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최지성 부회장은 삼성전자 1만주에 대해 지난해 12월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12월24~29일 92만~94만원대에서 매도했다. 스톡옵션 가격이 주당 27만2700원이므로 약 66억원의 차익이 발생했다. 유두영 중남미총괄부사장은 12월20일에 스톡옵션 행사로 3440주를 주당 19만 7100원에 취득한 뒤 곧바로 12월23일에 주당 93만1995원에 전량 매도해 25억3000만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이선종 자금그룹 부사장은 12월15일 스톡옵션 행사로 3000주를 주당 19만7100원에 받은 뒤 12월20일에 총 5500주를 주당 91만2000천에 매도해 21억4000만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경영지원팀의 전용배 전무는 12월29일에 스톡옵션 행사로 5000주를 취득한 다음 올해 1월7일에 전량 장내매도하는 등 2011년 들어서도 여러 임원들의 스톡옵션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들의 스톡옵션 대박행진
회사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임원들이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할 때 주가의 고점 논란이 대두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어떤 회사라도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주가도 가장 잘 전망하는 것은 아니다. 주가는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돼 움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임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대량 매도한 사례는 최근에 처음 나타난 것도 아니고 수년 전부터 가끔 있어왔다. 필자의 어떤 지인도 삼성전자 임원으로 있으면서 부여받은 스톡옵션이 있었지만 오래 전에 상당량 매도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많이 올라서 자산이 크게 늘어났겠네요?"라고 필자가 슬쩍 말을 건네니까 "주가가 ○○만원일 때 이미 팔았어요"라는 답변을 듣고 알게 됐다. 훨씬 더 높이 가격이 올라갈 것을 간과한 채 일찍 판 셈이었다. 장기적으로 오르는 주식은 언제 팔더라도 일찍 판 것이 된다.
다만 주식을 팔아서 들어오는 돈으로 무엇을 했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도 있다. 필자의 지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서 들어온 금액의 일부는 가정에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나머지로는 요지의 부동산을 취득했다. 그 부동산은 그 뒤로 삼성전자의 주가보다 더 많이 올랐다. 삼성전자 주식에 국한해 보자면 매도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았지만 기회비용을 보자면 삼성전자 주식을 더 오래 보유하지 않고 처분한 것이 적절했던 것이다.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파는 결정이 반드시 미래의 주가 전망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서, 가족을 위한 경제적인 필요에 의해서, 대체 투자수단을 활용하기 위해서, 주가가 단기적으로 크게 오르는 시기에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이익실현 욕구 등 다양한 배경이 깔려있기도 하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3월에도 스톡옵션을 행사해 1만434주를 장내 매도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주식을 처분한 단가는 주당 72만2958원으로 지난해 12월에 1만주를 매도한 가격인 90만원대에 비해 훨씬 낮은 가격이었다.
◆스톡옵션 행사 타이밍, 틀릴 때도 많았다
삼성전자 주가는 2009년 8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무려 1년이 넘는 동안 70만~80만원대의 박스권에 머물러 있었다. 비슷한 기간 동안 우량 대형주 중에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관련 주식들이 100%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LG화학, 호남석유화학, 한화케미칼 등 화학주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주도 100%대 상승률로 오른 것과 비교한다면 상당기간 동안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주가 움직임을 보인 셈이다.
오랜 기간 박스권에 머물다가 박스권을 벗어나서 빠른 속도로 주가가 오르면 사람 심리상 차익실현 욕구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가 장기 박스권을 벗어나면서 임원들의 스톡옵션 행사와 대량 매도가 나타난 것에도 부분적으로는 그러한 심리적인 영향이 있었으리라 추측된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와 달리 투자의 세계에서는 박스권을 강하게 돌파하는 것을 오히려 매수 신호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임원진에서 삼성전자 매도가 대량으로 나타날 때마다 주가가 고점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증권가에 나오는 현상은 예전부터 있었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1월14일 머니투데이에 '삼성전자, 임원들이 팔면 단기 고점? '이란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 그 당시 사장으로 승진한 이상훈 사업지원팀장이 스톡옵션 9479주를 주당 32만9200원에 행사한 뒤 주당 83만1181원에 매도해 47억6000만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그 외에도 여러 임원들이 스톡옵션으로 부여받은 주식을 80만원대 초반에 매도했었다.
