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사


인천시금고를 둘러싼 은행권 쟁탈전이 다음 달 본격화한다. 신한은행이 20년간 지켜온 인천시 1금고에 하나은행이 청라 본사 이전을 앞세워 정면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인천 청라를 그룹 핵심 거점으로 키우고 있는 만큼 이번 공모는 신한은행의 장기 수성 구도에 하나은행의 지역 밀착 승부수가 맞붙는 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시는 오는 8월 지정을 목표로 다음 달 차기 시금고 공모에 돌입할 예정이다. 직전 2022년 시금고 선정 당시 7월 선정계획을 공고하고 8월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차기 시금고 지정 대상 금융기관을 선정한 전례를 고려하면, 올해도 이와 비슷한 일정으로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차기 시금고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인천시 자금을 관리하게 된다.

인천시금고는 상반기 서울시금고에 이어 올 하반기 은행권 기관영업의 또 다른 대어로 꼽힌다.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금 등 14조원대에 달하는 인천시의 대규모 자금을 관리하는 자리인 데다 지방자치단체 금고 확보는 은행의 공공기관 영업력과 지역 기반을 보여주는 상징성이 크다.


현재 인천시 1금고는 신한은행, 2금고는 NH농협은행이 맡고 있다. 2022년 본예산 기준 신한은행이 맡은 1금고는 일반회계와 공기업특별회계, 기금 등 12조3908억원 규모의 자금을 관리했고 NH농협은행이 맡은 2금고는 2조63억원 규모의 기타특별회계를 취급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인천시 1·2금고를 처음 맡은 시기는 2007년이다. 이후 두 은행은 20년 가까이 인천시 1·2금고를 나눠 가졌다. 2022년 직전 선정 당시에도 경쟁은 치열했다. 제1금고에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이, 제2금고에는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KEB하나은행이 각각 참여했지만,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수성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신한은행은 기존 사업자로서의 안정성과 업무 연속성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자금을 운용하며 축적한 경험과 운영 노하우 등을 강점으로 앞세우고, 금고 교체 시 발생할 수 있는 업무 혼선과 잠재 리스크를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경쟁의 최대 변수는 하나금융그룹의 청라 이전이다. 하나금융은 오는 9월부터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조성한 그룹 헤드쿼터로 주요 관계사 이전을 시작한다. 주요 계열사가 청라로 옮겨가면서 하나금융의 인천 내 존재감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이미 청라를 그룹의 핵심 전략 거점으로 키워왔다. 2017년 통합데이터센터, 2019년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조성한 데 이어 올해 그룹 헤드쿼터 이전까지 마무리되면 청라는 데이터, 인재개발, 그룹 전략 기능이 집적된 하나금융의 핵심 업무지구로 자리 잡게 된다.

하나금융이 인천에 공을 들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청라 이전은 단순한 사옥 이전이 아니라 서울 중심으로 흩어져 있던 그룹 기능을 재배치하고, 디지털·글로벌·인재개발 기능을 한곳에 모으는 장기 프로젝트 성격이 강하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청라 이전의 의미를 강조했다. 함 회장은 "단순한 사무공간 이전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혁신하는 대전환의 출발점"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디지털 접근성과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이 이번 공모에서 청라 이전을 지역 밀착성과 협력 확대의 근거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에 그룹 핵심 계열사와 디지털·인재개발 인프라가 집결하는 만큼 지역 금융 생태계 조성, 일자리 창출, 디지털 금융 협력 등으로 논리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6·3 지방선거에 따른 인천시정 교체도 변수로 거론된다.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인은 후보 시절 청라 하나금융그룹 헤드쿼터 건설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하나금융의 인천 이전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박 당선인이 금융지주회사의 전략 거점을 인천에 유치하고, 인천성장펀드와 국가성장펀드를 통해 미래산업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금융 공약을 내세운 점도 주목된다. 하나금융그룹이 청라 이전을 통해 인천 내 그룹 전략 거점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박 당선인의 금융 거점 육성 구상과 맞물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천시금고는 기존 사업자의 운영 안정성과 새 사업자의 지역 기여 전략이 함께 평가되는 자리인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하나금융의 청라 이전 등 변수가 맞물리면서 과거보다 경쟁 구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