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S라인 빌딩으로 알려진 GT타워의 건축을 책임진 이정무 대림산업 소장은 이 건물의 외관을 골프용어에 빗대 이야기한다. 착시현상이 있어 보는 위치에 따라 곡선이 변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쪽 모서리는 직선으로 보였지만 몇 걸음을 움직이자 물결치는 형상으로 서서히 변했다. 좌우로만 요동치는 것이 아니라 전후로도 굴곡이 있다. 이곳을 지나는 한 무리의 회사원들이 아래에서 올려다보면서 "신기하네~"를 연발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보인다.
지난 2월11일 준공식을 가진 GT타워는 독특한 외관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빌딩이다. 지하 8층 지상 24층 규모로 연면적 5만4583㎡의 건물이다. 수려하고 참신한 모양새에 미국 일리노이 공대생을 비롯 연간 400여명의 건축학도들이 방문할 정도로 준공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강남의 명물이 된 GT타워의 특별함에 대해 알아봤다.
◆퍼즐을 맞추듯 어려웠던 외관작업
이정무 소장은 GT타워의 준공 소감을 묻는 질문에 조각조각을 하나씩 끼워 맞추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한다. 곡선 모양의 커튼월 방식(보통 외벽을 유리나 금속으로 둘러싸는 비내력 칸막이벽. 장막벽이라고도 함)으로 시공하게 되면서 외벽의 알루미늄과 유리의 모양을 제각각 주문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장에 따르면 사용된 유리는 모두 1만2500장이고 유리의 모양은 2300종류로 나뉜다. 같은 모양의 유리가 겨우 5장 꼴이다.
S라인을 연상케 하는 외벽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1.5m짜리 직선 프레임을 이어붙인 것이다. 한 층의 높이가 최저 4.5m이고 건물 외벽에 108개의 주요 기둥이 있으니 어림 계산해도 모양이 제각각인 알루미늄 압출 프레임 8000여개를 잇는 작업이다. 직선을 파도와 같은 3D 형상으로 구현하기 위해 프레임의 단면각도까지 정확히 일치해야 했다. 한 조각 옮기는 데 몇 사람이 매달려야 하는 2만피스 짜리 퍼즐 맞추기 작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처음 도면을 받았을 때 ‘이 건축물은 그림에서나 가능하다’고 말했어요. 입찰 받고 7개월 동안 답이 안나왔죠. 설계도면이 3D(BIM 설계)가 아니었다면 형상조차 상상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 소장을 구원한 것은 협력사였다. 건축외장공사 전문기업인 일진유니스코가 이탈리아에서 3D 정밀가공기계인 CNC 커팅머신을 수입하는 시점과 우연히 들어맞았다. 수천가지의 다양한 모양을 컴퓨터 재단을 통해 한방에 해결했다.
원하는 모양의 재료들을 풍압에 견디도록 견고하게 만드는 일은 또 다른 난관이었다. 직선으로 설계된 건축물과 달리 프레임의 축이 층별로 달랐기 때문이다. GPS를 이용해 프레임 각각의 좌표값을 설정하는데 4명이 꼬박 4개월동안 매달렸다.
“아마 선례가 없던 시공이었을 겁니다. 대림이 개인에게 시공한 첫 민간도급사업인데다 이처럼 아름답게 나왔으니 만족할 만합니다.”
◆서랍형 창문에 레일형 블라인드
GT타워는 올록볼록한 외관 때문에 다른 현장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것들로 가득하다. 페러럴 타입의 전동식 창문이 첫 번째다. 건물 내부에서 버튼을 누르면 창문이 서랍처럼 밀려 나간다. 외형을 곡선 프레임으로 만들면서 창문을 여닫이로 만들 수 없게 된 탓이다.
블라인드는 중력에 따라 밑으로 떨어뜨리는 방식이 아닌 레일 위를 움직이도록 만들어졌다. 천정이 넓고 바닥이 좁은 경우, 그 반대인 경우, 사선으로 된 경우 등 일반 건축물에서 찾을 수 없는 특이한 벽면 때문에 고안해 낸 아이디어다. 창문과 블라인드 설치비용으로 30억원이 들어갔다.
시공 중에는 국내에 2대밖에 없다는 특별한 호이스트(건설현장에서 쓰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썼다. 보통 건설현장에서는 호이스트를 건물 외벽에 설치하고 건축자재를 실어 나르지만 남다른 외관 덕분에(?) 건물 내부에 3톤짜리 대형 호이스트를 설치해야 했다.
외벽 청소나 유리 교체 시 쓰는 곤돌라의 형태도 특이하다. 올록볼록한 외관에 붙어 작업할 수 있도록 곤돌라에서 접근용 장치가 뻗어 나온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쪽이 튀어나오면 반대쪽도 튀어나오도록 설계됐다. 국내에 몇 개 없는 이 특수 곤돌라 가격은 3억원이나 된다.
◆강남역 일대는 디자인빌딩 각축장
GT타워의 건물주는 가락건설이다. 주로 오피스빌딩 임대 및 운영을 하는 회사다. 서초동 삼성타운과 강남역 사거리 사이에 놓인 18층 건물의 대각빌딩도 이 회사 소유다. 삼성그룹에서 건물 매각을 요구했지만 이 회사는 ‘당 빌딩을 매각하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으로 맞선 적도 있다. 회사 대표는 강남 일대 대형빌딩과 토지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부호로 알려져 있다.
회사 대표의 건물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돈을 더 주더라도 명품 빌딩을 짓겠다는 의지가 곳곳에 드러나 있다. GT타워 곳곳에 장식돼 있는 각종 대리석은 해외에서도 쉽게 구하기 힘든 명품 석재다. 일례로 2층 외벽에 장식된 이태리제 라사비안코는 밀러의 비너스상을 조각했던 돌로 명성이 높다. 이들 외에도 그리스, 벨기에, 독일, 터키, 중국, 브라질 등에서 수입해 온 고급 석재들이 건물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건물의 썬큰 플라자에는 아이스링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강남역 일대에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자부심이 풍겨나는 대목이다.
GT타워의 본래 이름은 GT타워 동관이다. 이 건물의 서쪽에 GT타워 부지 약 4000㎡(1200평)보다 넓은 5000㎡(1500평) 역시 이곳 소유다. 회사는 자치단체와 협의가 끝나면 이곳에 서관을 지을 계획이다. 빌딩 외관은 동관과 비슷한 곡선형태가 될 예정이다. 다만 동관의 각 층이 같은 면적이라면 서관은 넓고 좁은 형태가 층별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다르다. 언뜻 보면 항아리 모양이다.
시공은 현재 대형건설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미 동관을 시공한 대림산업을 비롯해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이 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부지 바로 옆에는 GS건설에서 시공한 부띠끄모나코가, 맞은편에는 삼성물산이 시공한 삼성타운이 위치해 있어, 서초동 강남역 일대가 대형건설사의 디자인 오피스빌딩 집결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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