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정 성원제약 대표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여느 직장인이나 경영인들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양복을 차려입고 회사로 향한다. 그리고 힘든 업무를 마무리한 늦은 저녁, 그는 블루스 기타리스트이자 홍대 라이브클럽 킹오브블루스의 대표로 변신한다.
제약회사 대표이면서 기타리스트라고 해서 흔히 재미로 하는 아마추어 취미밴드나 직장인밴드를 연상해선 안 된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많은 경험과 기량을 쌓은 프로 뮤지션이다. 킹오브블루스를 찾아 그의 라이브 연주나 2월24일 발매되는 1집 앨범을 들어보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재산 5000원에서 연매출 70억원으로
이 대표는 청소년시절부터 다른 일은 뒷전이고 음악활동에만 전념했다. 그렇다보니 부모님과 갈등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 하루는 아버지께서 자신이 수년간 모아온 앨범들을 모조리 마당에서 불태우는 '화형식'까지 치렀다고 한다. 그래도 음악에 대한 이 대표의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다만 경제적 면이 문제였다.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못하고 나이트클럽에서 공연해야 했다. 순전히 돈 때문이었다. 제대로 된 음악을 하기 위해선 일단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20대 초반의 나이에 시작한 게 고물장사였다. 자본금은 당시 그의 전 재산이었던 5000원.
이 대표는 "음식 배달, 공장과 공사장 노동에서부터 고물장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며 "그렇게 막무가내로 일하다보니 1000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초액이란 것을 알게 됐고, 이 원료로 무좀약을 만들어 장사했는데 나름대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이를 계기로 이 대표는 제약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2년 성원제약을 설립했다. 그리고 치약, 칫솔, 치실 등 구강토털 브랜드 '오라겐'을 출시했다.
처음 2년 동안에는 한달에 2000만원씩 적자가 났지만 3년차에 접어들면서 적자폭을 줄여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4년 만에 손익분기를 달성했고, 지금은 연 매출 70억원의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라겐의 대표 제품으로는 '뉴키토 플러스원'과 '아파타이트' 치약을 꼽을 수 있다. '뉴키토 플러스원'은 치은염, 치주염, 치주질환, 잇몸질환 등의 예방을 위한 치약이고 '아파타이트'는 미백 효과가 있는 치약이다. 이 제품들은 기능성 치약이기 때문에 약국에서 판매했지만, 지금은 대형 할인마트에서도 접할 수 있다.
◆생사의 고비에서 그를 살려낸 음악
이 대표는 목표한 게 있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일단 밀어붙이는 성격이다. 성원제약을 처음 설립했을 때도 맨땅에 헤딩한다는 생각으로 제품을 들고 직접 약국마다 찾아다니면서 영업을 했다. 잡상인 취급당하기 일쑤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궁리 끝에 라디오와 지하철 등에서 제품을 광고했고, 몇몇 도매상을 통해 유통을 효율화했다. 다양한 시도와 끈질긴 도전 끝에 회사는 쑥쑥 커나갔다.
그렇지만 이젠 회사나 제품이 아닌 사람들이 말썽을 일으켰다. 철썩같이 믿고 함께 일했던 회사직원들이 이 대표를 배신한 것이다. 쉽게 말해 사기를 당했다.
이 대표는 "사람들끼리 입을 맞춰놓고 문서까지 조작하니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더 안타까운 점은 법적으로도 선량한 사람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사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당시 크게 충격을 받은 이 대표는 전신마비로 쓰러졌다.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3년간 집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몸도 심하게 아팠지만 심리적으로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릴 만큼 힘들었다.
그런 힘든 시기에 이 대표의 가슴에 새삼 들어온 것이 음악이었다. 과거에 음악을 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 그는 죽기 전에 내 음악이라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다시 기타를 잡았다. 사람 때문에 죽을 뻔했던 그를 조금씩 살려 준 게 바로 음악이었다.
이 대표는 "내가 만든 곡에 대해 주변 분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앨범까지 제작하기로 결심했다"며 "3년 전에는 홍대 인근의 한 식당을 인수해 라이브클럽인 킹오브블루스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일단 성원제약 대표로서 그의 목표는 연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고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뮤지션으로서의 꿈은 외국에서도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블루스 기타리스트가 되는 일이다.
이 대표는 "수차례 죽을 고비도 넘겼는데 무엇인들 못하겠느냐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다"며 "다른 분들도 나이나 환경 등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는 삶을 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킹오브블루스와 이선정밴드
홍대 인근에 위치한 킹오브블루스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블루스음악을 메인 콘셉트로 한 라이브클럽이다. 넓고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진 1층 바에서 블루스음악을 들으며 음료, 주류, 식사 등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밴드들의 라이브연주를 듣고 싶다면 무대가 마련된 2층을 찾으면 된다. 이선정밴드와 화이팅대디 등을 비롯한 여러 실력파 밴드들이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킹오브블루스에서 공연한다.
이선정밴드는 이선정 대표가 1집 정규앨범 준비와 함께 지난해 결성한 팀이다. 앨범에는 총 9곡이 수록되며 모두 이 대표가 작사, 작곡은 물론 편곡까지 했다. 이선정밴드의 공연과 앨범을 접한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충격적이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선정밴드는 내 안에 갇힌 모든 것을 끌어내는 록블루스밴드이자 감성밴드다. 앞으로 활동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