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1심 선고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 1


법원이 22일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시장직 상실형인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태균 씨로부터 비공표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 씨를 통해 비용을 대신 지급하도록 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오 시장은 시장직 상실은 물론 차기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5선 서울시장이자 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 주자인 오 시장으로서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오 시장은 '정치 브로커' 명씨에게서 총 10차례(비공표용 7회 포함)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비용 3300만원을 김씨에게 대신 내게 한 혐의로 작년 12월 기소됐다. 오 시장은 2021년 2월쯤 명씨와의 관계가 이미 단절된 상태였고, 김씨가 오 시장 모르게 자발적으로 명씨에게 여론조사비 일부를 지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있었고, 김씨가 오 시장의 요청 없이 비용을 대신 지급할 이유가 없었다고 봤다. 특검이 문제 삼은 10차례의 여론조사 가운데 5차례, 2100만 원 상당의 비용 대납이 인정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오 시장은 "천하의 거짓말쟁이 명태균의 진술과 간접 증거만으로 선고됐다"며 "항소심에서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1심 판단인 만큼 최종 결론은 상급심에서 가려질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재판부가 지적했듯 선거 비용 보전 제한을 피하고자 비공표 여론조사를 활용하고, 추후 제3자나 뒷돈으로 비용을 정산하는 관행이 사실이라면 이는 공정한 선거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다. 선거철마다 여론조사를 둘러싼 편법과 정치 브로커의 개입이 반복된다면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은 사실상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오 시장 개인에게도 이번 판결의 정치적 후폭풍은 적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지만, 시장직 상실 가능성이라는 '사법 리스크'를 안고 시정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도 피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수도 행정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다. 주요 정책과 현안이 재판 문제로 흔들려서는 시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오 시장은 항소심에서 충분히 법적 주장을 펼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법정 공방과 시정 운영은 별개의 문제다. 사법 절차는 법원에 맡기되, 서울시 행정만큼은 한 치의 공백도 없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이번 판결을 정치적 유불리로만 해석할 게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각종 불법 편법 관행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