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보기도 가족여행도 힘들었던 2020년…코로나19 보낸 소회는
캠퍼스 2번 간 새내기·요양원 면회 1번 한 50대 주부
'올해 너무 힘들었지만 내년에 나아질 것" 희망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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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2020년 한 해 전 세계를 뒤덮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 일상처럼 누린 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배우며 바뀐 사회에 적응해야 했다.
입시에 짓눌렸던 10대, 들뜬 마음으로 캠퍼스 생활을 고대하던 신입생과 좁아진 취업문을 뚫으려 고군분투하는 20대, 첫 자녀와의 만남을 '집'에서 만끽하는 30대, 자녀와 부모님 생각이 우선인 40~50대, 청춘을 바친 회사를 떠나는 60대까지.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는 코로나19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회'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소중한 이를 만나지 못한 안타까움, 계획한 일을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마지막은 새해엔 나아질 거란 희망이었다.
◇"대박 힘들던데요?"(수험생·김모군·19·남)
"진짜 대박 힘들던데요? 수능 압박이 커지기 시작하니 코로나19가 '뻥' 터지더니 1년 내내 신경을 긁었어요. 학교를 빠져야 했고, 학원도 문을 닫아서 공부를 어디서 해야 하나까지 고민했다니까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마친 김군은 2020년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험생 생활을 시작하며 다졌던 각오도 코로나19로 무너지기 일쑤였다.
수능이 다가올수록 스트레스는 더해갔다.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에 가림막, 마스크 등 신경쓸 것이 늘어서다. 지금은 홀가분하지만 새로운 걱정도 생겼다.
"엄청난 해방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별 게 없어요. 할 게 없잖아요. 친구들과 잘 만나지도 못하고. (웃음) 걱정도 있어요. 내년에 학교에 제대로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안될까봐 걱정이에요."
◇"캠퍼스의 낭만요? 학교 두 번 갔어요"(대학교 새내기·이모씨·20·여)
"바늘보다 더 좁은 문이 있더라구요"(취준생·김모씨·27·남)
"올해 학교 2번 갔어요. 그것도 시험치러 갔어요. 뭘 배웠는지 모르겠는데 시험을 치라고 하네요. 동기들 얼굴도, 학교 식당 위치도 몰라요. 저 대학생 맞죠?"
대학교 새내기 이씨는 "기대했던 20대의 첫 해가 이렇게 지나갔다"고 말했다. 수험생 시절 공부가 힘들 때마다 '대학교 가면 실컷 놀아야지'하고 버텼는데, 정작 20대의 첫 해는 기대와 전혀 달랐다.
소개팅, 여행, 아르바이트 등 계획한 일들도 틀어졌다. 다행히 아르바이트는 하고 있지만 여행은 꿈도 못 꾼다. 최근 아르바이트 동료를 통해 소개팅을 주선받았지만, 코로나19로 만남은 계속 연기되고 있다. 카페 등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올해 못한 것 다 하겠다"고 각오를 다지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벌써부터 2021년을 걱정하게 만든다.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도 청년들의 고민이다. 취준생 김모씨(27)는 "안 그래도 좁은 취업시장이 코로나19로 더 좁아졌다"고 하소연했다.
"취업이 바늘구멍이라고 했는데 올해는 구멍이 더 작은 느낌이에요. 지원할 곳도 마땅히 없었어요. 다들 힘들다고 해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위로하지만, 마음이 답답하죠."
생활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다행히 10월부터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 일하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일하는 시간이 줄면서 수입이 감소했다.
"친구들이랑 대화하면 대부분 '걱정'이죠. 내년에는 나아질 것이란 보장도 없으니 마음이 더 불안하고 초조해요. 조금씩 나아지길 바랄 뿐이에요."
◇"우리 아기에겐 집이 세상의 전부에요"(새내기 엄마·임은현·36·여)
임은현씨에게 올해는 특별하다. 결혼 2년 만에 첫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임씨는 유도분만을 통해 예정일보다 약간 앞선 2월7일 출산했다. 코로나19 걱정에 조금 일찍 출산한 후 집에서 머무르기 위한 결정이었다.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는 남편의 출입이 금지됐는데, 가족이 곁에 없으니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가까운 친지는 물론 친구들도 아직 임씨의 아이를 보지 못했다. 첫 크리스마스 역시 집에서 트리 만들기를 하며 보냈다.
코로나19에 고마움을 느낄 때도 있다. 바쁜 남편이 재택근무를 시작하며 집에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다.
