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시평/이정민]'인간과 로봇의 공생' '인류 2.0' 모델의 길
100년 뒤 후손들은 지금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까
AI 시대의 승자는 기술보다 '자율적 적응력'이 결정
자유와 개방, 분권이 AI 초강대국의 필수 조건
'인천국제공항화'가 AI 시대 대한민국의 첫 디딤돌
이정민 카네기 국제평화 연구소 선임연구위원-아산정책연구원 객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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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후의 한국인들은 무슨 키워드로 AI시대 초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기억할까? 2126년의 시민들은 지금의 서울을 각종 영상과 SNS자료를 보면서 매우 현대화된 도시와 선진화된 국민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좀더 상상력을 발휘하면 우리의 후손들은 2020년대의 대한민국이 지구촌의 <로봇과의 공생국>으로 자리매김한 시기였다고 생각할 수 있지않을까? 더 나아가서 <인류 2.0> 모델을 제시한 시점이라고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정부는 AI강국화를 제2의 한강의 기적으로 간주하고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방산, 그리고 문화사업 등 모든 영역에서의 AI기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한국이 AI초강대국, 즉 AI시대의 대왕고래가 되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사회적 변화가 전제돼야하지만 가장 중요한 조건은 각종 로봇, 수퍼 인공지능 플랫폼, 그리고 유무인 복합체계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 국민적 합의, 그리고 근본적인 정치개혁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힘은 자율적 적응력이다. 즉 정부가 하라고 해서, 부모가 하라고 해서, 학교의 선생님이 하라고 해서, 그리고 각종 직장의 상사가 하라고 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적응하고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사고가 필요하다.
월등한 적응력, 특히 자율적 적응력을 가장 많이 발휘하는 나라가 AI의 대왕고래가 될 수밖에 없기에 우리나라가 AI선도국가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자율적 적응력은 새로운 기술과 지식 그리고 문명적 요소들을 흡수하고 더 발전적으로 도약하는 힘과 의지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매우 중요한 측면은 국경선과 경계선을 왔다갔다 할 수 있는 발빠른 국내외화(Interdomesticity)라는 새로운 개념이다. 이 두개의 요소를 겸비한 나라와 국민은 본격적인 AI시대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다른 예로 싱가포르같은 도시국가의 특징은 모든 항공편이 국제선이기에 국내선이라는 개념이 아예없다. 하지만 창이공항에 이착륙하는 모든 항공기는 싱가포르 항공법과 제반의 가드레일 (guardrail)을 준수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인천국제공항화>가 되면 될수록 AI강국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경제 규모, 신속한 기술개발 속도, 그리고 특히 자율적 의사결정과 자유민주주의 제도 등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국경선 없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앞으로는 거의 모든 경계선이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정치, 외교안보, 경제, 기술, 문화, 그리고 지식 등 더 이상 국내외로 분간한다는 것은 본격적인 AI과 로봇 시대에 무의미한 일이다.
AI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이 빠른 속도로 미국의 AI기술능력을 추월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공산당의 독재체제로 각종 AI와 로봇을 통제하고 AI선도 초강대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믿음이 중국내에 지배적이지만 그런 생각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자율적 의사결정과 발빠른 대응능력, 그리고 국내외를 초월하는 경계선 없는 세계에서 중국과 유사한 일당독재국가들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AI를 둘러싼 새로운 안전장치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부가 힘으로 통제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힘과 권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현존하는 정치권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화될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AI가 인간보다 똑똑하고 월등한 평가를 하게되면 정부와 정치권의 기능도 바뀔 수밖에 없다. 거대한 AI과 공존하기위해서는 통제의 개념을 수직적·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자율적 분권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인간과 로봇, 그리고 다양한 자율 시스템이 융합적으로 공생하는 초고속 기술흡수 사회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미 무인 공장에 대한 거부감도 존재하지만,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용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 명당 약 1,102대로 세계 평균의 6배를 넘는다. 최근에는 산업용 로봇을 포함,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협동 로봇 (Cobot)과 물류 창고용 자율이동로봇 (AMR) 등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인구감소와 초고령화가 촉진시키고 있고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이다. 군은 물론, 산업현장, 의료, 요양, 농업, 지식산업 등 어느 한 곳도 로봇시대를 등한시 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은 세계최초로 인간∙로봇이 공존할 수 있는 적응국가 (Human-Robot Adaptive State) 모델을 개발해야 하고 사실상 <인류 2.0>의 모체가되어야 한다.
<인류 2.0>을 한국만 만들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더 많은 국제협력, 더 깊은 국민적 합의,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더 많은 개인적 자율성을 확보해야만 새로운 AI시대의 국가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자율적 적응력을 겸비한 한국인들이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AI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첫 디딤돌이 바로 대한민국의 <인천국제공항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정민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미 터프츠대 플레처법률외교대학원에서 국제정 치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국제대학원장, 외교부 국제안보대사, 런던 국제전략연구소(IISS) 국제자문위원회 의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IISS수석고문과 아산정책연구원 객원 선임연구위원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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