인 새로운 인물들로 '추미애 라인'을 꾸려 두번째 인사에서 대거 승진시켰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갈등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수사 대상인만큼 총장에게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지휘권을 발동했다.
하지만 추 장관이 힘을 실어준 중앙지검은 한 검사장에 대한 증거 수집을 제대로 못해 '육탄전'까지 벌이는 검찰 역사상 초유의 소동을 벌였다. 결국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지만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검찰 개혁, 수사·기소 분리만 하면 될까…"정치적 독립 이뤄져야"
검찰 개혁으로 이뤄야 할 두 가지 목표는 Δ종국적인 수사와 기소의 분리, 그에 따른 권한 축소 Δ검찰 조직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다. 그런데 검찰 조직의 권한 축소와 형사, 공판·송무 기능 강화를 위한 논의와 작업은 진행 중인 반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실패했다. 현재의 '불협화음'이 생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게다가 법조계 인사들은 최근 불거진 갈등 양상이 검찰 개혁이 도움이 안 되고, 과도하고 소모적이며 불필요했다고 지적한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이 대선후보로 지지를 얻는 현 상황도 '비정상적'이라 입을 모은다.
금 전 의원은 "정무직 공무원인 법무부장관은 검찰 수사에 대한 개입을 최소한으로 자제해야 한다"며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파문이 생기는 것도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일침을 놨다. 또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현직 검찰총장이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고 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총장이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방증으로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증거"라 비판했다.
이어 "장관이 정치인으로 임명되면서 법무검찰 개혁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 고려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며 "검찰총장도 정치적인 발언으로 자신의 입지를 먼저 고려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의 결정이 수사를 둘러싼 논란을 증폭시키고 검찰 개혁의 방향에도 모순된다는 지적 역시 제기됐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도 대단한 범죄가 아니라면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통제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처음부터 중앙지검이 직접 수사하다가 무리한 수사가 이어졌다. 몸싸움까지 일어나지 않았는가"라며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검언유착을 예단하고 정치적 소용돌이로 몰아세운 건 법무부의 책임이 크다"라고 비판했다.
◇"성급한 제도 개혁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충분히 소통해야"
법무부의 검찰 개혁의 방식을 둘러싸고도 '성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판·송무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검찰의 목소리를 거의 반영하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밀어붙이는 것은 자칫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각 고검장으로 분산시키자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놓자 검찰 개혁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에서도 반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지금은 법무부에서 내놓은 직제개편안과 이를 관철시키는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팀장은 "일개 검사와 일개 제도는 다르다. 검찰의 조직이 바뀌는 일에는 분명히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승 팀장은 "민주주의 절차는 굉장히 지난한 절차를 갖고 있다. 하나 하나 조심스럽게 바뀌는 게 민주주의의 가장 좋은 장점"이라며 "이해와 협치와 협력과 소통, 배려가 없는 상황에서 '강했으니 뺏겠다'는 건 민주주의 절차와 맞지 않다"고 했다.
김한규 전 회장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채 무리한 개편을 하는 것은 내부 반발뿐 아니라 범죄 피해자와 고소인, 수사를 받는 일반 국민들에 불이익으로 다가온다"며 "법무부에서 이 점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평가했다.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지금의 조직개편안은 조직의 효율성이라든지 검찰 조직의 기본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만든 것 같다"며 "조직개편안을 누가 만들었는지 밝혀야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