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큰손'을 장모로 둔 대학 동창 얘기다. 처가에서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일대에 전셋집 대여섯곳을 굴리는데 최근 수익만 해도 대기업에 다니는 자기 연봉을 웃돈다는 것이다. 전세대란이라고 할 정도로 전셋값이 널뛰기 장세를 보이니 그럴 만하다 싶었는데 그런 얘기가 아니었다.

올려 받은 전세금으로 주식, 그것도 건설주를 사서 재미를 봤다는 것. 부동산시장에서 마련한 담보금을 건설주에 재투자해 수익을 냈으니 말 그대로 '꿩 먹고 알 먹기'인 셈이다. 탁월한(?) 식견에 무릎을 치다가 문득 '전셋집 평수 좀 줄이고 남은 돈으로 건설주나 사 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건설주는 수익률 면에서 지난 3분기까지 바닥을 맴돌다 화려한 날갯짓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미운 오리새끼' 업종이다. 올해 들어서도 1월27일까지 상승률이 10%를 넘어선다. 일부 조선업종을 제외하면 업종 상승률 1위다.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20% 넘게 올랐지만 여전히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제라도 들어가 볼까

이제 투자해도 늦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코스피지수가 연내 2400까지 15%가량 추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 초과 수익도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인구 구성이나 주택공급계획 등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웃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엔 무엇보다 부동산시장 회복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8월29일 실수요자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한시적 폐지, 양도세 및 취등록세 지원 확대 등을 담은 부동산종합대책이 나온 이후 주택가격과 거래량이 회복되고 미분양 아파트가 꾸준히 줄어들면서 조만간 건설사의 유동성이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적잖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1월 셋째주(17~23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재건축 제외)은 전주보다 0.2% 오르며 1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12월 아파트 거래량은 전년 동월보다 29.8% 증가한 10만6000세대로 2006년 12월 이후 4년 만에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이런 추세가 본격적인 주택시장 회복은 아니더라도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

전세 공급 여건이 악화되면서 정책 수혜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수요자 사이에서 '이런 전셋값이라면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정부에서도 장기전세 등 공공주택 비중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학균 팀장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인상 등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추가 부동산 대책이 나온다면 건설주에는 부정 요소를 상쇄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수주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업체의 해외수주 예상치는 지난해보다 11.8% 증가한 800억달러 수준이다. 국내시장 한계로 업계에선 이미 해외시장을 성장 돌파구로 설정하고 있다.

조주형 교보증권 연구원은 "당장의 수주 규모도 그렇지만 중기적인 해외 발주 시황과 국내 업체의 수주 경쟁력 차원에서 수주 물량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중동,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수주 모멘텀이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영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건설사 기준으로 올해 전체 실적 가운데 해외매출 비중은 37%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시장에서의 손실 규모가 축소되면 해외 실적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부실화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 추진과 최근 연기금의 건설주 매수세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광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단기실적에 대한 우려보다는 해외와 국내시장 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며 "과거 실적은 어려웠던 업황을 얘기해주지만 지금 개선되는 업황과 여건은 개선될 실적을 가리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떤 종목 사야 할까

대림산업은 해외수주 모멘텀과 더불어 유화부문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특히 그동안 수주 경험이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지역에서 올해 하반기 대형 석유화학 프로젝트 발주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광수 연구원은 "시장 노하우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에서 발주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점에서 여건이 좋다"며 "올해 해외부문 신규 수주는 지난해보다 123% 증가한 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GS건설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베트남, 브라질,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지역에서의 수주가 지속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역의 사업 경험은 적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중동지역과 비중동지역에서 경험을 축적했다는 게 강점이다. 현재 베트남 정유공장과 브라질 발전소, 우즈베키스탄 가스케미컬 등 30억달러가량의 프로젝트 수주가 유력하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예년과 달리 상반기에 해외수주 모멘텀이 집중되고 있다"며 "대규모 발주 물량이 나올 사우디아라비아지역에서 일정 규모의 물량만 확보한다면 해외 수주능력에 대한 시장 기대치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업계 최고 수준의 국내외 수주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추천 종목에 올라온다. 인수합병(M&A) 이슈가 마무리되면서 주인이 있는 회사로 탈바꿈해 주력사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가능해질 것으로도 전망된다. 한종효 신영증권 연구원은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것도 투자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추가 금리인상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업체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다각화된 성장동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업체로 현대건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산업을 꼽았다. 현대건설은 국내 업체 가운데 사업 다각화가 가장 잘 이루어진 업체라는 점이, 삼성물산은 상사부문과 건설부문의 동시성장이 기대된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산업도 해외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