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급락했다. 덩달아 미국 반도체 기업 주가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사진은 7월 이후 주요 반도체 체 종목 및 지수 흐름. /사진=신재민 편집위원


삼성전자의 호실적 발표에도 코스피는 급락세가 이어졌다. 지난 7일 지수가 크게 흔들리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코스피는 8일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하는 등 5% 넘게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현재의 실적이 아닌 미래 지속성을 우려하기 시작한 만큼 이달 말 예정된 AI 빅테크 실적 발표를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7일 삼성전자는 2026년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9.3% 증가한 171조원이었고 영업이익은 1810.3% 급증한 8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또다시 새로 썼다. 그럼에도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6.92% 급락했고 코스피도 4.91% 하락 마감했다. 장중 코스피는 8.07% 떨어지며 7거래일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2026년 들어 여섯번째였다.

이 여파는 뉴욕증시 반도체주로 번졌다. 7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은 4.71% 하락한 937.38달러에 장을 마쳤고 AMD는 6.51%, 샌디스크는 7.26%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4.65% 내렸다.


현지시각 7일 로이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제조사들의 주가가 하락하자 투자자의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반도체 주식 전반의 매도세가 확산했다"며 "상승세를 보이던 메모리 및 반도체 관련주가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2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열리며 반도체 종목들이 잇따라 호실적을 내놨지만 정작 주가는 주춤한 상태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6월24일 삼성전자보다 먼저 실적을 발표했던 마이크론 역시 발표 직후 종가 기준 1213.56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18.85% 급락했다. 지난 6월30일부터 독립기념일 휴장을 제외한 최근 5거래일간 ▲마이크론 17.64% ▲샌디스크 23.08% ▲인텔 16.66% ▲AMD 5.82% 하락했다. 반도체 종목들이 담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10.79% 밀려났다.


국내 증시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6월30일부터 지난 7일까지 11.38% 급락했고 SK하이닉스는 16.94% 빠졌다. 코스피도 8.80% 하락했다. 8일도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35% 빠지며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고 삼성전자는 6.25% 하락 마감했다.

반도체, 호실적 전망에 많이 올랐지만 시장은 '그 다음'을 우려

2026년 하반기 반도체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사진은 8일 종가가 표시되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사진=뉴스1


반도체주의 부진은 잠정 실적 발표라는 '재료 소멸'에 따른 차익 실현의 차원도 있지만 메모리 사이클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그간 반도체주가 너무 빠르게 올랐다는 사실과 더불어 현재의 급등이 미래에도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실적보다 그 이후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


노동길 신한증권 연구원은 "7일 코스피는 장중 8% 넘게 밀렸고 종가로도 5% 가까이 하락했는데 그 전날 미국 반도체 주가는 반등했었고 원화 가치와 금리가 급격히 불안해진 것도 아니었다"며 "삼성전자 주가 급락의 원인은 시장의 시선이 현재 실적에 머물지 않고 다음 분기 숫자로 이동한 결과라고 해석해야 자연스럽다"고 짚었다. 실적은 좋지만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실적이 좋을수록 다음 분기 기준점은 더 높아진다"며 "2027~2028년으로 시야를 넓히면 AI 투자가 계속 늘어날지, 신규 설비 가동 이후에도 메모리 수급과 이익률이 유지될지 질문은 더 복잡해지는데 이는 당장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했다.

최근 계속되는 AI 관련 부정적인 이슈들이 반도체주에 부담을 가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최근 스페이스X와 알파벳 등 주요 빅테크는 잇따라 AI 투자를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AI 반도체 수요자인 빅테크가 가진 현금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여기에 메타발 공포가 하락 압력을 확대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메타가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은 이미 5월 주주총회에서 언급됐지만 문제는 이 소식이 AI 데이터센터의 용량이 생각보다 남아돌았다는 '공급 과잉'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변준호 IBK증권 연구원은 "최근 AI 관련 부정적 뉴스들이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반도체의 전방 산업인 AI 시장 환경이나 투자 환경은 좋지만 그간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시장이 호재보다는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7월 말로 예정된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분기 성과를 떠나 향후 전망치가 어떻게 제시될지, 수요가 어떨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 나스닥에 따르면 현지시각으로 오는 22일 알파벳이, 23일에는 인텔이 실적을 발표하며 29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가, 30일에는 애플과 아마존이 2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노동길 연구원은 "시장이 2027년 이후를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향후 반등 역시 2분기 호실적 확인만으로는 부족하다"며 "7월 말~8월 초의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빅테크의 실적과 자본 투자(CAPEX) 전망이 나오기 전까지는 정보 공백이 생겨 시장은 가격 조정으로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아진 다음 분기 기준을 넘는 전망과 AI 투자의 지속성에 대한 추가 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준호 연구원 또한 "이달 말 예정된 빅테크의 실적 발표와 AI 투자 관련 향후 스탠스가 중요하다"며 "이번 실적 발표에서 빅테크의 강한 AI 투자 의지와 긍정적인 코멘트가 부각될 경우 주가 흐름은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