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타임 워너'라 부리는 거대 미디어 콘텐츠기업의 탄생에 업계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하지만 정작 CJ E&M은 출발부터 불안한 모습이다.
◆CJ E&M 출항도 안했는데, 불성실공시법인 미스터리
지난 2월22일 CJ㈜ 하대중 대표이사 사장이 CJ E&M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딱 하루 만인 23일,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또 다른 소식이 날아들었다. 25일 예정이던 주주총회가 철회되면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가 떨어진 것이다. 상황은 다음날 다시 한번 급변했다. 24일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온미디어와 CJ인터넷 등 통합 계열사들의 주식을 대량 매입하며 우회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14~21일 CJ인터넷 주식 47만8181주(2.1%)를 약 100억원에, 온미디어 주식은 153만6670주(1.30%)를 약 80억원에 장내매수했다.
CJ E&M 측은“대표이사 임명을 위해서 주주총회 20일 이전에 주주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번에는 주총까지 3일밖에 남지 않아 법위반 소지가 있어 주총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CJ가 CEO인 사장을 결정하면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없는 상황. 본격적인 회사 출범을 하기도 전에 이 같은 악재를 감수하면서까지 주총 3일 전 급작스레 하 대표를 CJ E&M의 수장으로 불러들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9일 CJ E&M 이사회가 올린 6인의 이사 명단에는 하 대표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CJ미디어 이관훈 대표 내정설이 유력했다. 그런데 CJ 계열사를 총괄하던 하 대표가 CJ E&M을 맡는 대신 이 대표가 CJ㈜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교체 인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더욱이 하 사장이 CJ㈜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이 2009년 1월임을 감안할 때, 불과 2년여 만에 자리를 이동하게 된 이번 인사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출범 1주일 전 인사 교체, 이미경 부회장 입김 작용했을까?
일각에서는 하 대표가 오랫동안 이미경 CJ E&M 부회장과 함께 일을 했다는 점을 들어, 이 부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J E&M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이 부회장과 하 대표는 제일제당 멀티미디어사업부 시절부터 CJ CGV 등을 거치며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바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CJ E&M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며 “미디어업계 글로벌 네트워크가 워낙 탄탄해 회사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이를 해결해 주는 분”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CJ엔터테인먼트의 3D 사업 추진은 물론 지난해 엠넷의 베스트셀러 상품이라 할 수 있는 <슈퍼스타K 2>도 이 부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작품. 이 부회장이 관심을 두고 검토를 지시한 것들이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며, 좋은 성과를 얻은 사례가 적지 않다.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CJ E&M 내부에서 이 부회장의 영향력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CJ E&M 관계자는 “CJ계열사 내에서 하 대표만큼 엔터테인먼트 실무에 강한 임원이 없다”며 “강력한 신규사업 추진력을 바탕으로 CJ E&M이 글로벌 콘텐츠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적임자라는 판단이 컸던 것으로 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통합 후 E&M, 살림 합쳤더니…5년에 1800억원 절감
약 1800억원. CJ E&M이 이번 통합을 계기로 5년 내 기대하는 비용 절감 효과다. CJ미디어부문의 대표적인 적자 회사인 CJ미디어와 CJ엔터테인먼트 등 6개 계열사들이 살림살이를 합치면서, 가장 크게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미디어산업은 ‘벌어들이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은 구조’가 일반화돼 있었다. CJ미디어와 온미디어 같은 계열사끼리도 방송 컨텐츠 상품을 확보하기 위한 가격 경쟁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통합 후 크게 4개의 부분으로 운영될 새로운 조직 구성안에 따르면 이 같은 불필요한 경쟁요인이 사라지게 된다. ‘방송’분야는 CJ미디어와 엠넷미디어, 온미디어가 한데 묶이고, ‘게임’은 CJ인터넷, ‘영화’는 CJ엔터테인먼트 그리고 CJ엠넷의 음원과 공연사업 그리고 CJ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은 ‘음악·공연’분야로 조정된다.
이창현 CJ E&M 홍보팀 과장은 “콘텐츠 수급 창구가 일원화되면 매입 가격 또한 낮아질 것”이라며 “한번의 콘텐츠 구입으로 여러 채널에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중복비용 또한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통합의 화두인 시너지와 글로벌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특히 콘텐츠 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가판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통합 시너지 효과 또한 반감될 수 있다. 부가판권이란 영화의 극장 개봉 후 DVD 콘텐츠 판매처럼 콘텐츠 채널 확대 시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판권이다. 웹하드나 P2P 사이트 등이 대중화되면서 현재까지 CJ엔터테인먼트 등의 부가판권사업은 제로에 가까운 상황. 더욱이 영화뿐 아니라 게임이나 음악 등 미디어계열사 전분야에 걸친 고민이라는 점에서 통합 CJ E&M의 콘텐츠 수익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시장 변동성이 큰 미디어 환경에서 음악, 게임 등 한분야의 이미지 실추는 회사 전체의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리스크가 높은 콘텐츠 흥행사업에서 대응력 약화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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