그 뒤 한달 만에 주가가 7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므로 단기적으로는 고점을 만드는 데 임원들의 대량 주식매도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2009년 7월23일에도 '삼성전자 주가 고점? … 임원들 스톡옵션 행사 줄이어 … 정현량 경영지원팀 부사장 등 수십억 대박 행진'이란 기사(이투데이)가 있었다. 이때도 임원들의 스톡옵션 행사가 연이어 계속됐다. 대략 27만원대에 스톡옵션이 행사돼 약 65만원에 매도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당시는 단기 고점을 만들기는커녕 계속 주가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서 불과 두달 만에 8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도중에 매도한 결과가 됐다.
2006년 9월10일 '삼성전자 주가 단기고점 찍었나?'란 기사(한국경제)가 나왔을 때에는 이윤우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삼성전자 2만6341주를 주당 27만2700원에, 1만주는 19만7100원에 매입해 전량 주당 65만3163원에 매도했다. 이때 거둔 차익은 145억8240만원. 윤종용 부회장도 스톡옵션 행사로 주당 19만7100원에 매입한 뒤 주당 64만9500~66만4667원에 매도해 약 7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이때는 주가가 단기적으로가 아니라 8개월에 걸쳐 지속 하락해서 5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었다. 단기 고점이 아니라 중기 고점이 된 결과였다.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5년에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01년 주총 때 부여받은 10만주 중 4만2000주를 19만7100원에 행사해 143억원의 차익을 거둬들이는 등 2005년 한해 동안 삼성전자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주식은 134만주, 스톡옵션 행사 차액은 5000억원대에 달했다. 그래도 이는 삼성전자 임원들이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스톡옵션으로 부여받은 주식 총 512만주 중 일부가 매도된 것에 불과하다.
◆스톡옵션과 관계없이 더 오를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삼성전자 임원들이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시점과 주가의 위치 사이에는 일관성 있는 관계가 형성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에서 이미 과거에 부여한 스톡옵션은 조 단위의 막대한 금액에 해당하며, 그동안 주가가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시가로 환산한 금액은 더욱 엄청나게 커진다. 임직원들이 2000~2004년에 스톡옵션을 부여 받은 가격대는 19만7000~58만원이다.
그중에서 스톡옵션 행사가 이루어져 온 것은 주로 19만~20만원대에 부여받은 것들이다. 그보다 높은 가격대에 부여 받은 스톡옵션은 주가가 올라갈수록 행사될 가능성이 커진다. 남아있는 잠재성 대기 물량이 많이 있고, 길게 본다면 어차피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와 주가 위치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지는 않으므로 스톡옵션 행사가 많이 이루어질 때마다 주가 전망에 연결해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시장의 다른 반도체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로 올라서서 시장지배력이 강해지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기기에 사용되는 다양한 반도체를 골고루 생산하고 있으며, 태블릿PC용 AP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
D램, 낸드플래시, 노어플래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을 동시에 생산하는 업체로는 세계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므로 경기 변동에 타 업체에 비해 높은 안정성을 지닌다. 지난해 4분기 D램시장에서 41.7%의 점유율을 기록해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9%인 반면 경쟁사인 엘피디와 난야는 적자를 기록했다. 휴대폰시장에서는 지난해 북미시장에서 사상 최초로 시장점유율 30%를 돌파했다.
성장과정이 진행 중인 업체에서는 주가의 꼭지를 섣불리 예단해서는 곤란하다. 지금은 수급상 100만원 근처에서 조정을 보이고 있지만, 본격적인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올 때에는 100만원 주가도 결코 높아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