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애견 용품들 옆으로 강아지를 품에 안은 사람들이 여유 있게 커피 한잔을 즐기고 있다. 한켠에 마련된 넓은 놀이터 방에서는 강아지 대여섯마리가 장난감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그 옆으로는 통유리로 된 넓은 방에서 강아지들이 예쁘게 단장하는 데 한창이다.

마치 애견카페에 온 듯한 이곳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반려동물 복합 동물병원 ‘이리온’. 지난 2월2일 오픈 이후 세간에 ‘초호화 동물병원’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바로 그곳이다. 최근에는 애견인으로 알려진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이곳을 다녀간 사진을 트윗에 올리며 호기심을 부추기기도 했다.


일류병원보다 더 호화스럽다는 ‘동물들의 별천지’라기에 기자 역시 큰 호기심을 갖고 이곳을 찾았다. 이리온을 운영하는 반려동물 전문기업 DBS의 박소연 대표를 만나 이곳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보았다. 그가 꿈꾸는 애완동물 서비스산업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았다.
 

◆ “초호화 동물병원? 공짜로 놀러 오세요!” 
 
“우리 초호화 동물병원 아니에요. 서비스 품질이 다르니 가격이 비싼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동물들의 사치를 위한 공간은 아니거든요."
인터뷰 내내 박 대표가 가장 많이 언급한 말이었다. “동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해 주는 반려동물 서비스 공간”이라고 소개하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이리온은 1층과 2층으로 구성돼 있다. 1층엔 애완동물 호텔과 유치원(놀이터), 애완동물 샵과 미용실 등 서비스 공간이 자리잡았고, 2층엔 애완동물 전문 진료실이 있다. 진료실엔 정확한 동물 진단을 위해 CT촬영 기기까지 들여놨다.

지금껏 없던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곳이다 보니 “동물한테 그런 게 무슨 필요가 있어?”라는 반대 의견에 부딪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박 대표가 조심스레 답변을 이어간다.  


“요즘의 동물은 단순히 기르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마찬가지에요. 반려동물 이잖아요. 내 가족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해주고 싶은 수요는 분명히 있는데, 지금까지 서비스 공간은 전혀 없었거든요.”

동물 미용을 예로 든다. 내 가족을 더 예쁜 모습으로 꾸며주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지사. 그러나 대부분의 동물병원 미용실은 단순한 스타일에 비슷비슷한 수준의 미용 서비스만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동물미용 장면이 보호자에게 공개되지 않아 불안감이 드는 것도 애견인들이 꼽는 가장 큰 불편 중 하나였다.

때문에 이리온은 미용실을 모두 통유리로 만들고 미용과정을 보호자에게 공개하는 것부터 변화를 시작했다. 미용 스타일의 다양화를 위해 미용사와 주인의 상담제를 도입하고, 가위컷 등을 사용해 보다 섬세한 스타일로 애견을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

박 대표는 “단순한 스타일을 원하면 그것 또한 가능하다. 무조건 비싼 스타일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며 "주인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고 설명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애견과 함께 산책을 나오는 것도 환영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애견과 외출을 해도 가볍게 차 한잔 마시기가 쉽지 않아요. 제 목표는 차 한잔 가격이면 강아지와 함께 언제나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 동물을 기르지 않아도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어요.”
 
◆“동물을 위한 서비스? 사람을 위한 서비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 동물병원과 비교해 이곳의 서비스 가격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애견 호텔만 하더라도 대개의 경우 하룻밤에 2만5000원 정도인 것에 비해 이곳은 4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고양이는 1박에 5만원이다. 가장 비싼 방은 20만원에 달한다.
박 대표는 “방이 다른 곳보다 크기도 하지만 방마다 온돌이나 에어컨, 온풍기 등이 설치돼 있다”며 “애견들은 주로 유치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잠 잘 때 방에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내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애견을 조그만 상자같은 방에 하루종일 가둬 두는 것은 고객들도 원치 않는다. 이러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서비스 품질을 높였고, 그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은 아니라는 답변이다.
 
유치원 이야기가 나오자 슬쩍 물었다. 사람도 아닌 동물을 위한 ‘애견 유치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을까? 박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강아지가 반려동물로 인간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며 “강아지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애견이 크게 짖으면 같이 사는 나도 불편하지만 옆집에도 피해가 돼요. 내가 기르는 애견 때문에 이웃에게 욕 먹고, 내 기분까지 망칠 이유는 없잖아요. 교육을 통해 충분히 없앨 수 있는 문제고 그래야 동물과 사람이 오래도록 함께 살 수 있죠. 근본적으로는 유기견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루동안 애견을 유치원에 보내는 가격은 4만원 정도. 단순히 애견과 함께 놀아주는 것뿐 아니라 예절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다른 애견들과 어울려 놀면서 사회성을 기르는 효과가 있다. 2층의 병원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평상시 건강관리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주로 독신이나 맞벌이부부 등이 일주일에 2~3회 정도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1살 미만의 애견을 대상으로 ‘가족교육 패키지’를 구상 중이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는 애견교육을 원하는 이들이 있어도 교육기관이 시외에 멀리 있는데다, 애견만 훈련을 받아 그 효과에 한계가 있었다”며 “함께 사는 가족이 모두 교육에 참여하기 때문에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애견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예절 교육을 위해서는 1살 미만의 시기에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토요일 오전시간을 이용해 30분~1시간 정도, 모두 5주 동안 교육이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가격은 30만원 정도다.

“지금도 애완동물산업은 1조원에 달하는 규모가 큰 시장이지만 앞으로 그 규모는 2배 이상 더 커질 거라고 봐요. 그러니 잠재력이 무한한 시장인 것만은 틀림없죠. 더욱이 선진국이 될수록 우리나라에서도 동물과 사람의 관계는 더욱 중요해질 거에요. 우리뿐 아니라 다른 업체에서도 애완동물을 위한 더 좋은 서비스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고, 함께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