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유 특별공제'를 폐지하고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부동산 세제의 대전환이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고가주택의 세제 혜택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깎아주는 '장기보유 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를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기조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다음달 9일 시행되는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와 맞물리며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14일 국회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10인은 장특공제를 폐지하고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1주택자의 양도가액이 12억원 이하인 경우(2년 이상 거주) 양도세를 전액 면제하고, 12억원 초과라도 10년 이상 보유·거주시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해준다. 장기보유를 유도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최근 집값이 급등하며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과도한 혜택이 돌아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3년 이상 거주자에 한해 1인당 세금 감면 한도를 2억원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혜택이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되는 세제가 늘어가게 된다.

세액공제 전환 시 세 부담 최대 20억 증가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해주던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폐지하고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는 법안이 발의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양도세 상담 광고물이 게시된 모습. /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 162㎡(49평)는 지난 1월 89억원(11층)에 거래됐다. 해당 단지의 동일 면적은 2015년 6월 20억8500만원(10층)에 손바뀜됐다. 만약 11년 전 이 아파트를 매수해 올 들어 매도했다면 68억원 이상의 양도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이때 장특공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양도세는 약 22억원(최대 중개보수·1주택자 기준) 수준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10년 거주한 것으로 추정하면 세 부담은 5억원 안팎으로 줄어든다. 수십억원대 차익에도 실제 납부 세액은 5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단순 계산해도 공제 폭이 줄어들고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금은 수십억원 단위로 증가할 수 있다. 해당 사례의 경우 세액공제 한도가 2억원으로 제한돼 세 부담이 약 20억원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이 같은 구조를 '세제 역진성'(계층 역전) 문제로 본다. 고가주택일수록 양도차익 규모가 큰데 공제율이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결과적으로 절대 감면액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1주택이라 할지라도 투자·투기용이라면 오래 보유했다고 해서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장특공제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불로소득에 대한 합리적 세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사회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현행 제도는 양도차익이 클수록 더 큰 혜택을 주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근로소득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42억5000만원의 근로소득을 올렸다면 약 12억원(30%)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부동산 양도소득에 대한 세 부담은 2억4000만원(7%)에 불과하다. 정 팀장은 "근로소득세가 불로소득 세금보다 5배 높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장특공제가 폐지될 경우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장기 보유한 고령자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보유 기간, 거주 요건, 주택 가격 등을 고려해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장특공제 혜택을 줄이려면 보유 단계에서 낸 세금을 양도세 계산 시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과세기준도 공시가격이 아닌 취득가액 중심으로 바꾸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