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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참 맑은 사람. 배우 송윤아를 마주하면 받게 되는 느낌이다. 20년 넘게 지적인 미녀 배우의 대표 주자로 살아온 송윤아는 "사실 나는 똑똑하지 못하다"며 사람들의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고 몰래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봤던 일화를 밝혀 좌중을 웃게 했다. 솔직하고 소탈한 성품은 깍쟁이 같고 깐깐한 사람일 것만 같은 그의 이미지가 오로지 '편견'에 의한 것임을 깨닫게 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으로 누구보다 많은 편견 속에 살아와야 했던 송윤아이기에 편견에 관한 영화인 '돌멩이'(감독 김정식)가 마음을 끌었던 것은 아닐까.
"저를 어떻게 포장해서 말씀드리는 건 아니예요. 그렇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살아보니 저에게 한 가지 칭찬해주고 싶은 게 있어요.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편견을 갖지 않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편견이 없었기 때문에 때로는 상처를 입었던 적도 있었겠지만 훨씬 더 감사한 존재들을 알게도 됐어요. '정말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훨씬 많구나'라는 것을 더 깨달으면서 살아왔어요."
'돌멩이'는 8살 마음을 가진 30대 청년 석구가 가출소녀 은지(전채은 분)와 친구가 되고, 예기치 못한 사고로 범죄자로 몰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송윤아는 극중 가출소녀 은지(전채은 분)를 보호하는 청소년 쉼터 센터장 김선생 역할을 맡았다. '돌멩이'는 송윤아가 10년만에 출연한 영화라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그보다 앞서 '증인'에 특별출연했고, 단편 영화 '나인데이즈에 출연했지만 본격적인 장편 영화의 주인공으로서는 '돌멩이'가 10년만의 복귀작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를 1년에 하나까지도 못한 것 같아요. 따져보면 1년 반에 하나, 2년에 하나 정도 했어요. 그게 제가 잘나서도 아니고 잘난 척 해서도 아니고 지금의 제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여러 상황들이 있었죠. 결국 그 안에서 마지막까지 저를 붙들어주는 작품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게 어떤 식으로든 인연이라는 생각을 하고요. '이 작품 왜 하셨어요?' '왜 이거 안 하고 그 때 그거 하신거예요?' 하는 질문 과거에도 많이 받았어요. 생각하면 이것도 인연인 것 같아요."
송윤아는 연기파 배우이기도 하다. 드라마든 영화든 송윤아가 출연한다면 '믿고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보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하지만 송윤아는 '돌멩이' 속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항상 작품이 다르고 영화든 드라마든 감독, 작가가 다르고 인물, 캐릭터가 다른데도 이 배우가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이 배우가 보여주는 모습이 나오게 되는 한계가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김 선생을 볼 때는 아쉬움이 많았어요. 자꾸 송윤아가 나와서요. 너무 속상하고 김선생에게 누가 된 것 같아서 되게 속상했어요. 서운하고 미안했죠. 저게 아닌데, 저게 아닌데...그걸 많이 놓쳐요."
송윤아는 실제 자신의 연기에 만족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다만 tvN 'THE K2'를 찍을 때는 잠깐 '연기를 잘한다'는 자아도취에 빠진 적이 있었다고.
"전혀 그런 생각을 못 했는데 그 작품을 하는 동안에 너무 많은 분들이 온라인상에서 극찬을 해주셔서 그때 잠시 저도 모르게 자아도취에 빠졌었어요. 다음 작품을 하는데 제가 연기 를 잘하는 사람이 된 줄 알고 연기를 했는데 헤매고 있더라고요. '이건 또 뭐지?' 또 다음 작품을 하는데도 헤매고 있었어요. 역시 내가 잘한 게 아니었구나, 싶더라고요. 그 작품은 어떻게 보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입혀줬기 때문에 괜찮아 보였던 것 같아요. 최유진이라는 역할은 제가 아닌 그 어떤 분이 하셨어도 굉장히 좋게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죠."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한없이 냉철한 송윤아지만, '돌멩이'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극찬 일색이었다. 그는 최근 진행된 시사회에서 '돌멩이'를 두번째 보고 나서는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서 스스로도 당황을 했다고 했다. 특히 주인공 석구를 연기한 김대명의 연기는 송윤아의 눈물샘을 많이 자극했다.
