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소설 <1Q84>에 등장하는 주인공 가와나 덴고는 공기번데기의 리라이트 작업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예감했다고 했다. 그는 거대한 힘에 대항해야 하는 운명을 맞을 것이라는 것을 '느낌상' 알고 있었지만 스토리가 갖는 매력때문에 작업을 포기하지 못한 것이다.

출간된 지 몇년이 지난 지금에야 읽고 있는 책이다. 기자는 얼마 전 주인공과 비슷한 운명을 예감했다. 세컨드 하우스 이야기를 다룬 166호 커버 <두집살림 프로젝트>를 쓰기로 하면서다.


제목에서 풍겨오는 강력한 냄새에서 알 수 있듯, 기자는 '제목떡밥'을 문 누리꾼의 불같은 성내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게다가 커버는 부동산 기사에서 악성댓글의 필수요소인 '위화감 조성'이라는 요소까지 갖췄다. 두려운 트윈 콤보였다.
 
누리꾼 견지에서 낚싯대에 해당하는 이번 기사는 모두 3개다. <그 남자의 이중생활, 그를 위한 최적의 조건은?>, <직장인의 꿈, 두집살림·이중생활 프로젝트>, <이중생활자의 '두집살림 재미'>에 걸린 댓글을 유형별로 모아봤다.
 
▶나는 사상이 꼬름해서 몰래 따로 애인을 만들어 두집 살림하는 걸로 기사 제목을 해석했다. 그래서 어떡하면 두집 살림을 잘 운영할 수 있는지 기대갖고 읽다보니 이게이게 아니라서 허탈했다. (오후땡볕님)
 
▶제목 다는 꼬라지 하고는…. (동해바다님)
 
▶정말 기자하기 쉽네~~ 제목 꼬라지가 니 인생이다! (명경지수님)
 
1단계, 순진한 물고기형 되시겠다. 먼저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린다. 이분들께는 딱히 뭐라고 드릴 말이 없다.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
 
▶매일 쉬지 않고 일해도 전셋집 하나 얻지 못해 평생을 전전긍긍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런 기사 보면 내가 다른나라에 살고 있나 싶다. (peach님)
 
▶제발 이런글 올리지 마소~ 정말 살맛 않나게시리. 전세가 아니라 월세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만. 새벽별 보고 나와서 일하고 환한 달 보고 들어가도 내집 같는 게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는데. 뭐! "이중생활자의 두집살이" 등 땃땃하고 배부른 소리 하지마소. 아마 기자양반 희망사항인가 본데, 정말 우리 같이 하루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 사는데 이런 허황된 글 보면 힘 빠지오! (섬진강흐르는물에님)
 
2단계, 자포자기 물고기형이다. 힘내시라. 기자 본인도 와이프에게 용돈 1만원이라도 더 받아보려고 갖은 아양과 애교와 떼로 중무장한 운명이지만 여전히 멀티 해비테이션을 꿈꾸는 사람이다.
 
▶장난치나? 전세난으로 난리인데 세컨하우스라니…. 상위 몇%만 해당하는 기사 아냐? (네오팜님)
 
▶돈 있는 사람이야 뭔 짓을 못하겠냐. 나도 강원도에 별장하나 제주도에 별장하나 서울엔 지하3층 단독주택 가지고 벤츠 500 정도 굴리며 살고잡다. 세컨드카로 페라리 한대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기자야 이제 알만하냐? (사랑방님)
 
3단계, 성질 급한 물고기형님들이시다. 기자 집 주소까지 찾을 기세다. 부디 노여움 푸시라. 기자가 만난 취재원들 중에는 풍족하지 않은 분들도 멀티 해비테이션 생활을 누리고 계셨다. 도심의 집은 4분의1로 줄이고 농촌에 작은 집을 짓는 취재원도 '자신은 돈 없는 사람'이라고 했던게 기억난다. 다만 업체별 자료사진을 쓰다보니 소박한 집보다 멋있고 화려한 집이 많이 보여졌던 것이 사실이다.
 
독자들의 다양한 상황을 배려하지 못함을 반성한다. 기회가 또 있다면 조건별 전략도 꼭 챙겨 넣겠다. 꿈을 크게 가질 수록 희망도 커지는 법이다. 나 자신을 위한 목소리이기도 하지만 집 없다고 움츠려들지 말고 꿈을 가지라고 전하고 싶다. 우리 모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