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한 허위서류 못 거른다"…가짜 계약서에 상가대출 수십억 줄줄
상가 분양가 부풀리고 할인분양 숨긴 외부인 사기형 사고
은행권 "제출서류 의존 심사 한계"…금감원 "지속 점검"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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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서 상가 분양 관련 금융사고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은행권 여신심사 체계의 취약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현장실사와 담보평가 절차에도 외부인이 조직적으로 분양 관련 서류나 가격 정보를 조작할 경우 사고를 조기에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위 서류 제출과 담보가치 부풀리기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앞서 여신사고 취약점으로 짚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 22일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47억85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발생 기간은 2024년 5월부터 12월까지다. 상가 분양가를 감정가보다 비싸게 속여 대출을 많이 받아 간 사례로, 기업은행은 수사기관의 자료 제출 요구를 통해 해당 사고를 발견했다.
우리은행도 앞서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40억8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발생 기간은 2024년 8월 19일부터 30일까지다. 우리은행 사고는 대출 신청인이 상가를 할인된 가격에 분양받고도 정상 분양가로 계약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제출한 사안으로 파악된다. 우리은행은 상가 담보가 있어 일부 금액은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수사기관 수사와 자체조사를 진행 중이다.
두 사고는 모두 상가 분양 과정에서 제출된 서류나 가격 정보가 실제 거래 조건과 달랐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기업은행 사고는 분양가와 감정가 간 괴리를 활용한 사례, 우리은행 사고는 할인 분양 사실을 숨기고 정상 분양가 계약처럼 꾸민 경우다. 분양계약서의 진위와 실제 거래가격, 담보가치 검증이 상가대출 심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 같은 문제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앞서 여신 프로세스 개선 과정에서 주목했던 취약점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은 2024년 9월부터 국내은행, 은행연합회와 공동으로 '여신 프로세스 개선 TF(태스크포스)'를 운영했다. 이후 대형 여신사고에서 드러난 취약 여신 프로세스를 분석해 개선방안과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했고, 이를 토대로 은행연합회 자율규제안이 마련됐다. 해당 자율규제안은 은행연합회 여신전문위원회 의결을 거쳐 2024년 12월 26일 최종 확정됐으며 2025년 4월 1일부터 시행됐다.
당시 논의된 내용은 ▲중요서류 진위확인 절차 강화 ▲담보가치 산정·검증 절차 개선 ▲임대차계약 실재성 확인 강화 ▲자금용도 외 유용 점검대상 확대 등이다. 금감원은 당시 매매·분양·임대차계약서의 진위성 확인을 강화하도록 했다. 계약금 및 중도금 납부 여부, 부동산거래계약 신고필증과의 일치 여부, 원본 여부, 수정 흔적 여부, 공급가액과 분양가액 간 일치 여부 등이 확인 항목에 포함됐다.
담보가 부풀리기 차단을 위한 부동산 감정평가 점검시스템도 규정에 반영됐다. 주요 내용은 감정평가액·매매가격·대출신청금액 간 비교점검, 매매·분양계약서와 등기부등본 거래가격 간 비교점검 등이다. 이는 최근 드러난 두 사고에서 문제된 분양계약서의 진위 확인과 분양가·담보가치 검증 문제와도 맞닿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제도 시행 이후에도 은행권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최근 공시된 사고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고 분석 중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미흡한 사항이 있으면 계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며 "최근 공시된 사고와 관련해서도 계속 보고를 받고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개선방안은 법령 개정이나 감독규정 개정이 아니라 은행권 공동 자율규제 형태로 제도화됐다. 은행연합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 업권 기준인 만큼 은행들은 관련 내용을 내규와 전산시스템에 반영해 운영하는 구조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규와 시스템, 관련 절차를 바꾸는 사안인 만큼 자율규제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외부인 사기형 금융사고의 경우 은행이 사전에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 심사 과정에서 현장실사와 서류 확인 절차를 거치더라도 기본적으로 차주가 제출한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외부인이 조직적으로 서류를 위조하거나 거래 구조를 꾸밀 경우 은행이 확인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금감원도 외부인 사기성 사고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지만, 기본 절차 강화로 예방 가능한 영역은 넓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100% 걸러낼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절차를 거치면 방지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소득증빙 등을 외부기관에 확인하는 방식 등은 앞서 개선 과정에서 반영됐고, 온라인 확인 시스템도 많이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절차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면서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여나가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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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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