"고맙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지만, 다행이란 생각도 해요. 연말이면 각종 모임에 남편이 바빴거든요. 어려운 시기지만 가족이 모두 함께 하면서 소중한 추억을 쌓으려고 해요."
◇"집에 있다보니 아이와 다툼만 느네요"(주부·지영인·43)
"집에 있다보니 아이와 다툼이 늘어서 걱정이에요. 서로 신경전도 더해지고. 이럴 때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관계도 개선해야 하는데 어딜 가지 못하니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아요."
직장인 지영인씨는 올해 초 회사를 그만뒀다. 잠시 여유를 갖기 위한 결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재취업이 어려워졌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친정어머니가 육아를 도왔지만 지금은 지씨가 육아를 한다. 달라진 교육방식에 아이는 짜증을 냈고, 지씨도 화를 내면서 다투게 된다.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마땅찮은 것도 고민이다.
다행히 최근 아르바이트를 구한 지씨는 일주일에 사흘씩 일한다. 아이는 지씨 출근시간만 되면 나가라고 재촉한다.
"저도, 아이도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풀 길이 마땅치 않아요. 어디 외식을 하기도 그렇고, 여행을 가긴 더욱 힘들구요. 일을 구해서 다행이에요. 저도 나가는 게 편해서 아이가 출근 재촉하는데 서운한 건 없어요. 아르바이트라도 하게 돼 다행이에요 정말."
◇"밤에도 걸려오는 전화를 보면 애틋한 마음이 커요"(요양병원 간호사·이은경씨·40대)
요양병원 간호사 이씨는 올해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이씨가 일하는 요양병원은 최신식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 태블릿PC와 같이 비대면 만남을 도와주는 기기가 없어 간호사들이 자신들의 휴대전화로 요양원 어르신과 가족 간 통화를 연결해준다.
"어머니, 아버지들께서 '언제 올 거냐' 물으면, 자녀분들이 '코로나가 유행이니 조금만 참으라'는 대화가 대부분이에요. 안타깝죠."
간호사들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되니 퇴근 뒤 자녀들이 가끔 전화를 걸어올 때가 있는데, 이씨는 불편함보다 이들의 애틋한 마음이 우선 생각난다고 했다.
외출을 못 해 간호사가 할아버지, 할머니 머리를 해주는 미용사로 변신하기도 한다. 가족이 병원 1층에 두고 간 음식을 전하는 것도 간호사들 몫이다.
"간호사가 하는 일 말고도 여러 가지 일을 한 것 같아요. 어려운 건 없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더욱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 가족이 만나지 못하는 만큼 더 열심히 간호해야겠다는 생각뿐이죠."
◇"엄마 얼굴 본 지가 1년이 다 돼가요"(주부·남미숙·50대·여)
"1년 동안 면회가 완전히 금지됐어요. 6월에 잠깐 유리창 가림막을 통해 엄마 얼굴을 봤어요.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남미숙씨는 요양원에 있는 엄마의 얼굴을 만져본지 1년이 넘어간다.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잠깐 얼굴을 봤지만, 이마저도 가림막을 통해서였다.
치매를 앓고 있는 남씨의 어머니는 자식들이 오지 않으니 '소외당했다'는 생각에 우울증이 심해졌다고 한다. 여기에 급격히 몸까지 나빠져 일반병원으로 옮긴 상태라 걱정이 더 크다.
"지난해까지는 면회신청을 하면 볼 수 있었어요. 음식도 나눠먹고요. 올해는 그게 안 되니 몸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시는 것 같더라고요. 얼른 엄마 얼굴을 자유롭게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청춘을 바친 회사, 떠나면서 인사도 못하게 됐네요"(김대우씨·60대·남)
"퇴직자를 위한 행사가 있었죠. 부서별 회식도 하고, 아는 사람들끼리 밥 한끼 하면서 선물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사진도 찍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시간인데, 상황이 이러니 조용히 떠나게 됐죠."
연말 정년을 앞둔 김대우씨는 최근 부사장이 주는 상패를 받았다. 다만 동료들과 사진을 찍고 악수를 나누는 '퇴임식'은 없다. 부사장과 단둘이 찍은 사진으로 위안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회사에서는 '타부서 방문 금지' '업무연락은 무조건 전화로' '카풀 시 마스크 착용 필수' '흡연 시 거리두기' 등 내용이 담긴 공문이 내려왔다.
김씨는 "코로나19가 보통 일인가"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들은 하나같이 올 한 해가 '어려웠다'면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배우는 시간이었단 소회도 전했다. 그러면서도 대화의 마지막은 언제나 "새해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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