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가 지난 8월1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는 김민석·정청래 당대표 후보가 호남 공략에 사활을 거는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하루 간격으로 호남(15일)과 수도권(16일) 순회경선이 이어진다는 점 등에서 ▲호남 결과의 수도권 파급력 ▲과반 조기 확보 및 선호투표제 적용 여부 ▲당대표 정통성 확보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김 후보는 10일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 3대 메가프로젝트를 1순위로 추진하고 서울·강릉 재보선을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자동차의 새만금 투자 가속화와 전북 후속 메가투자 유치 등을 약속하며 "일주일 후 당과 정부, 나라의 명운이 갈려 있다"고 했다.

김 후보는 당대표 취임 즉시 서울시장·강릉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준비에 착수하고 선거 후 재신임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당대표 재신임 절차를 약속한 것은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등 격전지에서 패한 정 후보의 책임론을 부각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 후보는 이날 전북 전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차의 새만금 9조원 투자를 뒷받침할 10개 제정·개정 법안을 올해 안에 신속히 통과시켜 내년부터 사업이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전북 당원 콘서트에선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 공장을 전북에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 이것이 정청래가 가진 전북 비전"이라고 했다.

정 후보는 "절박하다"며 호남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예비경선 국면부터 유지해 온 '언더독' 전략을 마지막까지 밀어붙이며 강성 지지층 결집에 승부수를 걸었다는 평가다.


두 후보의 승부가 초박빙임은 누적 득표율에서 드러난다. 김 후보는 46.01%(9만5821표)로 정 후보의 44.53%(9만2735표)를 1.48%포인트(P)·3086표 차로 앞섰다. 송영길 후보는 9.47%(1만9715표)를 얻었다.

왼쪽부터 송영길, 정청래,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9일 대구 북구 호텔인터불고 엑스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구·경북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김 후보와 정 후보가 호남 경선에 집중하는 것은 크게 3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호남 결과가 이튿날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오는 15일 호남 순회경선을 연 뒤 하루 뒤인 16일 서울·경기 경선을 치른다. 호남 결과가 공개된 상태에서 수도권 권리당원들이 투표소로 향하는 구조라 정치학에서 유권자가 이길 것 같은 후보 쪽으로 표를 몰아주는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가 작동할 여지가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대]와의 통화에서 "호남 출신 당원들이 주류이고 수도권 당원들도 호남 출신이 많은 만큼 호남 표심이 수도권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호남에서 이기는 쪽이 사실상 승기를 결정짓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둘째, 과반 조기 확보와 선호투표제 적용 여부다. 이번 전당대회 선거인 명부는 대의원 1만7667명과 권리당원 152만7261명으로 확정됐다. 이 가운데 약 33%인 50만여명이 호남에 몰려 있어 표의 절대 크기가 최대다. 두 후보 모두 과반에 미달한 상황이라 호남 압승 여부가 과반 조기 확보를 가른다.

과반을 넘지 못하면 최하위 후보의 2·3순위 표를 재배분하는 선호투표제로 넘어가 송 후보의 지지층이 변수로 등장한다. 현재로선 송 후보의 표가 김 후보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정 후보가 도입한 1인 1표제가 처음 적용되는 만큼 강성 지지층이 두터운 정 후보에게도 호남 당원 결집을 지렛대로 판세를 뒤집을 여지가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호남은 지금까지 나온 전당대회 스코어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공간"이라며 "정청래 후보 쪽에선 역전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지지층에게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접근으로 보인다"고 했다.

셋째, 당대표 정통성 확보다. 앞선 두 가지가 선거 과정의 셈법이라면 이 대목은 선거 이후 정치적 기반과 직결된다. 민주당의 상징적 텃밭인 호남에서 패배한 채 당권을 잡으면 취임 즉시 정통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차기 대선 도전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가 이날 재신임 카드를 꺼낸 배경에도 이런 정통성 확보에 대한 절박함이 자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경선에서 이겼더라도 호남에서 졌다면 대표가 되고도 찜찜한 부분이 남는다"며 "호남 민심이 곧 당심이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호남 승리는 대표로서의 정당성이 부여되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15일 호남, 16일 서울·경기 순회경선을 마치고 17일 전당대회에서 전국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7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차기 당 대표와 새 지도부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