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30분. 30초에 한번씩 자리를 옮겨가며 새로운 운동을 하는데다 여러 명이 동그란 원 속에서 마주보며 함께 운동을 하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이름하여 30분 순환 운동이다.
여성들 사이에서 먼저 그 효과를 인증 받으며, 한창 입소문을 타고 있는 여성전용 헬스클럽 '커브스코리아'의 김재영 대표를 만나 성공의 열쇠를 풀어보았다.
◆"블루오션, 95% 운동 못하는 여성이 타깃"
전세계 87개국, 1만800여개의 클럽. 회원수만 해도 40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1993년 미국 텍사스에서 시작한 커브스는 세계 최대 피트니스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명성에 힘입어 지금은 국내에서도 100여개 이상의 점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처음 국내에 소개될 때만 해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헬스클럽이지만 샤워시설이 따로 없는데다, 여성 전용이라는 개념 또한 생소했다. "국내에서는 성공할 수 없는 모델"이라며 손사래부터 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개의치 않았다. 헬스클럽이라고 하면 '남자'들을 먼저 떠올리던 시기였지만 '여성 전용 헬스클럽'이라는 틈새 시장이 분명 가능성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커브스를 처음 알게 된 건 2002년 무렵. 외국의 대형 피트니스업체들이 국내에서 성행하던 때였다. 당시 광고업계에 종사하던 김 대표는 미국 대형 피트니스클럽의 론칭에 참여하면서 커브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피트니스 컨설팅 전문회사를 1년 반 정도 운영하기도 했다.
관심은 있었지만 시기상조라는 생각에 지켜만 보던 그가 커브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결심한 건 2005년 무렵. 때마침 시설 투자비의 비중이 큰 대형 피트니스센터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던 차였다.
"당시 헬스클럽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남성이었고, 여성의 5% 정도만 꾸준히 헬스클럽을 찾았어요. 그런데 뒤집어 생각하면 나머지 95%의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한 거 아니겠어요? 여성 전용 헬스클럽 커브스의 고객은 '5%의 운동을 하는 여성'이 아니라 '95%의 운동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이었으니까요. 블루오션이란 게 그런 거잖아요."
1년 넘게 국내시장을 조사하고 사업계획서를 준비해 미국 본사에 보냈으나 답변은 감감 무소식. 포기하지 않고 구애한 끝에 게리 헤이븐 커브스 회장과 '1시간 약속'을 받아낸 그는 그날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만 해도 커브스는 일본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었지만 한국 진출은 계획이 없던 때였다. 준비를 갖춰 천천히 진출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커브스를 향한 나의 열정을 보이는 데 주력했어요. 회장을 만나자마자 그랬어요. '나는 프랜차이즈는 잘 모른다. 하지만 피트니스 만큼은 전문가다. 내가 성공시켜 보겠다' 그러니까 게리 회장이 '프랜차이즈 모르면 내가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요."
◆40~50대 아줌마들 사랑방, 트렌드의 정곡을 찌른 전략
어렵게 커브스를 국내에 들여오는 데 성공했지만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차가웠다. 그는 "초기만 해도 1년에 50개씩 점포를 론칭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는데 장밋빛 기대일 뿐이었다"며 "3년 정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까지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말한다.
"커브스가 해외에서 아무리 유명한들 국내 소비자들은 경험이 없잖아요.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소비자들이 효과를 느끼면 입소문을 낼 것이고, 그게 우리의 자산이 되어줄 거라고요."
운동에 어려움을 겪는 40~50대 아줌마를 타깃으로 커브스는 1달에 한번씩 히어로를 뽑아 수기를 알리는 등 '입소문 마케팅'을 이어나갔다. 회원들의 생일파티 등을 통해 피트니스라기보다는 '동네 사랑방' 처럼 꾸몄다. 100번, 300번 출석에 성공하면 선물을 주어 격려했다. 아줌마들이라도 문턱을 낮춰 손쉽게 피트니스클럽을 드나들고 꾸준히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운동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과 커뮤니티 활동이 늘어나고 있던 트렌드를 읽어 낸 그의 전략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커브스의 운동 효과에 대해 입소문이 퍼지고, 회원수가 급증하면서 3년을 넘어서자 점포수 또한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 운영되고 있는 커브스 클럽은 105개 정도다.
"집을 지을 때도 기반을 잡는 시기가 더 중요하잖아요. 지금까지는 탄탄하게 밑작업을 하는 시기였다면 이제부터는 더 빨리 빌딩을 쌓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3~4년 뒤 600개 정도의 클럽을 열 수 있을 거라는 게 지금 생각이에요."
회원들을 위한 혜택도 더 강화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클럽 내부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통해 더 많은 여성들이 커브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는 다른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커브스 클럽 회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커브스가 인기몰이를 하자 비슷한 개념의 여성전용 헬스클럽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쉽게 동요하지 않는다.
"고객들이 커브스를 찾는 건 단순한 서비스 때문이 아니라 커브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한 분위기와 문화 때문이에요. 겉모양만 모방해서는 따라올 수 없을 겁니다. 운동이 절실하지만 실패한 여성들을 도와주는 것, 그게 고객이 커브스를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고 우리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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