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행미디어 시대'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란전쟁이 던진 질문: 우리의 드론, AI 준비돼 있는가' 제하의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주요 참석자들. 왼쪽부터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연구위원,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특임교수, 류영관 파블로항공 부사장(예비역 공군 소장). / 사진=동행미디어 시대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습득한 '드론 전술'을 그대로 운용하고 있다며 한국군의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간 기업이 군사 드론 수요를 결정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선제적으로 수요를 만들어 군의 대응 역량과 방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연구위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행미디어 시대'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란전쟁이 던진 질문: 우리의 드론, AI 준비돼 있는가' 제하의 토론회 발표를 통해 한국군 드론 대응 역량에 우려를 표했다.

"DMZ 병력 뺀다는 한국, 북한 드론 막겠나"

양 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 3월 공개한 전술훈련 영상을 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쓰던 전술을 거의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선 앞 10~20㎞를 무인지대로 만들고, 자폭드론으로 (병력과 무기체계를) 격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자폭드론을 만들 돈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러시아 측에 노동자 약 1만명을 보내 (드론) 생산을 돕고 있다"며 "북한이 (러시아처럼) 자폭드론으로 공격한 후 대전차 미사일로 정밀타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한국군이) 최전방 병력을 뺀다고 하는데, 북한이 (한국의) DMZ(비무장지대) 부대를 공격한다고 하면 제대로 지킬 수 있겠느냐"며 "정부가 드론·대드론 얘기를 하는데 모래 위에 집을 짓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7일 최전방 일반전초(GOP)에서 경계 근무하는 병력을 현재 2만2000명에서 60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인구절벽 대응을 위해 2040년까지 GOP 병력을 단계적으로 감소하겠다고 설명했다.


양 연구위원은 "드론을 운용하려면 통신이 중요한데, 현재 지휘통제망에선 명령어 하나를 보내는 데 1분 넘게 걸린다"며 "이런 통신 체계로 드론을 실시간 운용할 수 없어서 군 안팎에선 대한민국 최고의 지휘통제망이 카카오톡이라는 자조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드론 기업, 불확실한 수요 전제로 선투자 한계"

류영관 파블로항공 부사장(예비역 공군 소장)은 이날 발표에서 정부 주도로 드론 수요를 창출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내 무기체계 수요가 부족해 외국 기업과 소통했던 경험도 공유했다.

류 부사장은 "드론 기업이 불확실한 수요를 전제로 선투자하는 구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현재 드론 분야 선도 업체들 대부분 적자 운용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드론 수요를 빨리 파악해서 드론 업체가 망가지지 않고 방산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 차원의 전담 조직 신설, 표준 페이로드(payload·탑재물) 정립, 반복 조달 및 장기 계약 등 선제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완벽한 드론을 기다리면 100년이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특임교수도 이날 발표를 통해 이란전 교착 상태의 원인에 대해 미국의 전략 부재, 이란의 '모자이크 방어' 전략 등을 꼽았다. 특히 "이란은 국토를 30개 이상의 독립적 지역 체계로 쪼개놓고 중앙 지휘부가 타격받아도 각 지역이 독자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또 이란 전쟁 중 AI(인공지능) 오판으로 학교가 표적으로 인식돼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사례를 들며 "AI가 모든 것을 자동화하는 체계는 막아야 하며 인간 개입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행미디어 시대'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란전쟁이 던진 질문: 우리의 드론, AI 준비돼 있는가' 제하의 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동행미디어 시대


이날 행사는 지난달 16일 시대가 개최한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 시대포럼의 후속 '숙의 토론회'다. 당시 시대포럼에선 ▲국방부-국가정보원의 방산 창업투자회사 설립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산업 기술의 군사적 활용 대비 ▲드론·로봇 대량생산 시설 확충 ▲국방 조달체계 혁신 ▲군사 데이터 개방 필요성 등이 논의됐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국방위 소속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찾아 축사를 했다.

유용원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 군이 드론·대드론, 국방 AI 분야에서 독자적인 대응 역량을 조속히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국회 국방위원으로서 법적·제도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서면 축사에서 "북한의 무인기 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 군 역시 미래전에 대비한 전략과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오늘 논의되는 고견을 새겨듣고 국가안보 역량 강화와 방위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오병상 시대 대표는 이날 개회사를 통해 "전쟁의 양상은 이미 바뀌었지만 우리 무기와 제도는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오 대표는 "한국 방산이 골든에라(황금기)가 아니라 골든타임에 들어섰다"며 드론과 AI의 신속한 실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