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기사 게재 순서
(1) 팬데믹 위기에도 빛났던 ‘K-인더스트리’
(2) 코로나 뚫은 K-반도체, 韓 경제 버팀목 ‘우뚝’
(3) 다사다난 ‘K-배터리’, 위기 넘어 미래 준비 올인
(4) 글로벌 휩쓴 K-조선, 고부가 기술 빛났다
(5) ‘역대급 호황기’ 보낸 해운… 운임 연일 신기록
(6) 中감산·가격 인상… 펄펄 끓는 K-철강
(7) 정유 ‘유가 상승’·석화 ‘코로나 특수’로 반등 기지개
(8) K-전기차의 질주, 세계를 사로잡다
(9) 코로나에 우뚝 선 K-제약·바이오
(10) 훨훨 난 K-방산, 자주국방 새 이정표
(11) ‘수출효자’로 거듭난 K-게임, 글로벌 왕좌 재탈환 나선다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속에서도 올해 국내 해운업계는 10여년 간의 길고 긴 구조조정 끝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물동량 급증 등이 맞물리며 초대형부터 중소형 선박들은 올해 쉴새 없이 뱃길을 갈랐다. 해운업계는 올해 호황을 바탕으로 내년 선복량 확대와 친환경 투자를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와는 내년에도 담합 문제를 두고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연간 영업이익 ‘HMM 6조원·SM상선 1조원’ 예상


해운업계의 호황은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본격화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선복량을 줄였지만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소비가 활성화되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여기에 항만 적체로 인한 병목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 영향으로 물류 인력 회복이 더뎌지며 해운 운임이 급등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2월 둘째 주 4811포인트로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해당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전년동기대비 108%, 올 초 대비 68% 증가했다.

운임 상승은 국내 해운업계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HMM은 지난해 1분기까지 21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이어왔으나 해상운임 상승에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HMM은 올들어 3분기까지 4조67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다. 지난해(9800억원)보다 4.8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셈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은 올해 6조81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SM상선은 올들어 3분기까지 718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SM상선은 이 같은 호실적을 발판삼아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해운사 IPO는 2007년 KSS해운 이후 14년 만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크다. SM상선은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2024년까지 13개 노선을 18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같은 기간 선복량은 85만3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서 172만8000TEU로 2배 늘릴 계획이다.

해운 재건의 힘… HMM 세계 8위 선사로

SM상선의 SM뭄바이 호가 수출화물을 싣고 부산신항을 출항하고 있다. /사진=SM상선
올해 정부의 해운 재건 정책도 해운사 성장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지난 6월 HMM에 대한 컨테이너선 20척(2만4000TEU 12척·1만6000TEU 8척) 발주 지원을 마쳤다. 초대형 선박 투입으로 HMM은 글로벌 선복량 8위였던 선사 양밍(대만)을 앞질렀다. 초대형 선박은 중형 선박과 비교해 운영 비용은 줄이면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실어나를 수 있어 해운사 경쟁력을 위한 핵심 요소로 꼽힌다.

HMM의 선복량은 2016년 40만TEU에서 85만TEU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정부가 추가 발주한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이 내년 상반기까지 인도되면 2024년 HMM의 선복량은 100만TEU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100만TEU는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전 국내 1·2위 선사인 한진해운(60만TEU)과 현대상선(40만TEU)의 선복량 합계다. SM상선도 올해 3대의 컨테이너선을 추가하는 등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친환경’은 해운업계에서도 빠질 수 없는 화두였다. IMO(국제해사기구)는 2023년부터 현존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집약도(CII) 등급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EEXI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운항 속도를 줄이거나 에너지 저감장치 등을 달아야 한다. 
CII 등급제는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매년 측정해 A부터 E까지 등급을 매기는 것으로 D등급을 3년 연속 받거나 E등급을 한 번이라도 받으면 연비 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HMM은 암모니아연료 추진선박 연구와 바이오 중유 실선 검증 프로젝트, 선박 에너지효율 개선 설비 개발 등을 위해 정부 연구·개발(R&D)에 참여하거나 롯데정밀화학·포스코 등과 협업에 나서고 있다.

담합 규제 리스크에 긴장감 증폭


HMM은 올해 사상 첫 파업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육상직은 임금이 2012년 이후 8년, 선원은 임금이 2015년을 제외하고 2013년부터 6년 동안 동결된 점과 각각 경쟁사보다 인건비가 낮은 점을 내세워 두 자릿수 임금 인상률을 주장했다. 

해상노조는 ‘단체사직서 제출’이란 카드도 꺼냈다.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며 파업이 가시화됐지만 노사는 임금 인상 7.9%, 격려금 및 생산성 장려금 650% 지급에 극적 합의했다.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 돌입한 지 77일 만이었다.

공정위와의 대립은 현재 진행형이다. 공정위는 ▲HMM ▲SM상선 ▲장금상선 ▲동영해운 ▲범주해운 ▲동진상선 등 국내·외 23개 해운선사가 운임료 담합을 통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최대 8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카드를 꺼냈다. 

해운업계는 해운법에 근거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무효를 외치고 있다. 해운 담합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화두로 떠올랐지만 연내 해결될 가능성은 줄고 있다. 이 문제가 해를 넘길 경우 해운업계는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 발목을 잡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를 제외하면 내년 해운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내년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률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높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항만 검·방역을 강화하는 점도 운임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