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동서학 개미 가고 채린이 왔다는데… 올해 초 채권시장 전망은?
② 장기 불황에 얼어붙은 투심… 증권사, 리테일 채권으로 탄력받나
③채권형 ETF로 뭉칫돈 몰린다… 수익률도 '고공행진'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침체 우려 속 올해도 주식시장이 반등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반면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어서다. 증시 부진에 좀처럼 플러스 수익률을 내기 어려워진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인 주식시장을 떠나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으로 넘어가는 이른바 역머니무브 현상이 올해도 지속 될지 주목된다.

채권 개미, 지난해 20조원 쓸어 담아

그래픽=머니S 이강준 기자


채권은 돈을 빌려주면 후에 갚겠다는 일종의 '빚문서'로 발행 주체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나라에서 발행하는 '국공채', 기업에서 발행하는 '회사채'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국고채는 국채(국고채·외평채·재정증권 등), 지방채, 특수채(한전·LH 등 특별법인이 발행한 채권) 등으로 다시 나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장외 채권시장에서 20조6113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연도인 2021년(4조5675억원)과 비교하면 4.5배 가량 증가한 규모다. 역대 최대 순매수액을 기록한 2007년(6조5143억원) 대비로도 세 배 이상 높다. 반면 주식 거래대금은 지난 2020년 말 35조원에서 2021년 말 20조원, 올해 초 10조원대로 급감했다.

구체적으로 회사채가 7조995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타 금융채(5조8512억원)
▲국채(2조9861억원) ▲특수채(1조9134억원) ▲은행채(9678억원) ▲ABS(7025억원) ▲지방채(2097억원) 순이었다.


그래픽=머니S 이강준 기자


채권이 개인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글로벌 중앙은행이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앞다퉈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그 결과 채권금리가 급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통상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이 때문에 금리가 높을 때(채권 가격 하락) 채권을 사둔 뒤 금리 하락 시기(채권 가격 상승)에 팔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지난해 저점 매수 기회를 노린 투자자들이 채권 매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초 연 1.855%에서 9월26일 연 4.548%까지 치솟았다. 3년물 AA-급 회사채 금리도 10월21일 기준 연 5.736%로 올랐다. 높아진 금리로 투자자들은 채권시장에서 평균 연 4%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다.

황지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주식시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크게 하락했다"며 "악화된 경제지표들로 인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된 채권의 가치가 부각됐는데 올해 높아진 금리로 인한 이자수익과 경기침체 공포가 확대된다면 금리에 하방 압력이 작용해 채권의 메리트는 다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웃음꽃 피는 채권시장

올해도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상반기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채권시장도 지난해보다는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4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아직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지난해처럼 급격한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세계 경제 경기침체 우려, 주요국 인플레이션 둔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기조는 마무리될 것"이라며 "향후 채권금리는 하락 사이클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식·채권 등 투자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이 2년 유예된 점도 채권 투자 시장에 긍정적이란 반응이다. 금투세 시행 시점이 기존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연기되면서 투자자들은 채권 양도소득에 대해 기존 제도대로 비과세(이자소득은 과세)가 적용된다.

기준금리 인상기가 끝나가고 있는 가운데 장기물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고채 금리 3.8~4.0% 수준에서 채권을 담을 기회가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기가 끝나가면서 점차 장기물에 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모든 채권이 안전자산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채권을 안전자산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정기 예금과 달리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자금 계획과 투자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안전한 투자자산이라고 투자자들이 많은데 금리나 신용도 변화 등 매매 시점에 따라 자본 손실 가능성도 있다"며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움직일지 중앙은행이 어떻게 대응할지 등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