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베트남 지점./사진=신한은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해외에서 한국 금융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 사업 수익성 등을 보여주는 각종 통계지표가 개선세를 보이면서 올해 해외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한국 금융의 위상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국내 금융사에게 위기 대응 매뉴얼과 비대면 노하우를 전수해달라는 문의가 미국과 유럽은 물론 신흥국에서도 끊이지 않는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에 국내 금융사의 얼굴엔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해외시장 확대에 드라이브 


국내 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힌 금융사는 금융지주를 필두로 금융계열사까지 해외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주먹구구식 확장에서 벗어나 현지화 전략을 내세워 글로벌 금융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진출 국가도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까지 확대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 금융의 위상을 높이는 성과로 이어졌다. 


신한금융은 2017년 지주사 내에 은행·카드·금융투자(증권)·생명보험의 해외사업을 포괄하는 글로벌 사업 부문을 출범시킨 이후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전략으로 영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은 베트남 등 ‘신남방’ 지역뿐 아니라 홍콩·호주 등 선진시장을 비롯해 멕시코와 중동 등 새 시장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KB금융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시장과 투자 안정성이 높고 국내 고객의 해외 투자 선호도가 높은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진출을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 부문에서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에서 은행업 인가를 서두르거나 현지 업체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동남아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증권·카드·캐피털도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현지 금융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공격적인 글로벌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은 은행 부문에 편중됐던 해외 네트워크를 비은행 부문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베트남 BIDV은행 등 기존 진출 지역에서 영업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비은행 업종 진출 지역의 추가 성장 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베트남 외국계 은행 1등’을 목표로 베트남 현지 영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우리은행은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수신·여신·외환 등 고유 업무와 함께 방카슈랑스·신용카드·투자금융(IB) 주선 등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금융사의 해외점포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는 2017년 185개에 불과했지만 2019년엔 195개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해외점포는 전년 대비 5개 늘어난 67개, 보험사는 전년 대비 1개 줄어든 34개였다. 

금융 영토 확장을 넘어 해외 유망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을 발굴·투자하고 해외진출까지 돕는 해외 핀테크 전진기지를 구축하는 점도 눈에 띈다. 

우리금융은 2019년 10월 동남아시아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 핀테크 랩 센터인 ‘디노랩 베트남’을 설치했다. 신한금융도 지난해 9월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 인도네시아’를 출범했다. 

해외 빅딜 성사시키는 한국 금융사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며 2017년부터 금융당국이 추진한 초대형 IB 육성정책은 한국 금융사가 해외 빅딜에 참여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초대형 IB는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은행 중심의 기업 자금조달 시장을 다변화하고 토종 IB의 기업금융 역량을 키워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IB와 경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시 초대형 IB에 발행어음 업무를 신규 허용키로 하고 초대형 IB 인가 조건으로 ‘자기자본 4조원’이란 조건을 내걸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 되면 초대형 IB로 지정해 어음을 발행하고 그중 절반은 기업 대출이나 저신용 등급의 회사채 보유 등 기업 금융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이 초대형 IB로 지정돼 있다. 

이후 초대형 IB와 은행 등 대형 금융사는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건을 따내며 잇단 승전보를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해외 빅딜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9년 9월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주요 거점에 있는 15개의 최고급 호텔 인수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계약한 지 5개월 만인 2020년 2월 호텔 소유권이 제3자에게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양자는 법정 공방을 벌였고 결국 미래에셋이 승소했다. 계약은 결과적으로 파기됐지만 당시 미래에셋의 투자는 ‘국내 최대 해외 대체투자’ ‘해외 투자자와 경쟁에서 거둔 쾌거’ 등의 찬사를 받았다. 미래에셋 승소는 한국 금융사의 위세를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지점./사진=하나은행

2020년엔 KB국민은행이 2100억원 규모의 캐나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금융(PF) 선순위 대출 금융약정을 체결한 게 주목받았다. 지난해 5월 이뤄진 이 거래는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콜롬비아에 위치한 667㎞의 코스탈 가스링크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80억 캐나다달러 규모 사업에 대한 선순위 대출이다.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 등 캐나다 5대 은행을 비롯한 총 27개의 글로벌 금융기관이 참여했으며 국내 은행으론 유일하게 KB국민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금융사를 바라보는 국제 신용평가사의 평가도 높아지고 있다.

 2020년 7월 우리은행의 홍콩 투자은행(IB) 법인인 홍콩우리투자은행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국제신용등급 ‘A’를 받았다. S&P는 홍콩우리투자은행이 우리금융그룹에서 유일하게 해외 IB 플랫폼과 증권업 자격을 가진 회사로서 우리금융에 해외 대체투자 등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은행 핵심 자회사로서 역할이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2020년 1월 S&P로부터 장기신용등급 ‘BB’를 받았다. 이는 베트남 내 은행 중 가장 높은 등급이자 베트남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수준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전세계 경제의 급격한 ‘V자형’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금융사는 전문인력 육성과 현재 상황에 맞는 전략 재정비를 통해 해외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일궈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