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은 성격이 급하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성격이 급한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CEO들은 결국 '시간 + 돈 + 노력'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사용해 성과를 내야 하고, 그래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시간 + 돈 + 노력'이라는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투자에 대한 반응을 빨리 확인하고 싶어한다. 정확한 일처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어진 시간 안에 해내야 한다. CEO의 의도에 빠르게 반응하는 조직원이 인정받고 승진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그만큼 CEO의 투자효율성을 높여주고 절약해 주니까.
 
그럼 CEO들은 항상 성격이 급할까?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틀림없이 장기성과와 단기성과에 대한 균형감각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사업은 지속될 수 없고, 더 이상 자원을 획득할 수 없는 CEO는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할인행사는 단기간의 매출향상을 위한 행동이다. 하지만 지속되면 고객들은 DC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할인이 없으면 더 이상 구매가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떨어뜨리게 할 가능성도 있다. R&D에 대한 투자는 어떨까? 단기적으로는 비용의 상승일 뿐이다. 하지만 핵심적인 기술력과 제품력 없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은 기업은 없다. 자리 잡은 기업이 일정수준의 R&D를 유지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CEO들에게는 지금 내린 의사결정의 성과가 나타나는 반응속도를 판단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주제가 된다. 한달 안에 성과가 나타날 일인지, 3개월 정도 진행해야 하는지, 1년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일인지, 회사가 존속하는 동안 지속해야 하는 투자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의 사안을 놓고도 그런 생각을 해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이 결정이 한달 후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3개월 후에는, 1년 후에는, 회사의 존립에는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는지. 그래서 어느 시점에 어느 효과를 위해서 이런 투자를 하는지 스스로 알아야 한다. 성공한 CEO들은 아마 직감적으로 이런 판단에 능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골프는 어떨까? 골프는 크게 네가지 영역이 있다. 그린 위에서 공을 굴리는 퍼팅, 점수의 40%. 그린 주변에서 거리와 탄도를 조절하는 숏게임, 점수의 20%. 공을 바닥에 놓고 그린을 목표로 공을 날려보내는 아이언샷과 우드샷, 점수의 20%. 티위에 공을 놓고 공을 날려보내는 티샷, 점수의 20%. 이들 네가지 영역은 시간 + 돈 + 노력의 투자에 대해 얼마나 빠르게 반응할까?
 
시간 + 돈 + 노력을 골프에 투자했을 때, 단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퍼팅이다. 18홀을 모두 2퍼팅으로 마무리하면 총 36개다. 퍼팅수 40개까지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쉽게 도달할 수 있고, 조금만 투자하면 36개까지는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하지만 70대 점수를 기록하기 위해서 필요한 32개까지 가려면 피눈물 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퍼팅 곡선보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이 숏게임이고, 그 다음이 드라이버다. 공을 바닥에 놓고 그린을 향해서 샷을 날리는 아이언과 우드야 말로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기까지 가장 오랜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영역별 투자전략은 어떻게 세워야할까?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점수를 줄이고 싶다면 퍼팅과 숏게임에 투자해야 한다. 단기간 인만큼 집중적인 투자로 확실한 성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면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학습곡선이 완만하게 상승하는 스윙의 영역은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원리를 잘 이해하고 꾸준히 연습하면서 길을 잡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핵심적인 스윙원리를 가르쳐주고 지속적으로 조언을 줄 수 있는 멘토가 필요한 영역일 수 있다.
 
퍼팅/숏게임과 스윙은 영업/마케팅과 R&D의 관계를 항상 떠오르게 한다. 제품력과 기술력만으로 시장에서 팔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영업/마케팅만 있고, 핵심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될까? 결국은 단기와 장기에 대한 CEO의 시각을 테스트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살아남아서 활동하는 CEO들은 어쩌면 매일같이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간을 뛰어넘어 사물과 현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 그것이 CEO의 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