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향후 법원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 후 하도급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각 지방노동위원회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해 건설업계가 법적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산업안전 의제를 중심으로 원청의 교섭 의무가 인정되는 사례가 늘면서 향후 법원 판단을 둘러싼 소송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타워에서 '건설사업자를 위한 노란봉투법 대응 전략' 세미나를 열고 최근 노동위원회 판정 경향과 향후 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건설업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노란봉투법대응센터 센터장은 "지방노동위 결정 120건을 분석한 결과 108건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며 "사용자성이 부정된 사례는 대부분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였고 민간기업은 사실상 대부분 인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노동위가 산업안전 분야에 대한 관리 책임만으로도 원청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산업안전에 대한 지배력이 인정되면 다른 교섭 의제를 별도 판단하지 않고 교섭에 응해야 할 수 있다"며 "실제 교섭 과정에서 산업안전 외 다른 안건까지 포함될 경우 추가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위원회의 심사 절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 사례를 보면 계약관계가 없는 제3자를 사용자로 인정하는 문제가 심리되는 데 수년간이 소요됐다. 국내의 경우 통상 20일 안팎으로 짧다. 다만 향후 법원의 판단은 정부와 다를 수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법조계 "법원 판단 다를 수도"

법원의 판단과는 별도로 산업안전 의제는 원청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송민경 법무법인 율촌 중대재해센터 부센터장은 "개정 전 노조법은 대법원이 단체교섭과 관련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개정법은 입법자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어디까지 사용자성을 인정할지는 향후 법원에서 계속 다툼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존 하급심과 대법원 판결이 산업안전 분야에서만큼은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건설업은 산업안전이 핵심 교섭 의제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건설업의 하도급 구조가 제조업과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된다. 송 부센터장은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되는 건설업 공사에서 전문건설업체나 하도급업체가 독립 면허와 조직을 갖추고 권한과 책임을 갖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보건협의체 등 원·하청이 안전 문제를 협의하는 제도를 마련하도록 정하고 있다. 송 부센터장은 "기존 제도에서 산업안전 관련 협의가 가능한 만큼 별도의 단체교섭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법원이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11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업체(계열사 포함)가 노동위로부터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실제 교섭이 진행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