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뇌물공여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정준영 서울고법 형사1부 부장판사가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평소 징벌보다는 교화에 무게를 두는 '치료 사법'을 실시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기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정 부장판사는 청량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8년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거쳐(20기) 지난 1994년 서울지법 북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인천지법 부천지원, 서울고법 등에서 판사 생활을 거친 정 부장판사는 국회 파견 이후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법원 내 회생·파산 사건 전문가로 통하는 정 부장판사는 평소 치료 사법을 시범 실시하는 등 실험적인 소송 지휘로 주목을 받아왔따.


지난 2019년 정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있는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음주 뺑소니를 한 뒤 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30대 남성에게 국내 최초로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재판부는 이 남성을 보석으로 석방하되 조건으로 금주와 이른 귀가 등을 걸었다. 3개월간 매일매일 보고서도 작성케 한 뒤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이 이를 감시하고 격려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후 재판부는 "음주 자체를 하지 않으며 절제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형을 깎았다.


또 지난해에는 아내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60대 노인이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입원 중인 병원으로 직접 찾아가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 노인에게도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치매전문병원으로 주거를 제한해 계속 치료를 받을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 2019년 10월 열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도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삼성그룹에 '준법감시제도' 도입을 요청하는 등 이례적인 소송 지휘를 선보였다.


다만 정 부장판사가 처벌보다 회복에 방점을 둔다고 해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아니었다. 정 부장판사는 수천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에게도 사내 준법감시제도를 요청했으나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이 회장을 법정구속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