"말도 못하게 울었어요. 그 정도로 울 영화가 아니잖아요? 신파가 들어간 영화도 아니고 누군가를 울리려고 글이 쓰인 것도 아니고 그렇게 연기한 배우도 없고, 상황이 슬픈 상황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저는 석구만 나오면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석구가 슈퍼에서 고기 한 점을 먹다가 친하게 지냈던 분에게 쫓겨나고 하는 모든 장면이 슬펐어요. 석구만 나오면 눈물이 나왔죠. 영화 볼 때 우는 영화였으면 휴지라도 챙겼을 텐데 그런 분위기가 없이 마스크만 썼었는데 쓴 채로 계속 눈물이 났어요."
김대명의 연기에 대해서도 칭찬이 쏟아졌다. 다만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냉정했다.
"놀라웠던 게 김대명씨가 정말 잘하셨구나 싶어요. 그냥 그 사람의 눈만 봐도 눈물이 났으니까… 이번에 영화를 보고 굉장히 놀라웠던 게 주변 사람들, 석구의 친구들도 왜 이렇게 연기를 잘 할까요? 깜짝 놀랐다. 처음 볼 때는 몰랐어요. 두번째 보니 김선생만 뺴고 다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감탄을 하면서 봤다. 전 언제쯤 저렇게 될까요? 이게 작품을 할 수록 연기를 할수록 그래요. 이 나이쯤 되면 모든 게 여유롭고 자신만만해 질 줄 알았다. 그렇지 않은 제 모습을 보면서 '뭐지?' 싶죠."
'돌멩이'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영화였다. 무엇보다 그간 드라마에 주로 출연해온 송윤아에게 영화 시나리오는 귀했고, "어머 웬일?"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마냥 들뜨고 신기한 마음에 책을 읽게 됐어요. 아주 가볍게 그렸지만 주제가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소파에 앉아서 책을 다 읽고는 사실 몇 분 정도를 그냥 앉아 있었어요, 많은 생각이 오고갔고요. 이렇게 가만히 (앉아)있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저를 생각해주는 부분이 되게 많이 감사했어요. 제작사 대표님이나 김정식 감독님이 김선생이라는 인물을 훨씬 잘 표현할 배우들이 너무 많은데 저를 생각해줬다는 게 되게 감사했거든요, 그래서 하게 됐어요."
송윤아는 노 개런티로 영화에 출연했다. 그만큼 고마움이 컸고 영화에 대한 애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드라마 위주로 출연했던 이유는 뭘까? 송윤아는 "솔직히 말하겠다"며 몇 가지 이유를 댔다.
"첫번째로 솔직하게 대답하면 영화가 저에게 많이 들어오지 않아요.(웃음) 두번째로는 저도 많이 얘기하고 영화에 출연할 계기가 될 때가 있어요. 마지막까지 생각하다가 고사하는 이유는 스케줄이 드라마보다 여유로울 수는 있지만 영화는 거의 지방 촬영이거든요. 그 부분에서 현실적으로 결정하기가 어렵더라고요."
한창 성장기 자녀를 키우는 상황이라 집에서 멀리 벗어나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이유가 커보였다. 송윤아는 지난 2009년 배우 설경구와 결혼해 슬하에 11살 아들을 두고 있다. 배우 부부인 만큼 서로의 작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주고 받는지가 궁금해졌다.
"(설경구씨와)대화는 나눠요. 나누는 게 당연한데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 또는 더 깊은 일적인 부분에서는 서로를 믿어주는 편이에요. 설경구씨는 들어오는 책들을 저에게 봐달라고는 해요. 저는 보는 편인데 그렇다고 제게 결정권은 전혀 없어요. 그냥 한 번 읽어보라는 의미로 얘기하죠. 저 같은 경우는 읽어보라는 말을 제가 안 하는 것 같아요. 시놉시스를 두면 보기는 하더라고요."
10년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송윤아를 가까운 시일 내에 또 한 번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까? 송윤아는 "앞뒤가 안 맞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기나 배역에 대한 갈증은 있지만 상황에 따라 선택을 해야하는 만큼 장담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솔직한 이야기였다.
"너무 욕심나고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영화도, 드라마도 하고 싶다. 그런데 기회가 오면 이게 나를 둘러싼 현재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너무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이 또한 제 인생이 돼버렸어요. 여기서 계속 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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