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을 묻다④] 법원도 바뀐다…"문신 의료행위로 볼 근거 부족"
문신사 입장 양형이유에 반영…판결문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바뀔까?…대법원, 헌법재판소 판단도 기대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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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원심 법원 다수의견 어디를 보더라도 침습행위(문신)는 반드시 의료인이 행해야 하는 의료행위라는 점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지난해 9월 부산고등법원의 한 항소심 재판부 판결문에는 이례적으로 '소수의견'이 붙었다. 사건을 담당한 주심인 A판사는 문신을 '의료행위'라고 보는 기존의 판례에 따라 의료면허 없이 문신업을 한 피고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이런 판례가 정당한 것인지 의문을 던졌다.
한국에서 문신은 의료행위로 규정되고 있기 때문에 의료 면허가 없는 이가 문신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문신은 의료행위다'라고 명시한 법률은 없지만 1992년 대법원에서 문신을 의료행위라고 규정하면서 판례로 굳어졌다. 때문에 의료면허 없이 반영구화장 시술을 한 이번 사건의 피고인에게도 유죄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A판사는 선고를 하며 기존의 판례가 성립된 이후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그동안의 의학적, 기술적 진보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문신과정에서 피부에 색소를 넣는 침습행위 자체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려면 이 행위가 의료인 수준의 위험성을 내포해야 하는데 현재의 기술력을 봤을 때 그 정도로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A판사는 피고인이 반영구시술을 하며 사용한 마취크림이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며 문신 시술기계도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른 검사에서 모두 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이라며 마취크림과 문신 시술기계 모두 사용 방법만 잘 숙지하면 일반인이 사용하는데 제한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이 아닌 하급심에서 개별 판사가 소수의견을 내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을 대리한 손익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문신사들과 관련한 사건을 여러 차례 맡아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판결문에 붙은 소수의견이 4~5 페이지가량으로 굉장히 상세하고 길다. 판사가 각오를 하시고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2심에서도 이런 소수의견이 붙을 정도로 문신에 대한 법원의 인식이 변화한 만큼 대법원에서도 긍정적인 판다니 나올 것이라고 기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이후 대법원에 계류돼 아직도 판단이 나오지 않고 있다.
A판사 이외에도 전국 법원에서 이뤄지는 '문신'과 관련한 판결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뉴스1은 대법원 판결서인터넷열람 시스템을 통해 지난 2018년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2년 동안 문신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은 사건 65건을 확인했다.
모든 판결이 의료면허 없이 문신을 행위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양형이유에 문신사들이 주장하는 이야기들이 반영됐다. 각 법원들은 유죄를 인정하더라도 문신으로 인한 피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이유를 붙이거나, 문신 합법화가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들었다.
한 예로 광주 북구에서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문신시술소를 운영하던 B씨는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2월 광주지법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사건을 담당한 광주지법 형사11단독 김지후 판사는 "피고인이 행한 의료행위 자체의 위험성이 중하지 않았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라며 문신행위 자체가 위험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판결문에 담았다.
김 판사뿐만 아니라 전국의 다수의 판사들이 문신 관련 범죄를 판결하며 문신에 대해 '위험이 중하지 않고,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기했다. 이런 흐름을 두고 손 변호사는 "문신사들이 조직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문신사들이 기소된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주장을 거의 내지 않았지만 문신사들의 조직이 생기고 소송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되면서 판결의 양형이유에 문신사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정부가 문신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B씨의 사건에서 김 판사는 "문신 시술을 양성화하여 새로운 직업으로 보호하려는 정부와 국회 내의 입법 시도가 있는 등 문신 시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있다"며 이를 피고인에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했다.
광주지법에서는 지난해 11월에도 비슷한 내용의 판시가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 박남준 판사는 미용실에서 눈썹 문씬 영업을 해오다가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약사법 위반, 의료법 위반 혐의로 대판에 넘겨진 3인의 피고인에게 2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의 벌금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들이 동종 범행을 반복했고 영업의 규모가 작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면서도 "정부가 눈썹문신을 미용업소에서 합법적으로 시술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편, 문신사들은 문신에 대한 제대로 된 법 규정을 만들지 않고 문신을 불법화한 현행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여러 차례 헌법소원을 냈다. 현재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확인된 건만 4건의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가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하급심에서 소수의견이 나오는 등 법원이 문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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