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과 직원들은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변수에 직면했고 낯설기만 했던 업무 변화에도 벌써 1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기업과 직원들은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변수에 직면했고 낯설기만 했던 업무 변화에도 벌써 1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와이파이 등 업무 지원이 잘 안 된다거나 상사의 눈치를 보게 된다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적응해가고 있는 듯하다. 다만 자택과 사무실 동시 이용 등 유연한 근무 형태가 필요하다거나 직업 특성상 외근을 해야 하는 경우 정부 지침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쟁점과 평가’라는 분석자료를 공개하며 앞으로 재택근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에 따르면 일부 경영진과 직원은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고 봤지만 아닌 경우도 있었다.

앞으로 이어질 재택근무에 대비해 기업과 직원이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지난 1년여 시간 동안 재택근무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8시간 일 할 필요있나”… 달라진 환경에 근무시간 조정도




한은은 자료를 통해 네가지 쟁점을 분석했다. 재택근무 확대에 따라 ▲업무 생산성이 높아지는지 ▲직원 삶의 질이 개선되는지 ▲부동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환경오염이 줄어드는지 등이다.

삶의 질과 관련해서는 재택근무로 인해 통근시간이 줄었고 편한 공간에서 일하게 돼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다만 근무지와 주거지 경계가 모호해져 체감하는 노동시간이 증가한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울러 육아 등 가사 부담이 동시에 발생해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기업 영업직으로 4년째 근무 중인 A씨(29)는 “재택 시 회사에 나갈 때처럼 8시간씩 근무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혼자 일하기에는 8시간이 오히려 진 빠지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중 근무시간을 정하는 등 자율성을 두고 운용해도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근무 환경이 바뀐 만큼 근무시간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뉴질랜드에서 1년 동안 주 4일 근무제 시험 도입에 나선다. 급여는 기존과 같이 지급하고 근무시간은 20% 단축한다.

유니레버는 “근무 성과는 근무시간이 아닌 생산성과 효율성에서 나온다”며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근무 방식을 바꾸면 직원들이 더 건강하고 생산적인 업무를 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삶의 질과 관련해서는 재택근무로 인해 통근시간이 줄었고 편한 공간에서 일하게 돼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거주지와 근무지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은 자료에 따르면 업무 성과는 걱정했던 것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아 괜찮았다는 평이 있었다. 다만 업무의 성격, 기술 지원 정도, 문화적 차이 등에 따라 생산 정도가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에서 경영 지원을 하는 B씨(28)는 재택근무 지침에도 자발적으로 회사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 재택 시 편한 점은 분명 있지만 업무 특성상 팩스 기기 사용 등 사무실 환경이 꼭 필요한 일이 많아 무조건 재택을 선호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을 제대로 진행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회사를 나가지 않으면 기기를 쓰러 PC방을 가야하는데 더 많은 사람에 노출된다. 더구나 업무 성과를 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 촬영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는 C씨(30)는 정부의 재택근무 지침에 회사에서 지시를 내렸지만 촬영 일정이 이미 약속돼 있어 현장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재택근무가 모든 직종에 해당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생각하면 직종별 세부 대응 지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는 해냈지만… “영혼 갈았기에 가능”



대기업에서 영업직으로 근무하는 A씨(29)는 재택근무로 인해 소통에 답답함이 있었지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A씨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업무 성과에 크게 차이가 없는 이유는 직원들이 더 많은 수고로움을 감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무실에 함께 있으면 금방 처리할 일을 서로 전화와 메신저를 주고 받아가면서 했다”며 “서로 볼 수가 없으니 답답했고 상대가 통화 중이면 화가 나기도 했지만 되레 더 집중하게 되더라. 서로 개선점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상호 보고 체계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같은 보고 체계를 재택근무에 적용하면 서로 답답한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보고 체계를 보다 단순화해 재택 업무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대기업에서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C씨(26)는 재택근무를 하면 직원이 업무에 소홀할 것이라는 편견부터 없애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상사가 ‘재택할 사람 손들어 봐’라고 하더라”며 “서로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도록 회사 측이 먼저 정부 기준에 맞게 재택 의무 인원을 지키고 적극 권고해야 편한 마음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씨는 “업무를 하고 있어도 조용히 있으면 마냥 쉬고 있는지 회사 측에서는 알 수 없어 답답할 수 있지만 믿어주면 좋겠다. 성과로 입증해 보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C씨도 “20분마다 무엇을 하는지 보고를 하라고 하던데 그로 인해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없기도 하다”며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앞으로 계속될 재택근무에도 모두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업-직원 함께 웃으려면?… “재택은 하나의 업무 방식”

경영 전문가들은 변화한 근무 환경만큼 업무를 기획과 진행 방법, 근태관리, 성과평가 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경영 전문가들은 기업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한은 보고서는 그동안 재택근무가 확산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기업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인식’을 꼽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재택근무 확대는 피할 수 없기에 기업이 인식을 바꾸고 업무 방식에 변화를 줘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변화한 근무 환경에서는 어떻게 업무를 기획하고 진행할 것이며 근태관리나 성과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문석 한국 경영자총협회 기업경영팀장은 “재택근무가 추세로 자리 잡는 만큼 IT기반의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며 “생산직이나 유통업 등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종도 있기 때문에 업종에 맞는 근무 방식을 고려해야 하고 유연한 근로시간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도 “장기적으로는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며 “업무와 개인의 특성에 맞게 업무 방식을 선택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 등 미국 IT 기업은 이미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활용해 유연 근무를 확대하는 추세다.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직원 대부분이 재택근무 중이지만 신제품은 계속 출시되고 있으며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얻는 장점도 분명 있어 재택근무를 하나의 업무 방식으로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확산세는 분명 꺾일 테지만 재택근무는 업무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기업과 직원이 이를 업무 형태의 하나로 잘 활용한다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생산 방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