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회장으로 재직했던 현대증권 등을 상대로 46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를 제기하겠다고 밝힌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광장동 자택 및 소유부동산이 14일 경매물로 나왔다.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따르면 이 전 회장 소유의 광진구 광장동 381번지 일대에 위치한 단독주택과 대지, 임야 등이 감정평가액 46억9228만원에 매물로 등장했다. 채권자는 현대증권이다.
 
'바이 코리아' 열풍의 주역 이익치 전 회장과 현대증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같이 험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100평 넘는 숲속의 요새


이 전 회장의 저택 및 부지는 장로신학대학교와 워커힐아파트의 서쪽, 광장초등학교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아차산공원 내에 있어 실질적인 건축행위가 어려운 곳이다.

평가액의 대부분은 796㎡의 토지가격이다. 감정평가서에 따르면 해당 대지의 평가액은 30억7256만원이며, 1102㎡의 임야에 대한 평가액은 13억9531만원이다.

건물은 철근콘크리트조로 1층 174.82㎡, 2층 126.68㎡에 지층과 창고 등을 포함 총면적 372.97㎡다. 1~2층을 합쳐 방이 5개, 화장실과 욕실이 5개인 저택이다. 다용도실 등 기타 공간을 포함하면 실제 방의 개수는 더 늘어난다.


건물은 1968년에 지었고 1985년도에 한차례 증축했다. 오래전에 지은 건물이라 평가액은 1억4639만원에 그쳤다. 그러나 수십년 된 건물이 경매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비교적 높은 금액이라는 것이 경매 전문가의 의견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관상수다. 480만원짜리 소나무 등 100여종 513그루의 관상수 가격이 7388만원에 책정됐다. 관리되지 않았거나 조경가치가 미미한 경우는 제외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관상수의 가격이 높지 않지만 종류가 다양하고 수종이 많은 것으로 볼 때 숲 속에 요새를 앉힌 형국”이라며 “투자가치는 높지 않지만 서울 시내에서 이런 조건의 집을 찾기는 쉽지 않아 희소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이 이 부동산을 매입한 시기는 2000년도다. 법원이 조사한 경비원의 진술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이 건물과 부지를 별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저택, 왜 경매로 나왔나

이 전 회장의 저택과 대지에 대한 채권자는 현대증권이다. 지난 2005년 9월 현대증권은 40억원 가압류 후 본안소송에서 승소해 최종적으로 2010년 2월 70억원의 청구금액을 가지고 경매를 신청했다.

발단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이 전 회장이 현대증권 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현대전자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04년 현대증권 주주들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을 당하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현대증권이 이 전 회장의 위법행위에 대해 통합적 책임을 진 것에 대해 주주들이 반발하면서 재산 찾기에 나선 것이다.

현대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의 부담금은 크게 세가지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중공업이 제기한 외화대납권 반환소송에서 현대증권이 중공업에 가지급한 970억원 중 이익치 전 회장이 부담해야 할 20%인 194억원 ▲현대전자 시세조작사건과 관련한 양벌규정(소속 근로자의 위법사실에 대해 해당 회사에도 책임을 지게 하는 것)에 따라 현대증권이 선고받은 70억원의 벌금 ▲소액주주 5명에게 지급할 8700만원 등으로 총 판결원금은 265억원이다. 여기에 지연이자를 포함하면 462억원이 된다. 이 전 회장이 현대증권에 갚아야 하는 돈이다.

서울고법은 이 전 회장의 주가조작으로 인해 현대증권이 물어낸 벌금 70억원을 포함해 모두 462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지난해 1월 대법원까지 이 전 회장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이 전 회장이 모두 패소한 상황이다.

이 전 회장 소유 주택에 대한 현대증권의 청구액이 70억원인 것도 양벌규정에 따른 벌금에 대한 상징적 의미로 파악된다. 판결에 따라 받지 못한 70억원의 벌금을 우선 회수하기 위한 조치다.
 
한편 이 전 회장이 보유한 미국 캘리포니아 베버리힐스 저택의 존재가 최근 알려져 화제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 씨의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지난 2001년 약 295만달러를 주고 이곳에 주택을 매입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현재 이 주택의 공시가격은 230만달러(약 25억원) 정도다.

◆이 전 회장, 현대증권 등에 역공세 나서

반면 이 전 회장은 대법원의 판결을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회장은 "그동안 잘못된 판결과 부당한 소송으로 피해를 봤다"며 지난 8일 현대증권 최경수 대표이사, 금융노조 민경윤 현대증권지부장 등 24개의 개인 및 단체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미 선고를 받고 형을 살았던 자신이 양벌규정으로 인한 회사 손해를 또 다시 지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할뿐 아니라 이처럼 상식에 어긋난 소송을 제기한 현대증권과 금융노조 등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전 회장이 자신을 변호했던 법무법인 화우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당시 소액주주를 변호했던 법무법인 한누리 역시 고소 대상으로 삼았다. 사건을 담당했던 한누리 측 변호사는 “이미 최종 판결이 난 상황에서 변호인단까지 묶어 다시 소송을 낸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462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러려면 인지세만도 1억원이 넘는다. 이 전 회장이 그럴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의 현재 손해배상 청구액은 1억1000만원에 그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법무법인 한누리에 소송비용으로 10억원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