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넷플릭스 © 뉴스1

'소리도 없이' © 뉴스1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뜨겁다.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을 연출한 이경미 감독을 비롯해 홍의정 감독의 '소리도 없이' 등이 특별한 감성으로 여성 감독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보건교사 안은영'은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 분)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 분)와 함께 이를 해결해가는 내용을 그린 명랑 판타지 드라마다.


연출은 이경미 감독이 맡았다. 영화 '미쓰 홍당무'(2008) '비밀은 없다'(2016)로 독특하고 매력 넘치는 연출을 보여준 이 감독은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보건교사 안은영'을 더욱 신선하게 그려냈다. 변질된 젤리라는 요소가 기괴하면서도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며 어쩔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인 냉소적인 캐릭터 안은영이 합세해 개성 넘치는 드라마를 완성, 호평을 얻고 있다.

앞서 이경미 감독은 뉴스1과 인터뷰를 통해 "이 소설은 에피소드 식의 옴니버스 구성인데 여기서 장차 여성 히어로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재료들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 서사물을 작업하는 이유에 대해 "여자 이야기가 재미있다"며 "내가 여자이다보니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서 여자 이야기를 쓰게 되고, 워낙 여자 주인공 작품이 많이 없으니까 '잘 됐다, 내가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개봉한 '소리도 없이'는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단편영화 '서식지'(2017)를 연출한 홍의정 감독이 선보이는 첫번째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홍의정 감독이 집필한 시나리오는 2016년 베니스 비엔날레 카릴지 시네마 최종 후보에도 선정된 바 있다.

단편부터 주목 받아온 홍의정 감독은 장편 데뷔작 '소리도 없이'를 탄생시켰다. 이 영화는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그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특히 인간의 선과 악이 모호한 상황을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으며, 블랙코미디적 요소와 함께 독특한 범죄극을 완성시켜 호평을 얻고 있다. 대사를 한마디도 하지 않는 캐릭터의 등장도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홍의정 감독은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지 못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생존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했으며, 주연을 맡은 유아인은 "시나리오가 쇼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개봉을 앞둔 신작들에서도 여성 감독들을 만날 수 있다. 오는 11월12일 개봉하는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는 단편 영화 '여고생이다'(2008)를 선보인 박지완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것은 물론, 여성 배우 셋과 여성 스태프 등이 현장을 이뤘다. 주연을 맡은 김혜수는 "소모되는 역할이 아닌 이야기 핵심을 이끌어가는 인물들이 다 여성인데 성별을 굳이 따져가면서 보지 않지만, 이야기 속에서 외적으로 어필됐던 여성 캐릭터들이 좀 더 갖춰지고 다듬어진 캐릭터로 소개되는 작품이 많아지고 있다"며 "그 작품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11월 개봉하는 '애비규환'도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영화과 출신인 최하나 감독은 '고슴도치 고슴' 등 개성 넘치는 단편 영화로 주목 받았으며, '애비규환'이 데뷔작이다. '애비규환'은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서는 설상가상 첩첩산중 코믹 드라마. 이 같은 설정을 살리기 위해 재기발랄한 설정과 개성 넘치고 엉뚱한 캐릭터들이 감독 특유의 색을 살릴 예정이다.

이렇듯 최근 영화계는 여성 감독들이 자신들만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임선애 감독의 장편 데뷔작 '69세'가 개봉해 호평을 얻었고, 조슬예 감독은 지난 9월 장편 데뷔작으로 '디바'를 선보였다. 윤단비 감독은 '남매의 여름밤'으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을 기록하며 호평을 얻었다. 지난해 '벌새'의 김보람 감독, '메기' 이옥섭 감독,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 등이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은 만큼, 여성 감독들의 약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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