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남호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 와세다 대학교에서 어학연수를 마친 그는 지난해 현업에 공식 복귀하면서 ‘포스트 김준기’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동부그룹측은 남호 씨에 대한 ‘경영승계론’이 거론될 때마다 김준기 회장이 여전히 왕성한 현역활동을 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는 시기상조”라는 반응 일색이었다.
하지만 동부정밀화학과 동부CNI의 합병을 공식 선언한 지난해 8월을 전후해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동부CNI의 개인 최대주주인 남호 씨에 대한 경영승계 분위기가 무르익자, 점차 큰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다.
◆지주회사 중심에 선 남호 씨, 본격 경영수업 돌입
2011년을 상징하는 ‘토끼띠(1975년생)' 남호 씨의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쏠린 데는 동부정밀화학을 흡수합병한 동부CNI의 최대주주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11월1일 합병을 마무리한 동부CNI의 개인 최대주주로서 향후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되는 시점에 본격적인 경영일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현재 남호 씨는 동부CNI의 지분 18.64%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법인인 동부CNI는 계열사인 동부건설 11.5%, 동부메탈 10.0%, 동부제철 13.4% 동부하이텍 13.1%, 동부생명 17.0% 등 계열사 지분을 두루 갖고 있어 실질적인 지주회사라 할 만하다.
남호 씨는 동부CNI 외에도 동부화재 14.06%, 동부제철 9.22%, 동부증권 6.38%, 동부건설 4.01%, 동부하이텍 2.14%의 지분을 갖고 있다.
결국 지분상으로도 남호 씨가 금융ㆍ비금융 계열사 전체에 걸쳐 아버지인 김준기 회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다다랐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특히 그가 지주회사 전환의 핵이 되는 동부CNI의 최대주주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남호 씨로의 경영승계작업은 그리 멀게 볼 일이 아닌 듯하다.
재계 관계자는 “남호 씨는 직급은 차장이어도 이미 그룹 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을 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서 “김 회장으로서도 동부그룹의 경영이 빠르게 안정화되는 만큼 새로운 투자를 통한 공격적인 경영을 아들에게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9년부터 경영참여 시작…“그동안 잘못 알려졌다”
경영승계 작업이 본 궤도에 오른 만큼 동부그룹의 황태자인 남호 씨의 경영수업 과정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남호 씨의 동부 계열사 근무시기와 관련, 지난해 동부제철 차장으로 처음 입사했다는 기존의 얘기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2년 전부터 경영수업을 받아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머니위크>의 취재 결과 남호 씨는 지난 2009년 1월 동부제철 차장으로 입사해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워싱턴대 MBA, UC버클리에서 경영전문과정을 수료한 후 2009년 1월1일부터 동부제철 아산만관리팀 차장으로 근무했다. 당시가 첫 계열사 입사였던 셈이다.
입사 후 기존 동부제철 아산만 내연공장 외에 추가로 짓는 제철공장 현장에 투입된 그는 공장 전반에 대한 관리 노하우를 습득하는데 주력했다. 이어 3개월 뒤엔 동부제철의 인사팀 교육담당 차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동부제철의 도쿄지사로 파견, 일본 현지에서 회사업무와 관련한 실무익히기에 돌입했다.
아산만관리팀에서 인사팀으로의 부서변경은 해외 파견을 위한 조치로, 김준기 회장이 아들에게 해외지사 이력과 어학연수 교육 기회를 동시에 주기 위한 복안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도쿄지사에서 3개월간의 교육과정을 거친 남호 씨는 이후 2009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6개월간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어학연수를 받았고, 다음달인 2010년 4월 동부제철 인사팀 차장으로 현업에 복귀했다. 다만 국내에 돌아온 시기는 교육파견근무가 종료된 10월 말 이후인 11월께로 추정된다.
동부그룹측은 그동안 지난해 4월 동부제철 차장으로 입사했다는 얘기가 나온 것과 관련 "인사팀에 최종 확인해보니 2009년 1월이 남호 씨가 입사한 시기가 맞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올 상반기 중 남호 씨가 동부CNI 차장으로 이동한다는 설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사실 무근이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공식 승계시기와 해결과제는?
해외 교육수업을 마무리하고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경영참여에 돌입한 만큼 이제 관심은 과연 남호 씨의 본격적인 ‘승선’ 시기가 언제냐에 집중되고 있다.
다수의 재계 전문가들은 동부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마무리 시점이 곧 남호 씨의 공식적인 경영참여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에 걸맞는 시가총액이 될 때 지주회사 전환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결국 지주사 전환작업이 완료되는 시점에 남호 씨의 경영 참여도 가시화되지 않겠느냐"라고 전망했다.
한편 경영권의 중심에 바짝 다가선 남호 씨가 아버지인 김 회장과 해결해야 할 2011년 과제로는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일이 꼽힌다.
이와 관련 남호 씨는 이미 지난해 사비 150억원을 들여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있다. 동부하이텍이 지난해 말 동부한농의 주식 5000만주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남호 씨가 150억원을 들여 212만주의 동부한농 주식을 매입했던 것.
올 들어서도 그는 동부하이텍이 충북 음성군에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 예정부지 내 자신이 소유한 농지와 임야(47만㎡)를 조만간 현물출자해 계열사 살리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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