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이 초고액자산가 유치 경쟁에 한창인 가운데 이색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사진=강지호 기자


부동산·증시 변동성 확대 속에서 초고액자산가 자금을 선점하려는 은행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예대마진 축소로 전통적 수익 기반이 약화되자, 은행들은 단순 예금 유치를 넘어 가업승계·세무·부동산·라이프케어까지 아우르는 종합 자산관리(WM) 체계를 앞세워 '슈퍼리치'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전용 PB센터와 패밀리오피스 조직 확대를 기반으로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토털 케어' 전략이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초고액자산가를 장기 고객으로 묶어두는 '락인(lock-in)' 전략이자, WM·IB·승계 시장 확대를 겨냥한 포석이다.

"자산관리 그 이상"…패밀리오피스 중심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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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자산관리 서비스는 과거 투자 상품 중심에서 벗어나 '가문 단위 자산관리'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패밀리오피스다. 단순 금융자산뿐 아니라 기업 지분, 부동산, 상속·증여, 사회공헌까지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프리미어 패밀리오피스'와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서비스를 통해 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증권 전문가 협업 기반의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투자·세무·부동산·가업승계까지 통합 관리하는 구조다. 최근에는 신세계백화점과 협업해 금융 상담뿐 아니라 부동산·시장 전망 등 고객 관심사를 반영한 콘텐츠 제공도 확대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역시 'KB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개인 자산을 넘어 가족·기업 자산까지 통합 관리한다. 부의 증식과 이전, 승계, 사회공헌까지 포함한 '전 생애·전 세대' 자산관리 모델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KB국민은행 '아트·라이프스타일' 결합한 경험형 서비스

사진은 KB국민은행 갤러리뱅크.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비금융 영역에서 차별화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갤러리뱅크'를 통해 영업점에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아트 투자 자문까지 제공한다. '뮤지엄 데이'와 같은 고객 초청 행사에서는 미술관을 통째로 대관해 프라이빗 도슨트 관람과 세미나를 결합한 경험을 제공한다.

또 골프·클래스·스포츠 관람 등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VIP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주말 전용 카페 라운지 'KB 골드앤드와이즈 더 퍼스트(GOLD&WISE the FIRST)'는 예약제로 운영되는 프라이빗 공간으로, 자산관리 상담과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결합한 사례로 꼽힌다.


건강관리 서비스도 눈에 띈다. KB라이프생명과 협업해 치매 예방 프로그램과 요양 상담 등 초고령화 대응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자산관리 범위를 '헬스케어'로 확장했다.

신한은행 '초개인화'와 글로벌 네트워크 강점

신한 프리미어 패밀리오피스 청담센터 표지판. /사진=이예빈 기자


신한은행은 고객 자산 규모에 따라 서비스를 세분화한 '초개인화 전략'을 내세운다. 10억원 이상 고객에게는 차량 의전, 법률 자문, 미술품 감정 및 경매 서비스, VIP 건강검진 할인 등을 제공한다.

10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에게는 전 세계 골프클럽 예약, 공연·전시 티켓 컨시어지, 2세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서비스까지 확대된다.


또 '신한 프리미어 홀(Premier Hall)'을 통해 금융 세미나뿐 아니라 공예·다도·드로잉 등 취미 기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아너소사이어티(사랑의열매)·월드비전 기부 자문 서비스 등 '사회적 가치'까지 포함한 자산관리도 차별 요소로 꼽힌다.

하나은행 '라이프케어'로 일상 전반 관리

하나은행 Club 1 PB센터 도곡점 상담실 외부. /사진=이예빈 기자


하나은행은 금융을 넘어선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장례 지원, 웨딩카 제공 등 생애주기 이벤트 지원부터 골프·문화·여행 프로그램까지 고객의 일상 전반을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LPGA(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 연계 골프 행사, 미술 전시 도슨트 프로그램, 클래식·오페라 공연 관람 등 고급 문화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외에선 전문 가이드와 동행하는 '아트투어'도 제공하며 글로벌 경험을 강화했다.

또 자녀 교류 프로그램 등 가족 단위 서비스도 확대해 '가문 중심' 자산관리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은행 'TWO CHAIRS'로 프리미엄 채널 확대

지난 3월12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우리은행 '투체어스(TWO CHAIRS) 프리미엄 멤버십 위스키&다이닝 세미나' 에서 참석자들이 위스키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은 '투 체어스(TWO CHAIRS)' 브랜드를 중심으로 초고액자산가 전용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강남·청담·여의도 등 주요 거점에 WM 특화 채널 13개를 운영 중이다.

'TC프리미엄센터'를 통해 세무·부동산 자문과 전담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용 웹 기반 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또 프리미엄 멤버십을 통해 호텔 숙박, 체험형 클래스 등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 초청 행사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금융 상담을 넘어 '프리미엄 커뮤니티' 형성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슈퍼리치 잡아라"…은행권 '머니 전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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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초고액자산가 시장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수익 구조 변화가 있다. 금리 하락기와 대출 규제 강화로 예대마진이 축소되면서, 안정적인 수수료 기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WM 사업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초고액자산가는 자산 규모가 클 뿐 아니라 기업 금융, 투자은행(IB), 가업승계 등 다양한 금융 수요를 동반하는 '핵심 고객군'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단순 금융상품 판매를 넘어 '자산·가문·라이프스타일' 전반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초고액자산가 시장은 단기 수익보다 장기 관계 구축이 중요한 영역"이라며 "차별화된 서비스 경험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