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의 금(poor man's gold)'

금과 은은 유사한 점이 많다. 둘 다 흔치 않은 귀금속으로 여겨지며 변함없는 '가치의 저장고'로 평가받는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목받는 투자대상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도 많다. '가난한 자의 금'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은값은 금값의 40분의 1에 불과하다.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주목받는 금에 비해 은은 경기가 살아날 때 강세를 보이는 점도 다르다.

최근 은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은값은 특히 더 그렇다. 지난 3월2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은값은 34.825달러로 지난 2월 말 대비 23.6%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금값 상승률은 7.8%에 그쳤다.

SK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10년간 은값 상승률은 617.4%에 달해 금보다 200%포인트 이상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도 유력한 재테크 수단으로 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은테크'라는 말도 회자될 정도다.

◆언제까지 오를까

은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왔다. 금값이 급등하며 대체자산으로 은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외국계 증권사들이 은값 조종 행위로 기소됐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잠시 주춤했을 뿐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유지했다.
올 들어서는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과 올 초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면서 은값은 1월 한달간 15.1% 하락했다. 그러나 2월 들어 전달에 하락한 것 이상으로 상승했다. 중동사태로 다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은값이 앞으로도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안전자산 측면에서 수요가 있는 데다 산업원료로서도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이 진행되면서 원료로서의 은에 대한 수요가 가격 상승세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필름 등 사진재료 수요는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산업용 수요와 동전/주화용 수요, 순수투자 수요는 증가세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SK증권에 따르면 사진 필름용 은 수요는 지난해 8300만온스에서 올해 7200만온스로 줄어들 전망이다. 식기와 가구류용 수요 역시 6000만온스에서 4600만온스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산업용은 지난해 3억5200만온스에서 올해 4억1600만온스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원재 SK증권 연구원은 "은은 대부분 제련업의 부산물로 가격이 상승해도 생산량 증가는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며 "경기 확장 국면에 돌입하면서 산업용 수요가 은 가격 랠리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은 투자방법 뭐가 있나

은에 투자하는 방법은 귀금속점에 가서 직접 은제품을 사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세금과 세공비 등을 감안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반면 상품 투자의 경우 아쉽게도 국내에서 은에 투자하는 상품은 없다.

금이나 원유의 경우 주가지수펀드(ETF)가 있지만 은에 투자하는 ETF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태다. 거래소 관계자는 "구리 ETF에 투자하는 상품은 올해 안에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지만 은에 투자하는 ETF는 아직 움직임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의 경우 가장 손쉬운 방법은 ETF다. 아이쉐어 실버(iShare Silver) ETF(코드명 SLV)가 대표적이다. 2006년 4월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시가총액은 113억달러에 이르며 은 보유량은 1만666톤에 달한다.

일부 증권사에서 HTS(홈트레이딩시스템)나 온라인상을 통해 해외 ETF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펀드도 있다. 상품선물에 투자하는 커머더티 인덱스펀드가 대표적이다. 블랙록의 월드광업주펀드나 JP모간의 천연자원펀드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해외상품에 투자할 경우에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환율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은 가격 상승에 따라 ETF 가격이 오르더라도 환율이 급락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 상품 선택 시 환헤지를 염두에 둬야한다.

막막하다면 이 종목 투자

아직까지 해외 투자가 익숙치 않다면 은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고려아연이 대표적이다. 고려아연은 2009년 은 생산량이 1293톤에 달한다. 세계 1~2위권 생산량이다. 아연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잔재에서 은을 추출한다.

1986년 제련공장을 처음 신설할 당시 은 매출액은 8억원이었지만 올해 은 매출액은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제품별 매출비중도 은이 35.1%를 차지해 처음으로 아연 32.9%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강운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은 아연, 은 등 주요제품 가격이 런던금속거래소(LME) 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에 가격전가에 대한 우려가 없다"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기의 수혜주"라고 분석했다.

LS 역시 은값 상승의 수혜주로 분류되고 있다. 전기동제련사인 LS니꼬동제련을 자회사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율은 50.1%다. 전기동 제련과정에서 부산물로 은을 생산한다. 2009년 기준 LS니꼬동제련의 은생산량은 447톤으로 국내생산의 25.7%를 차지했다.

글로벌업체 가운데서는 12위권의 은 생산업체다. 지난해 은 매출액 규모는 35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부산물로 금도 생산하고 있다. 금 매출액은 지난해 약 2조5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금과 은의 매출을 합칠 경우 전체 매출 7조5000억원의 35% 수준이다.

그러나 LS니꼬동제련을 보고 LS에 투자할 경우 수익성이 낮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원재 SK증권 연구원은 "LS니꼬동제련은 원료인 동정광을 수입하면서 동 함량의 95% 이상을 선지불한다"며 "금은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손익분기점 수준이거나 1~2% 수준"이라고 분석했다.