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최근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해 화제가 됐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2월 30년 이상 된 토종 대우맨들을 부사장으로 포진시켰다. 게다가 대우를 떠났던 박영식 동아건설 사장을 전무로 영입하는 등 흩어진 대우맨까지 모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결별한 후 산업은행의 품에 안긴 대우건설에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대우건설이 오는 3월로 예정된 정기주총을 앞두고 시끄럽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의 연임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서다.


서 사장의 연임 문제는 정치권에서 거론될 정도다. 민주당 조배숙 의원이 서 사장의 연임을 정면으로 반박한 데 이어 같은 당 우제창 의원도 서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대우건설 노조는 서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산업은행이 인수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낙하산 사장을 대우건설에 심으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대우건설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의 사장 영입은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이 현대건설 출신을 대우건설 사장으로 임명하려 한다는 소문에 대한 대응이다.

산업은행을 향해 야권은 서 사장 연임을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경고하고 있고, 대우건설 노조는 외부인사 영입은 절대 안된다고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서 사장의 연임에 대해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까지 거론되는 이유를 살펴봤다.



1. 고대-TK라인

서 사장은 지난 2007년 12월 3년 임기로 대우건설 사장에 올랐다. 1977년 입사 이래 30년간 대우건설에 몸담은 토종 대우맨으로서 최고의 위치다. 그동안 그가 거친 분야도 다방면이다. 주택사업을 비롯해 관리지원, 국내영업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런 서 사장의 연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현 정부와의 연관성에서 비롯됐다. 그가 고려대 출신인 점과 TK(대구·경북) 연고라는 것이 이유다. 고대 경제학과 68학번인 서 사장은 죽마고우인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과 더불어 건설업계에서 현 정권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숙원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강도 높게 추진하기 위해선 건설업계의 힘 있는 인맥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 정부 내에서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인맥이 형성된 대형 건설사의 수장을 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실련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대우건설이 수주한 금강행복 1공구의 준설단가는 전체 평균단가 4644원, 하위 5개사 평균 2306원보다 월등히 높은 8582원이라며 특혜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형님 라인인 이상득 의원과의 관계도 각별하다. 이 의원이 경북 상주 출신이고 서 사장이 경북 문경 출신이다. 지난 여름 대우건설 직원이 리비아와의 마찰로 인해 비자발급이 안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 의원이 현장을 세 번이나 방문하며 관계 개선을 위해 발로 뛴 사연이 크게 회자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 12월31일 조배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서 사장의 연임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건설업계 실세로 통하는 서 사장이 대통령과 같은 대학이고 이상득 의원 인맥인 TK라인이라는 것이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 사장이 어떤 자리인지 잘 알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정치권의 흔들기로 사장을 잃었던 아픈 과거가 있다. 더 이상 사장 인사에 외부 개입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2. 부실기업 책임론

업계에서 서 사장의 연임을 두고 물음표를 던지는 이유는 그가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대우건설의 실적이 마이너스로 향하고 있다는 데 있다.

서 사장의 취임 직후인 2008년까지 대우건설은 국내 건설업계의 명실상부한 1위 기업이었다. 2006년 이후 3년간 업계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시공능력평가액 순위에서 대우건설은 건설업계 빅3에서도 밀려난 상황이다. 현재 업계 순위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순이다.

실적도 마찬가지다. 서 사장의 취임 직후인 2007년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은 5609억원이지만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253억원 적자였다. 당기순이익도 마찬가지다. 2007년 9380억원에서 점차 감소해 2008년 2470억원, 2009년 800억원으로 급감하더니 2010년 3분기까지 2585억원 적자로 반전됐다.

물론 '어닝쇼크'라고 할 만한 실적저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승자의 저주에 발목 잡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부실을 대우건설이 떠안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측도 “금호아시아나의 부채문제를 위해 대우건설이 상당 부분 희생했음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실적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경영책임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있는 만큼 서 사장의 경영 능력으로 판단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전부 금호아시아나 탓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회사의 대표인 서 사장이 금호그룹의 눈치를 보느라 기업운영에 소홀했다는 논리에 빠지기 때문이다. 회사의 대표가 주주와 기업의 발전보다 인수 기업의 꼭두각시노릇에 우선했다는 비판이다. 서 사장이 경영 능력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이다.

3. 혈세 투입 논쟁

현재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자체 조성한 사모투자펀드를 통해 대우건설 유상증자에 1조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인수한 주식은 8990만여주로 가격은 주당 1만1123원이다. 지분인수작업이 끝나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절반이 넘는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 서 사장의 연임을 반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산업은행이 서 사장의 연임을 묵인한다면 국민의 세금에 대한 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배숙 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1조원을 지원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는 것”이라며 ”서 사장 재임 3년 동안 대우건설이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을 만큼 크게 경영실적이 악화된 것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재 대우건설이 자산을 매각하고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은 결국 과거 정부에 있던 이들이 만든 것 아니냐”면서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느냐. 정치권에서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