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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중국 무협물의 세계에까지 손을 뻗었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으로 막을 내린 페이즈3의 뒤를 이어 페이즈4를 여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감독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은 이국적인 배경 속에서 중국식 무협물과 마블 히어로 서사가 융합된 액션 판타지 영화였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27일 오전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처음 국내에서 공개됐다. 영화는 13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안에 중국계 미국인 샹치라는 인물이 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흑인 히어로 '블랙팬서'로 정치적인 올바름에 한층 다가섰던 마블은 이번에는 동양인 히어로 '샹치'의 이야기로 다시 한 번 새로운 분위기를 꾀했다.
샹치에는 여러 동양적 요소들이 담겼다. '동양적'이라기보다는 동양을 보는 서양의 관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동양인 관객으로서는 '와호장룡' 같은 중국 무협 영화에서 나올 법한 장면이 마블 영화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는 것이 흥미롭다.
세상을 떠난 엄마의 꿈을 종종 꾸는 션(시무 리우 분)은 10년지기 친구 케이티(아콰피나 분)와 함께 호텔 벨보이로 근무하며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즐겁게 살아가는 20대 청춘이다. 친구들과 케이티의 부모님은 두 사람에게 소위 잘나가는 직업을 택하라고 잔소리를 쏟아붓지만, 두 사람은 가라오케(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게 즐거울 뿐이다.
사실 션은 평범한 척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비범함은 어느 날 버스 안에서 발휘된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펜던트를 노리는 괴한들이 공격을 해오자 그들을 상대하며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구해낸 것. 그는 자신의 펜던트를 노리는 이들이 '텐 링즈'이며 그들이 여동생 쑤 샤링(장멍 분)에게 갈 것을 감지하고 케이티와 함께 마카오로 떠난다.
션의 원래 이름은 샹치다. 샹치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은 후 아버지의 강요로 훈련을 받아 암살범으로 키워졌다. 그의 아버지 웬우(양조위 분)는 '텐 링즈'라는 신비로운 물건의 힘으로 천년 넘게 생명을 유지하며 지하 세계의 권력자로 군림해왔다. 그는 '텐 링즈'라는 집단의 수장이기도 한데, 한 때 신비로운 마을 탈로에서 아내를 만나 모든 것을 버리고 가족과의 삶에 충실했다. 그러나 웬우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후에는 다시 '텐 링즈'를 취했고, 복수만을 꿈꾸며 산다.
샹치는 동서양의 장점이 혼합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미국식 사고를 하지만, 중국인 아버지에게 전수받은 무술 능력과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정신적인 유산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세상을 구한다. 무술(Martial Art)은 동양적 개념에 가깝다. 무술을 배운 이들은 단순히 상대를 찌르고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적절히 제어하는 것을 배워 스스로를 지킨다. 샹치가 이모 난(양자경 분)으로부터 "선과 악, 그게 모두 너란다"라는 말을 들은 후 히어로로서의 정신을 획득해가는 과정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영화에서 양조위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그는 뻔한 히어로물 속 안타고니스트로 보일 수 있었던 웬우를 깊이있는 인물로 그려냈다. 관객들은 웬우의 가공할만한 힘과 열정 때문에 긴장감을 느끼게 되면서도, 인간적인 이유로 오로지 하나의 목표에만 사로잡혀 있는 그에 대해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사연 가득한 눈빛과 연기파 배우의 존재감으로 영화에 무게감을 부여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샹치의 동생 쑤 샤링을 통해 유교적인 동양 문화권에서 받는 여성 차별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어쩐지 양조위의 웬우는 그런 딸을 둔 가부장적인 아버지보다는 로맨티스트에 가까운 인물로 그려졌다. 물론 독선적이고 완고하다는 점에서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면모를 갖고 있다.
샹치의 절친 케이티를 연기한 아콰피나는 영화에 밝은 기운을 부여한다. 다만, 샹치를 연기한 시무 리우에게는 캐릭터에 적응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보인다. 그가 연기한 샹치는 매력적이었으나, 내적인 변화와 성장까지 그려내는 데는 아직 서툴른 모습이다.
용과 해태가 사는, 움직이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청명절에만 들어갈 수 있다는 마을 탈로는 다분히 동양적인 비주얼로 가득하다. 일단 움직이는 숲은 대나무 숲이다. 중국 무협 영화가 떠오르는 배경이다. 상상 속의 동물들을 재현해 놓은 점이 흥미롭다. 영화 중간중간 MCU와의 연결점을 찾을 수 있는 인물의 등장이 반갑다. 132분은 다소 길게 느껴진다. 오는 9월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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