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세계 'Top 10'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엔비디아를 넘어 '세계 1위'에 도전할 전망이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처음엔 오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합산 영업이익이 700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을 처음 접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최근 페이스북에서 털어놨다. 초현실적일 정도로 낯선 초호황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예고없이 찾아온 초호황을 지혜롭게 맞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840조원을 웃돈다. 특히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488조원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조선 3사의 합산 수주잔고는 135조원으로 약 3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방산 5사 합산 수주잔고는 165조원으로 3~4년치 일감이다. 그야말로 '초호황'이다.

전문가들은 주요 산업의 초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중 갈등이 만들어낸 지정학적 재편과 AI·에너지 전환·자주국방이라는 중장기 수요 요인이 뒷받침된 구조적 호황이란 점에서다.

미·중 갈등이 불러온 기회

초호황의 핵심 배경은 미·중 갈등을 비롯한 지정학적 변화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규제가 일시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첨단 기술과 핵심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핵심 대체재로 부상했다는 진단이다.


AI 시대의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미·중이 부딪치면서 2022년 이후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는 단계적으로 강화돼왔다. 중국 메모리 업체(CXMT·YMTC)는 미국 빅테크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그 결과 미국 빅테크가 AI 인프라용 HBM을 살 수 있는 곳은 한국 두 회사와 미국 마이크론뿐이다.

한국이 LNG선·암모니아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압도적 기술력으로 시장을 장악해온 가운데, 미·중 갈등이 그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EU 선주들이 지정학적 신뢰 문제로 중국 조선소를 회피하면서 고부가 선박 발주가 더욱 한국으로 쏠리는 구도다. 미국은 2024년 조선업 부흥을 국가 안보 의제로 격상했다.


미·중 갈등 격화로 미국이 동맹의 군사력 강화를 압박하고 중·러 위협이 부각되면서 세계 각국은 무기 비축을 늘리고 있다. 이 수요를 온전히 받아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가 한국이다. 친서방 진영의 무기 수요국들은 빠른 납기, NATO 표준 호환성, 합리적 가격, 유연한 기술이전을 동시에 요구하는데, 미국은 자국 우선 정책으로 납기를 지키지 못하고, 독일·프랑스는 생산능력이 한정적이며 가격이 비싸다.
반도체, 조선, 방산 업종의 영업이익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러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호황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초호황의 장기 지속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향후 수년간의 수요가 이미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규모가 2025년 350억달러에서 2028년 1000억달러로 연평균 약 40%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3년 동안 고객들이 요청한 수요가 이미 공급능력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주요 방산 수출국이 꾸준히 국방비를 늘리고 있어 방산 수출 모멘텀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2027 회계연도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50% 올린 1조5000억달러(약 2200조원)로 편성했다. 유럽도 NATO 헤이그 합의에 따라 2035년까지 GDP 대비 5%까지 국방비를 끌어올린다. 현재의 두 배 이상 수준이다.

일본 해운분석기관 BIMCO에 따르면 한국 조선 3사는 이미 3년치 이상의 수주잔량을 확보했다. 그 위에 MASGA가 얹어진다. 미 국방부는 2027 회계연도 예산안에 해외 조선소를 활용한 함정 건조 연구사업을 18.5억달러 규모로 신설했고,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건조는 2028년 발주 예정이다.

산업별로 구조적 수요 요인

반도체는 AI 데이터센터 자본지출이 수요를 끌어올린다. 미래에셋증권 김영건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는 약 8060억달러로 전년 대비 73% 늘어날 전망이다. 구글의 AI 인프라 책임자 아민 바흐다트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사내 회의에서 AI 서버를 5년 안에 1000배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HBM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지난 3월 메모리의 대역폭과 용량이 지금보다 각각 1000배씩 더 늘어나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선은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 규제라는 두 개의 구조적 변화 위에 놓여 있다. 클락슨리서치는 2026년 신규 발주 선박의 70% 이상이 대체연료 추진선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전 세계 운항 선박의 약 35%가 IMO의 강화된 탄소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노후선이고, 2027년 상반기부터 선박 탄소세가 부과되면서 교체 압력이 본격화된다. 2025년 기준 한국 점유율은 LNG선 74%, 암모니아 추진선 100%, 메탄올 추진선 68%로 압도적이다.

방산은 세계 각국의 군비 지출 증가로 인한 수혜가 지속될 전망이다. 2024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7180억달러로 전년 대비 9% 늘었다. 냉전 종식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SIPRI). SIPRI는 2026년 4월 보고서에서 "현재의 위기 범위와 각국의 장기 군비 목표를 감안할 때 2026년과 그 이후에도 군비 지출 증가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코스피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반도체 등 일부 업종으로의 '쏠림 현상'과 실물 경기와의 괴리를 지적한다./사진=뉴시스 /사진=권창회


'쏠림'과 버블 우려도

초호황의 이면도 존재한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극심한 '쏠림 현상'을 지적하며 2026년 5월 코스피 7000선 돌파 시점을 분석하며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는 4100선으로 추정되며 올해 고점을 갱신하고 있는 섹터는 전체 시장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GDP 성장에서 반도체 제조업 기여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 상승 속도와 투자자 체감 경기 사이에 괴리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호황의 조기 종료를 경고하는 시각도 있다. BNK투자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AI 추론 투자 사이클이 후반부에 진입했다고 진단하며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했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도 업황이 정점을 지났을 지도 모른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아웃퍼폼으로 낮췄다. 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는 지난해 BBC 인터뷰에서 시장에 비이성적인 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버블이 터지면 어떤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